회화는 빈틈에 형상을 채워 넣는 여정이다. 회화 작가에게 이러한 충동은 인간의 근원에 닿아 있는 자연스러운 열망이고 작품의 발생과 발전을 이끄는 불가해한 동기다. 빈 종이, 직물, 벽면에 보이는 대상을 옮겨와 그리는 일은 필연적으로 재현의 문제를 수반한다. 현대미술이 재현보다 재현의 부정이나 불능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후에도 여전히 어떤 회화는 예술 작품과 대상, 작가와 세계가 시각적 진실을 매개로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으로 사실 혹은 현실에 응답하려 한다. 오늘날 이 입장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이것은 어떻게 미술가의 고유한 인식과 표현으로 거듭나는가.
⟪히스테리아: 동시대 리얼리즘 회화⟫는 동시대 작가 13인의 작업을 통해 회화의 ‘리얼’한 경향을 살피고 이를 독자적인 한국 미술의 계보에서 조망한다. 전시가 다루는 리얼리즘은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태도로 작가에 의해 성립하는 세계 인식·표현의 방식이다. 리얼리즘 회화는 재현과 재현의 대상을 일치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현실을 이루는 사건과 사물을 균질하게 인식하고자 한다. 또 이에 기반한 형상적(figural) 그리기를 통해 그리는 대상을 역동적인 힘 속에, 때로는 촘촘한 감각의 연결망 속에 놓인 객체로 대면한다. 점·선·면에 의한 자연의 환원, 평면성의 요구가 두드러진 현대 회화의 시류 위에서 이러한 작업 방식은 구상의 근거를 갱신하려는 다양한 시도와 연동되는 한편, 추상과 그 반대 급부의 역사적 리얼리즘으로부터 이탈해 회화의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했다. 한국에서는 지역 특유의 미술사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그리기의 근원적인 동기에 기대는 회화가 상대적으로 억압되었다. 최진욱을 비롯해 이수경, 정수진, 노충현은 사회적 발언과 참여로서의 주류 리얼리즘 미술 외부에서 마치 신경의 작용처럼 ‘히스테릭’하게 회화가 세계에 반응하는 방식을 탐구해 온 작가다. 이들의 작업에서는 동시대의 현실뿐 아니라 새로운 미디어·이미지 환경에서 회화가 맞닥뜨리는 질문, 그리고 이에 관한 작가의 문제의식과 실험이 드러난다. ⟪히스테리아⟫는 같은 계보에서 함께 언급될 수 있는 노상호, 손현선, 이재석, 임노식, 정수정, 함성주, 김민희, 조효리, 김혜원의 그리기가 2020년대를 특징짓는 사회·문화적 변화를 회화의 재료로 받아들이는 방식을 살핀다.
‘리얼리즘은 무엇이든 먹어치우는 위험한 괴물이다.’ 스스로 리얼리즘에 헌신했던 소설가 헨리 제임스의 말은 리얼리즘을 역사의 진열장에서 꺼내 되짚는 일의 어려움을 알려준다. 이념과 국경의 파열로 진단되는 1990년대를 기점으로, 현실을 이루는 물적 토대의 변혁은 예술의 변혁이 따라잡기 어려운 속도로 가속을 거듭했다. 현실의 단단한 외피—이를테면 딛고 나아갈 적, 유산, 시간과 위상의 감각을 모두 잃어버린 채 영원히 끝나지 않는 재생목록처럼 지속되는 세계에서 리얼리즘은 한동안 난관에 봉착했다. 그런가 하면 동시대 미술로서의 회화는 자신의 최종 국면(endgame)에 관한 상상, ‘좋은 상품’으로서 형식주의에 근간한 비평, 복합적인 지지체와 유사 스크린의 지위를 거쳐 급진성을 소진했으며, 여기서 리얼리즘은 시대착오적이거나(너무 역사적이어서 이미 낡았거나) 혹은 다른 의미에서 시대착오적인(너무 반역사적이어서 단지 개인의 표현을 대변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최근 여러 종류의 유물론 연구가 부상하면서 회화와 구상으로서의 그리기는 논쟁적인 이론들 틈에서 다시 의미 있는 통찰의 대상이 되고 있다. ⟪히스테리아⟫는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확장된 리얼리즘이라 부를 수 있는 미술의 흐름 위에서 동시대 회화의 가치를 발견하고 오늘날 유효한 시각성을 탐구한다. 일민미술관은 이를 통해 제도화된 리얼리즘 미술을 재고하며, 그간 충분히 숙고되지 못한 담론의 변경을 살필 기회를 마련할 것이다.
- 주최: 일민미술관
-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현대성우홀딩스, 한강주조
- 관장: 김태령
- 책임기획: 윤율리
- 기획 및 진행: 일민미술관 학예팀(최혜인, 백지수, 윤지현, 김진주, 유현진, 이지우)
- 홍보: 박세희
- 행정 및 관리: 최유진, 이예란, 박서영, 정이선
- 그래픽 디자인: 김현진
- 공간 조성: 석운동
- 운송 설치: 현대 ADP
- 번역: 김지선
- 도움: 국제갤러리, ㈜U.PINE MED(유파인메드), 박선영, 이승현, 이태룡, 홍우선
- 문의: 02-2020-2050 / [email protected]
⟪히스테리아: 동시대 리얼리즘 회화⟫는 동시대 작가 13인의 작업을 통해 회화의 ‘리얼’한 경향을 살피고 이를 독자적인 한국 미술의 계보에서 조망한다. 전시가 다루는 리얼리즘은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태도로 작가에 의해 성립하는 세계 인식·표현의 방식이다. 리얼리즘 회화는 재현과 재현의 대상을 일치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현실을 이루는 사건과 사물을 균질하게 인식하고자 한다. 또 이에 기반한 형상적(figural) 그리기를 통해 그리는 대상을 역동적인 힘 속에, 때로는 촘촘한 감각의 연결망 속에 놓인 객체로 대면한다. 점·선·면에 의한 자연의 환원, 평면성의 요구가 두드러진 현대 회화의 시류 위에서 이러한 작업 방식은 구상의 근거를 갱신하려는 다양한 시도와 연동되는 한편, 추상과 그 반대 급부의 역사적 리얼리즘으로부터 이탈해 회화의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했다. 한국에서는 지역 특유의 미술사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그리기의 근원적인 동기에 기대는 회화가 상대적으로 억압되었다. 최진욱을 비롯해 이수경, 정수진, 노충현은 사회적 발언과 참여로서의 주류 리얼리즘 미술 외부에서 마치 신경의 작용처럼 ‘히스테릭’하게 회화가 세계에 반응하는 방식을 탐구해 온 작가다. 이들의 작업에서는 동시대의 현실뿐 아니라 새로운 미디어·이미지 환경에서 회화가 맞닥뜨리는 질문, 그리고 이에 관한 작가의 문제의식과 실험이 드러난다. ⟪히스테리아⟫는 같은 계보에서 함께 언급될 수 있는 노상호, 손현선, 이재석, 임노식, 정수정, 함성주, 김민희, 조효리, 김혜원의 그리기가 2020년대를 특징짓는 사회·문화적 변화를 회화의 재료로 받아들이는 방식을 살핀다.
‘리얼리즘은 무엇이든 먹어치우는 위험한 괴물이다.’ 스스로 리얼리즘에 헌신했던 소설가 헨리 제임스의 말은 리얼리즘을 역사의 진열장에서 꺼내 되짚는 일의 어려움을 알려준다. 이념과 국경의 파열로 진단되는 1990년대를 기점으로, 현실을 이루는 물적 토대의 변혁은 예술의 변혁이 따라잡기 어려운 속도로 가속을 거듭했다. 현실의 단단한 외피—이를테면 딛고 나아갈 적, 유산, 시간과 위상의 감각을 모두 잃어버린 채 영원히 끝나지 않는 재생목록처럼 지속되는 세계에서 리얼리즘은 한동안 난관에 봉착했다. 그런가 하면 동시대 미술로서의 회화는 자신의 최종 국면(endgame)에 관한 상상, ‘좋은 상품’으로서 형식주의에 근간한 비평, 복합적인 지지체와 유사 스크린의 지위를 거쳐 급진성을 소진했으며, 여기서 리얼리즘은 시대착오적이거나(너무 역사적이어서 이미 낡았거나) 혹은 다른 의미에서 시대착오적인(너무 반역사적이어서 단지 개인의 표현을 대변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최근 여러 종류의 유물론 연구가 부상하면서 회화와 구상으로서의 그리기는 논쟁적인 이론들 틈에서 다시 의미 있는 통찰의 대상이 되고 있다. ⟪히스테리아⟫는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확장된 리얼리즘이라 부를 수 있는 미술의 흐름 위에서 동시대 회화의 가치를 발견하고 오늘날 유효한 시각성을 탐구한다. 일민미술관은 이를 통해 제도화된 리얼리즘 미술을 재고하며, 그간 충분히 숙고되지 못한 담론의 변경을 살필 기회를 마련할 것이다.
- 주최: 일민미술관
-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현대성우홀딩스, 한강주조
- 관장: 김태령
- 책임기획: 윤율리
- 기획 및 진행: 일민미술관 학예팀(최혜인, 백지수, 윤지현, 김진주, 유현진, 이지우)
- 홍보: 박세희
- 행정 및 관리: 최유진, 이예란, 박서영, 정이선
- 그래픽 디자인: 김현진
- 공간 조성: 석운동
- 운송 설치: 현대 ADP
- 번역: 김지선
- 도움: 국제갤러리, ㈜U.PINE MED(유파인메드), 박선영, 이승현, 이태룡, 홍우선
- 문의: 02-2020-2050 / [email protected]
작가 | 최진욱, 이수경, 정수진, 노충현, 노상호, 손현선, 이재석, 임노식, 정수정, 함성주, 김민희, 조효리, 김혜원 |
전시장 | 일민미술관 (Ilmin Museum of Art, イルミン・ミュージアム) 일민미술관 1, 2, 3전시실 및 프로젝트 룸 |
주소 | 03187 서울시 종로구 세종대로 152 |
오시는 길 |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5번 출구 도보 1분 1, 2호선 시청역 4번 출구 도보 10분 버스 광화문, 교보문고, 세종문화회관 하차 |
기간 | 2023.04.14(금) - 06.25(일) |
관람시간 | 11:00 - 19:00 |
휴일 | 월요일, 1월 1일, 설날 당일 |
관람료 | 일반 7,000원(학생 5,000원, 만 24세 이하 학생증 소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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