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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전날 저녁 Three Yesterday Nights)

페리지갤러리

2023.08.09(수) - 09.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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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지갤러리는 35세 이하 젊은 작가에 주목하는 기획전 프로그램 ‘Perigee Unfold’의 2023년 전시로 고요손, 김상소, 정주원 작가의 3인전 《세 개의 전날 저녁(Three Yesterday Nights)》을 개최한다.

전시 《세 개의 전날 저녁》의 기획은 동시대 미술이 서사를 그려내는 방식에 주목하며 시작되었다. 과거의 미술 이론은 미술의 고유한 형식을 탐구하기 위해 내용이 되는 서사를 배제하는 식으로 둘 사이의 대립구도를 각인시켜 두었다. 그러나 이제는 오히려 형식과 내용이 서로 연동하는 방식을 규명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느껴지곤 한다. 최근 젊은 작가들의 작업에서 내용의 존재감은 꽤 크게 나타나는데, 많은 경우 픽션과 논픽션, 신화와 일상의 요소들을 뒤섞고, 작업 안에서 특유의 세계관을 구축해가곤 한다. 그러나 미술은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일반적이고 친절한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다. 소설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나갈 수 있도록 순서를 제시하지도, 극예술처럼 사람이 직접 등장해 대사를 들려주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이야기를 전달하는 미술의 방식은 무엇인가?
내용의 심층을 담아내는 미술의 방식은 글에 비유하자면 산문보다는 고도로 응축된 시에 더 가까울 것이다. 각각의 작업들은 약속되지 않은 언어로 쓰인 시 같아서 쉽게 해독되지 않는다. 이는 관람자를 당황하게 하는 요인이자 특유의 매력으로 작용하는데, 미술을 ‘읽기’란 일종의 ‘쓰기’가 될 수도 있을 정도로 능동적인 행위가 된다. 그렇기에 단 하나의 정해진 결말은 미술이라는 매체와 어울리지 않는다. 이 전시 또한 하나의 메시지를 상정해두기보다는, ‘쓰기로서의 읽기’라는 문제의식과 ‘이야기의 여러 갈림길’이라는 구조를 가지고 고요손, 김상소, 정주원 세 사람의 작업을 함께 소개한다.

먼저 정주원, 김상소 두 작가는 회화의 평면 위에서 서사적인 요소를 다룬다. 정주원의 작업은 주로 개인적인 서사에서 출발하지만, 그는 이야기를 ‘다 알려주지 않는’ 회화의 특성을 잘 인지하고 있기에 실제 서사와 이미지 사이의 간극을 다양한 해석 가능성으로 열어둔다. 그의 작업에서 읽히는 것은 매끄럽게 연결되는 서사라기보다는 일상 속에 일어난 낯선 균열을 드러내는 단상들이다. 이번 전시 작업들은 그가 여러 차례 몽골을 여행하며 본 것들과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몽골이라는 장소는 일종의 환상적인 세계로 인식될 수 있지만, 지속적인 경험을 통해 일상으로 전환되는 순간부터는 더 이상 환상에 머물지 못한다. 과거의 기억으로 아름다운 추상이 되었던 곳을 다시 현실로 마주하게 되며 익숙함과 두려움이 교차하고, 계산적인 인간관계와 같은 예상치 못한 요인이 끼어드는 순간. 정주원은 바로 그러한 순간에서 파생된 단상들을 보여준다.

김상소는 소설을 회화와 전시의 문법으로 ‘번역’하는 일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다. 그가 이번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은 앤 카슨의 소설 『빨강의 자서전』은 ‘다시 쓴’ 신화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헤라클레스에게 죽임 당한 빨강 괴물 게리온에 관한 에피소드는 두 차례 다시 쓰였으며, 비극의 서사를 지닌 주인공으로 전환된 게리온은 풍부한 이미지의 자서전을 보유하게 되었다. 김상소는 다시 쓰인 게리온과 헤라클레스의 다면적인 캐릭터성에 주목하여 그들의 면면을 분해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조합해 나간다. 각 캐릭터는 12~15개의 모듈을 조합한 형태로, 작가는 먼저 완성된 틀을 정해 두지 않고 부분들을 만들어낸 후에 몇몇 조각들을 취사선택하여 집합을 이루게 하는 방식을 택했다. 많은 조각들 중 신중하게 선택된 이미지들이 게리온과 헤라클레스를 형성하고, 두 인물의 특징은 각각의 세부 내용뿐만 아니라 틀의 형태를 달리함으로써 드러난다. 또한, 상충되는 여러 요소들을 동시에 지닌 캐릭터들은 반전에 열려있으며 여러 개의 결말을 상상할 수 있게 한다.

고요손은 이번 전시에서 자신의 첫 개인전이었던 《미셸》(2021)에 대한 ‘다시 읽기'이자 '다시 쓰기’를 시도하여 일종의 속편이기도 한 신작을 선보인다. 그는 지금까지 조각을 바라보는 것 이외의 감각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다양하고 풍성한 방식을 실험해왔고, 그 일환으로 조각이 주인공이 되는 극을 만들어왔다. 《미셸》(2021)은 자신이 연출한 공간에서 여러 퍼포머(미셸)들로 하여금 조각들과 설치된 요소들을 작동시키도록 했으며, 이는 그야말로 하나의 미술 작업을 ‘읽는’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실험이었다. 그리고 이제 다른 시공간에서 펼쳐질 <미셸2: 잉크와 사랑의 백업>(2023)은 다른 두 작가의 작업 또한 소리와 몸짓으로 퍼포먼스에 융화시키며 공간 안에 새로운 서사를 불어 넣는 실험으로 이어진다. 고요손의 퍼포먼스는 8월 12일(토), 9월 2일(토) 양일 사전 예약제로 진행될 예정이다.
작가고요손, 김상소, 정주원
전시장페리지갤러리 (PERIGEE GALLERY, ペリジー・ギャラリー)
주소
06716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대로 18
오시는 길
3호선 남부터미널역 5번 출구에서601m
기간2023.08.09(수) - 09.11(월)
관람시간10:30 - 18:00
휴일일요일, 공휴일, 12/3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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