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조각들의 어름에
참여작가: 이혜지
서문 : 박소호
디자인 : 윤정의
사진 : 백승환
비평 : 이경진
일정 : 2024.09.28(토)-2024.10.13(일)
장소 : 서울시 서대문구 홍연길 80 2층, 예술공간 의식주
시간 : 13:30~18:30 (월요일, 화요일 휴무)
후원 :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2024년 청년예술지원사업 선정 프로젝트
# 소진되는 검은 바닥, 순환되는 붉은 바닥
아스팔트, 콘크리트, 보도블록, 도시의 바닥은 많은 것들을 소진한다. 이동 수단을 굴리는 타이어의 고무가 마모되고, 신고 있는 수많은 신발의 밑창을 갉아내며, 공중으로 뿌연 연기를 내뿜어 오존을 파괴한다. 우리 인간이 만들어낸 이 검은 땅은 무언가를 생산하기보다는 우리 가까이에 있는 가장 소중한 것들을 소모하고 있다. 편리하고 효율적인 이 검은 바닥이 확장되고 넓어지면서 숨을 앗아가는 검은 공기와 마주하고 있다. 이 소멸의 바닥 밑으로 우리가 잉태되었던 땅이 가려져 있다. 이 붉은 바닥은 소진되지 않는다. 이 자연의 바닥은 재생되고 순환되는 바닥이다. 뿌리가 만들어지고 자라는 식물들의 영토이다. 태양계에서 3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지구의 표면, 이곳에서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두 발을 딛어 왔다. 이곳은 양분이 자라나는 곳이며, 많은 생물의 안식처로 자리하고 있다. 겨울에서 봄으로, 다시 겨울로 흐르는 계절의 시간에서 많은 것들이 죽고, 또 태어나고, 살아가는 선순환의 공간이다. 이곳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수많은 미생물의 기거하는 공생의 시간이 깃들어 있다.
# 어름, 두 사물의 끝이 맞닿은 자리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것 같은 질감과 모양, 혹은, 땅 위를 파헤치고 나온 유적처럼 사물과 유물의 경계에 있는 조형이 바닥을 유영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 이혜지의 오브제는 공간의 바닥과 맞닿아 있다. 심지어, 경계를 지우거나 교차하는 연출로 벽과 바닥의 구분을 흐리게 하고, 끌어당기는 중력, 이것을 밀어내고 부유하게 하는 척력이 병치되는 공간을 설정했다. 그의 공간에서 모든 면은 바닥의 성질을 발산한다. 서로가 서로의 면을 지지하고 연결하여 우리 눈에 맺히지 않는 땅의 또 다른 면모를 발견하게 한다. 이곳은 동선을 유도하지 않는다. 앞과 뒤를 구분하지 않고, 순서를 강요하지 않는다. 길 또한 정해져 있지 않다. 한 사람의 발걸음, 또 다른 사람의 발걸음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유연한 자리이다. 특히, 그의 작업 중 일부는 500도의 저온 소성 과정을 거친다. 이론적으로는 이 과정을 거친 도자는 일정한 시간이 흐른 후에 흙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인간의 손, 우리 종이 가진 사물을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을 활용하지만, 땅이 지닌 흡수 하고 재생하는 성질을 수용하는 것이다. 이는 개입에 대한 작가의 메시지다. 타자와 외부, 우리 종 이외의 자연과 환경에 얼마만큼 개입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이혜지가 말하는 어름, 두 사물의 끝이 맞닿은 자리는 결국, 종과 종의 개입이 사라진 공간이며, 드러나고 숨겨짐의 사이에 있는 공평하고 정당한 바닥에 관한 이야기다.
(전시 서문 중에서)
참여작가: 이혜지
서문 : 박소호
디자인 : 윤정의
사진 : 백승환
비평 : 이경진
일정 : 2024.09.28(토)-2024.10.13(일)
장소 : 서울시 서대문구 홍연길 80 2층, 예술공간 의식주
시간 : 13:30~18:30 (월요일, 화요일 휴무)
후원 :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2024년 청년예술지원사업 선정 프로젝트
# 소진되는 검은 바닥, 순환되는 붉은 바닥
아스팔트, 콘크리트, 보도블록, 도시의 바닥은 많은 것들을 소진한다. 이동 수단을 굴리는 타이어의 고무가 마모되고, 신고 있는 수많은 신발의 밑창을 갉아내며, 공중으로 뿌연 연기를 내뿜어 오존을 파괴한다. 우리 인간이 만들어낸 이 검은 땅은 무언가를 생산하기보다는 우리 가까이에 있는 가장 소중한 것들을 소모하고 있다. 편리하고 효율적인 이 검은 바닥이 확장되고 넓어지면서 숨을 앗아가는 검은 공기와 마주하고 있다. 이 소멸의 바닥 밑으로 우리가 잉태되었던 땅이 가려져 있다. 이 붉은 바닥은 소진되지 않는다. 이 자연의 바닥은 재생되고 순환되는 바닥이다. 뿌리가 만들어지고 자라는 식물들의 영토이다. 태양계에서 3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지구의 표면, 이곳에서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두 발을 딛어 왔다. 이곳은 양분이 자라나는 곳이며, 많은 생물의 안식처로 자리하고 있다. 겨울에서 봄으로, 다시 겨울로 흐르는 계절의 시간에서 많은 것들이 죽고, 또 태어나고, 살아가는 선순환의 공간이다. 이곳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수많은 미생물의 기거하는 공생의 시간이 깃들어 있다.
# 어름, 두 사물의 끝이 맞닿은 자리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것 같은 질감과 모양, 혹은, 땅 위를 파헤치고 나온 유적처럼 사물과 유물의 경계에 있는 조형이 바닥을 유영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 이혜지의 오브제는 공간의 바닥과 맞닿아 있다. 심지어, 경계를 지우거나 교차하는 연출로 벽과 바닥의 구분을 흐리게 하고, 끌어당기는 중력, 이것을 밀어내고 부유하게 하는 척력이 병치되는 공간을 설정했다. 그의 공간에서 모든 면은 바닥의 성질을 발산한다. 서로가 서로의 면을 지지하고 연결하여 우리 눈에 맺히지 않는 땅의 또 다른 면모를 발견하게 한다. 이곳은 동선을 유도하지 않는다. 앞과 뒤를 구분하지 않고, 순서를 강요하지 않는다. 길 또한 정해져 있지 않다. 한 사람의 발걸음, 또 다른 사람의 발걸음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유연한 자리이다. 특히, 그의 작업 중 일부는 500도의 저온 소성 과정을 거친다. 이론적으로는 이 과정을 거친 도자는 일정한 시간이 흐른 후에 흙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인간의 손, 우리 종이 가진 사물을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을 활용하지만, 땅이 지닌 흡수 하고 재생하는 성질을 수용하는 것이다. 이는 개입에 대한 작가의 메시지다. 타자와 외부, 우리 종 이외의 자연과 환경에 얼마만큼 개입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이혜지가 말하는 어름, 두 사물의 끝이 맞닿은 자리는 결국, 종과 종의 개입이 사라진 공간이며, 드러나고 숨겨짐의 사이에 있는 공평하고 정당한 바닥에 관한 이야기다.
(전시 서문 중에서)
작가 | 이혜지 |
전시장 | 예술공간 의식주 (the necessaries, アートスペース衣食住) |
주소 | 03695 서울 서대문구 홍연길 80 201호 |
기간 | 2024.09.28(토) - 10.13(일) |
관람시간 | 13:30-18:30 |
휴일 | 월요일, 화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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