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NOW WHAT?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전시실 1, 2

2023.04.25(화) - 07.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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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아트를 가장 맛있게 볼 수 있는 전시를 상상한다.

참여 작가 샘 발로우(Sam Barlow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업 과정을 레몬 머랭 파이를 만드는 것에 비유했다. 파티시에가 익숙한 파이의 모양과 경험을 버리고 분해된 파이를 제공할 때 우리는 훨씬 더 의미 있는 달콤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것. 여전히 본질은 레몬 머랭 파이지만 평소와 다르게 먹는 경험에서 더 많은 감각과 사유를 하게 되고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본 전시는 비디오 아트의 의미 있는 달콤함을 위하여 본래의 구조를 해체하여 원료가 되는 사건과 작가의 경험, 감정, 의미들을 흩어놓고 뒤섞었다.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제 관객의 차례다. 게임의 시작을 알리는 질문은 당신이 시도하려는 거의 모든 행위가 가능할 것이라는 부추김이다. 관객은 이 전시에서 비디오 아트가 만들어지는 조건들을 탐험하게 될 것이다. 자신만의 특별한 맛을 찾기 위해 미디어 기억의 조각들을 재조합하고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 우리는 관객이 한 명의 플레이어가 되어 비디오 아트 감상의 즐거움과 작가들이 이야기하는 본질에 깊이 다가가길 기대한다.

동시대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뉴 미디어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향유하는 매체다. 셀 수 없이 다양한 형식들이 복잡한 노드를 이루고 선택적으로 연결되어 무한한 경험의 가짓수를 창출한다. 하지만 그러한 뉴 미디어의 속성도 화이트 큐브의 포맷으로 들어오면 버벅거리기 시작하고 그리 극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것은 태생적으로 일방향의 매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미술 전시의 태도는 경험과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쉬운 지점이 있다. 특히 우리가 살피고자 하는 비디오 아트는 폭발적으로 순환하는 미디어 생태계 속에서 하얀 벽에 걸린 오래된 그림처럼 관객을 맞이하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우리는 비디오 아트의 본질이 스크린에 맺히는 프로젝터의 빛과 검은 패널은 아니라고 믿는다. 비디오 아트의 경험적 층위는 보다 복잡하고 자율적인 방식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를 위해 비디오 아트를 선행연구하고 작가들과 함께 작품을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들을 ‘게임적 연출’로 구현했다.

우선 우리는 전통적인 필름 메이킹을 시작으로 다큐멘터리, 인터랙션 비디오, 라이브 시뮬레이션 등 뉴 미디어를 다양한 방식으로 다루는 작가들을 초청하였고 그들의 작품 중 단채널 비디오로 귀결되는 형식의 작품을 중심으로 연구하였다. 가장 먼저 ‘샘 발로우, 하프 머메이드 프로덕션(Sam Barlow, Half Mermaid Productions)’은 기존의 영화가 가진 일방향성과 단선적 구조를 해체하여 비디오 아트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게임 <이모탈리티>를 제작했다. 플레이어는 편집실에 앉아 합쳐지지 않은 영화 세 편의 모든 신을 펼치고 재조합해 촬영되지 않은 행간을 유추해야 한다. 이는 본 전시가 촉발된 계기와도 맞닿아 있는 중요한 예시로서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김재원’은 퀴어와 질병 감염인의 삶, 연인과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의 작품은 이미지를 분절하거나 기억을 재구성하는 수법으로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구성된다. 우리는 이 작품들을 수행적 차원으로 변환하여 유사 감정 경험 장치들을 전시 공간 곳곳에 놓았다. ‘리아 리잘디(Riar Rizaldi)’는 인도네시아와 홍콩에 거주하면서 사회, 경제적 관점에서 소외되는 개인이나 특정 집단에 주목한다. 전시장에서 관객은 자연스러운 수행적 행위를 통해 어느새 소외된 개인이자 특정 집단이 되어 부조리한 역사의 구조나 고착된 삶에 대해 거부하는 작가의 태도와 동기화되어 이미지를 목격하고 증언들을 수집하게 될 것이다. ‘인터넷산악회’의 등산 다큐멘터리 <진경산수>는 등산객의 눈에 보이지 않았던 산의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한다. 그들은 비디오에서 ‘산’의 실재적 지형도 위에 민족, 정체성, 문화, 세대, 기후 등 시대의 총체적 이야기를 전달하고 관객에게 시대의 목격자가 되어줄 것을 요청한다. 우리는 이러한 비디오의 의지를 이어받아 목격자로서의 행위와 경험을 구체화했다. 한편, ‘테오 트리안타필리디스(Theo Triantafyllidis)’는 인간과 비인간, 자연 환경에 대한 정의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실과 유비되는 가상의 존재가 거주하는 메타 생태계를 구현한다. 그중 <버그심(페로몬 스파) (BugSim(Pheromone Spa))>은 자율 생태계가 작동하는 라이브 시뮬레이션 작업이다. 이 작품은 전시 공간에 특별하게 놓여 그 자체로 관찰과 탐구의 대상이 된다. 방학숙제로 모형 개미집을 관찰하는 것처럼, 혹은 현실을 반추하는 거울처럼 관람객과 상호작용하길 바라는 의도가 있다. 마지막으로 미술가이자 영화감독이기도 한 ‘윤지원’은 색면으로 이뤄진 비디오 신작 <관객에 대한 절대적인 작용>(2023)을 선보인다. 이 작품의 구성은 러시아 영화감독 세르게이 예이젠시테인(Sergei Eisenstein)의 『작품의 구조에 대하여(1939)』에서 비롯한다. 관객이 탁월한 황금비를 관람하며 작품을 구성한 규칙을 유추해 보길 바란다. 규칙을 익히고 그 안에서 가능한 일을 연결하여 창발적 관람을 하는 것이야말로 비디오 아트를 가장 맛있게 볼 수 있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두 번째 단계로 위에 나열된 비디오 아트의 해석적 층위와 분절된 경험 조각들을 원활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게임적 텍스트를 마련하고 공간을 연출했다. 게임의 다양한 형식 중에서도 컴퓨팅 파워의 발전과 함께 플레이어에게 더 많은 상호작용을 요구했던 ‘이머시브 시뮬레이션(Immersive Simulation)’ 게임이 주요했다. 이를테면 초기 게임에서 플레이어의 행위가 필수적인 행위에 국한되어 있었다면, 이머시브 심에서는 플레이어가 환경의 거의 모든 요소와 상호작용한다. 플레이어는 본래의 의무와 관계없이 주어진 환경에서 자율성을 가질 수 있으며 정해진 공략에 따르지 않고 반복되는 시도와 경험을 통해 새로운 규칙을 발견하여 창발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다. 또한 시행착오로 쌓인 숙련도는 게임 내 세계관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몰입을 만든다.

이런 것을 고려한 전시 연출은 현대의 불확실성과 참여 작가들의 심리적 배경이기도 한 도시의 회색 지대를 무대로 한다. 그중에서도 ‘가상의 다리 밑’을 구현했다. 다리 밑은 관객들의 실패가 탈락이 아닌 경험과 숙련으로 돌아오는 림보와 같은 공간으로 이곳에서 작가들과 기획자들은 개인의 미디어적 경험과 주관적 기억들이 단순 감상을 넘어 공동의 경험과 기억, 언어로 기록되기 위해서 어떤 과정이 필요할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렇게 고안한 과정은 활동지가 되어 모든 플레이어에게 주어진다. 플레이어에게 장소성이 1차적 기시감을 보여준다면, 활동지는 동사적 행위를 통해 작가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경험과 언어의 절차적 숙련을 돕는 튜토리얼이자 임무목록인 셈이다. 이제 임무 목록을 손에 든 관객(플레이어)은 다시 우리의 질문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처럼 본 전시는 플레이어의 의지대로 자유롭게 동선을 정하고, 탐험하는 상호작용을 통해 작품의 규칙 혹은 언어를 경험적 차원에서 흡수하길 기대한다. 이것은 고도의 숙련된 태도를 통해 비디오 아트가 투사하는 현실과 미학적 인식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동시대의 적극적인 관객이 던질 수 있는 “무엇을 위한 상호작용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비평적 답안을 제시하기 위함이다.

후원: LG 디스플레이, LG 디지털 사이니지, LG 프로빔
전시기획: 김웅현, 김영수 초청기획자, 유한나 학예연구사, 허태영 코디네이터
작가김재원, 윤지원, 인터넷산악회, 리아 리잘디, 샘 발로우, 하프 머메이드 프로덕션, 테오 트리안타필리디스
전시장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Buk-Seoul Museum of Art, ソウル市立北ソウル美術館) 전시실 1, 2
주소
01783
서울 노원구 동일로 1238
오시는 길지하철 7호선 하계역 1번 출구에서 354m
기간2023.04.25(화) - 07.09(일)
관람시간화요일-금요일 10:00 - 20:00 / 토요일-일요일 10:00 - 19:00(여름) 10:00 - 18:00(겨울), 매월 마지막 수요일 10:00 - 22:00
휴일월요일, 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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