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dograph Icon

매직 프린터 Magic Printer

전시공간

2023.05.12(금) - 06.08(목)

MAP
SHARE
Facebook share button
Image 899
매직 프린터 Magic Printer

누구나 카메라를 지니고 다니며 기억하고 싶은 장면을 사진 찍고 그 이미지를 보관할 수 있는 오늘날과는 달리 과거에는 재능이 있는 소수의 사람만이 대상과 비슷한 이미지를 그려낼 수 있었을 것이다. 레티나 스크린에 띄워진 고화질 이미지와 3D 스캐너와 프린터를 이용해 출력된 입체물의 생생함에 우리가 얼마나 감탄하는지를 떠올린다면, 오래전 사람들이 원본과 닮은 이미지를 보고 느꼈을 경이로움의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재현은 마치 마술 같은 신비로운 기술이며, 화가와 마법사의 구분은 없었을 것이다.

인류의 탄생을 알리는 라스코 동굴 벽화에서 볼 수 있듯이 이미지는 삶이라는 달걀의 속껍질처럼 삶의 내부도 외부도 아닌 곳에 붙어 있는 반투명한 레이어로서 인류와 함께 존재해 왔다. 플라톤에게 이미지는 그 이미지를 만들어 낸 물체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미지는 물체의 그림자이거나 매끄러운 표면에 비친 반영처럼 세계의 수동적이고 충실한 복제물일 뿐이었다. 하지만 본래 대상과 가깝게 연결된 상태에서 생겨난 이미지일지라도 그 대상과 분리되어 이미지만의 독립된 삶을 지속해 나가기도 한다. 실제 소가 죽은 이후에도 긴 시간을 버티며 여전히 생명력으로 충만해 있는 라스코 동굴에 그려진 소의 이미지가 그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란 무엇인가? 흔히 이미지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넘쳐나는 이미지의 세계에 들고 나지만, 우리는 이미지를 스크롤 되는 화면에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픽셀의 집합으로 여길 뿐 그 힘을 온전히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미지의 어원인 이마고imago는 곤충의 변태 과정의 마지막 단계인 성충을 의미한다. 유충기를 마치는 매미는 마치 자신이 복제되듯 꼭 같은 모습의 성충이 되어 껍질 밖으로 나오는데, 남겨진 허물은 바스락거리며 사그라지지만, 생명을 지닌 이마고는 새로 돋아난 날개를 달고 날아간다. 로마 시대에 이마고는 죽은 자의 얼굴을 밀랍으로 떠낸 마스크를 의미했다. 후손들은 이마고를 장례식에서 영정 사진처럼 내놓거나 벽감이나 선반에 모셔 두었다. 이마고, 즉 이미지는 생명이 다한 것에서 복제되어 나와 새로운 삶은 얻는 존재이다. 죽은 자의 분신이자 부패하지 않는 영원한 상징으로서 어쩌면 실제 인물인 원본보다 더 강력한 힘과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렇게 이미지에는 현실의 소망을 이루고 싶은 염원이 담겨있다. 라스코 동굴에 그려진 소의 이미지와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상에는 풍요와 다산에 대한 바람이, 죽은 자의 초상에는 그와 계속 함께 살고 싶은 소망이 담겨있다. 원본을 훌륭하게 재현하고 있는 이미지를 봤을 때, 재현 기술의 능란함에 감탄하는 동시에 그 이미지에 깃들어 있는 주술적인 힘을 전달받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더욱 경이롭게 느끼는 것이다.

전시 <매직 프린터>는 이미지를 탄생시키는 신비한 과정, 마술을 시연하는 무대에 낀 연기 너머로 흐릿하게 드러나는 마법사, 제작자, 예술가의 정체와 역할에 관심을 둔다. 이미지는 주술적, 비논리적인, 초자연적인 소망에서 비롯되지만, 이미지를 빗어내는 주체는 신이나 절대자도, 비인격적이고 객관적인 기술도 아니다. 현실과 소망의 세계, 논리와 비논리의 세계를 중계하는 마법사, 다름 아닌 예술적 주체의 활동이 이미지를 탄생시킨다. 개인이거나 집단일 수 있는 예술적 주체는 어떤 이미지를 어떻게 재현할지 선택하고 판단하며 그 과정에 그들의 의지와 욕망을 불어넣는다. 그들은 종교적이거나 문화적 도상을 만들기도 하고, 보이는 외부 세계를 재현하는 형식을 창안하고, 보이지 않는 내면의 심리나 개념적인 세계를 형상화하기도 한다. 원본과 닮은 이미지가 ‘대상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고 느낄 때, ‘그대로’라는 표현에 의구심을 갖고 그 의미를 들여다본다면, 이미지를 재현하는 마법사인 예술적 주체를 만나고 그가 꺼내는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글 : 최혜경
작가장파, 박상아, 최혜경
전시장전시공간 (alltimespace, 全時空間)
주소
04039
서울시 마포구 홍익로 5길 59, 1층
오시는 길합정역(2호선, 6호선) 3번 출구 도보 7분, 홍대입구역(2호선) 9번 출구 도보 6분
기간2023.05.12(금) - 06.08(목)
관람시간10:00 - 18:00
휴일일요일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