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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E

스페이스 카다로그

2026.02.26(목) - 03.18(수)

이 이벤트는은 휴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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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STELLE (슈텔레)
참여작가: 서지우, 안은샘
기획: 모희
전시기간: 2026년 2월 26일(목) – 3월 18일(수)
전시장소: 스페이스 카다로그 (서울시 중구 수표로 58-1, 3F)
관람시간: 화 - 금 13:00 - 19:00 / 토ㆍ일ㆍ공휴일 13:00 - 18:00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카다로그는 2026년 2월 26일부터 3월 18일까지 서지우(b.1991)와 안은샘(b.1999)의 2인전 《STELLE (슈텔레)》를 개최한다. 전시의 제목 ‘stelle(슈텔레)’는 관계와 배열 속 의미가 마련되는 자리를 가리킨다. 전시는 구체시(concrete poetry)의 시적 형식을 빌어 의미가 생성되는 조건과 그 발화 방식을 사유한다. 구체시가 ‘문자’를 재료 삼아 하나의 시각적 전체로 의미를 전달하듯, 서지우와 안은샘은 재료의 단위와 조합, 형태의 공간적 짜임을 통해 조형 언어를 구축해낸다. 전시는 이들이 빚어낸 운율이 시(각)적 차원으로 발화되는 장면을 함께 목도하고자 한다.

한편 ‘상상’은 사물과 형태가 관계 속에서 자리를 획득하도록 돕는 힘으로 작동한다. 주어진 세계를 다시 배열하고 활성화하는 능동적인 인식은 현실에 기반을 둔 상상의 구조 안에서 이루어진다. 두 작가는 상상으로 하여금 서로 다른 방향에서 우연과 필연의 층위를 잇는다. 세계가 제시하는 조건으로서의 우연, 잠정적으로 형성된 필연은 새롭게 드러난 의미의 자리에서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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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서문 (전문)
자리의 시학 글: 모희

말들은 투명하다. 갖추어 새겨 둔 몇 개의 낱말은 의미를 건네고 물러나 스스로를 지운다. 막 운을 뗀 문장들이 이해에 다다르는 사이, 휘발된 자리에는 흰 종이와 검은 글자만이 남는다. 조각난 문장과 단어의 배열은 의미가 잠잠해질 즈음 다시 떠오른다. 주어진 사각의 틀 안에서 건져 올린 실낱같은 짜임의 가닥. 교차하는 선들을 손에 쥐고 향한 곳에는 다성의 말들 사이에 놓인 야트막한 자리가 있다. 이해를 앞질러 작동하는 상상은 이 구획된 형태와 간격의 자리에서 샘솟는다. 투명함을 거부하고 위치와 부피를 획득한 언어는 이제 공간을 점유하는 눈앞의 물질로 존재한다.

시적 언어가 생동하는 상상의 작용 속에서 파악될 때, 우리가 헤아려야 할 것은 상상을 전개시키는 문장과 이미지를 빛내는 행간의 무구한 장소이다.[1] 그 지반 위에 거주하는 상상은 굽어본 현실과 동일한 의미의 장으로부터 무한히 뻗어 나간다. 선재하는 의미 너머의 상상이 무한하다면, 이는 대상을 지각하는 우리의 방식이 끝없이 열려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가 보는 대상, 또는 대상이 속한 현실 자체가 이미 무한하게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빚어진 상(像)은 포착한 의미장의 크기 만큼이나 실재적이다. 이때 연루된 대상과 우리 자신 사이에는 현실의 새로운 차원이 열린다.[2] 오직 다른 자리(들)과의 관계 속에서만 성립하는 자리, 슈텔레(stelle)가 가리키는 지점이 여기 있다. 의미는 사물의 고유한 성질과 우리의 지각이 맺는 관계로 하여금 새롭게 발생한다. 시적 언어는 상상을 일으키되 그 방향을 강제하지 않는 한에서, 언어의 가장 물질적인 형식과 의미의 발생 조건을 현시하는 한에서 자리를 지킨다. 전시는 이러한 상상력의 산물로서 이미지를 다루는 서지우와 안은샘의 작업을 아울러 살핀다—조각과 회화, 지도와 달력, 글자와 숫자, 구조와 리듬… 이들이 단서 삼는 현실과 거두어 엮어낸 형식 모두 다른 방향을 겨냥하지만, 전시는 상이한 조건 아래 교차하는 의미의 자리를 함께 목도한다. 두 개의 다른 장소는 카다로그라는 전시장, 또는 슈텔레라는 하나의 장면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발화한다.

축적된 과거는 도착한 현재의 물리적인 겹으로 우리에게 와 닿는다. 저 밖으로부터, 낯설게 반향하는 풍경은 상상을 경유하여 내면화된 구조를 이룬다. 서지우는 도시의 시간을 보유한 사물들 가운데 작업의 재료를 길어 올린다. 늘어선 화강암과 부서진 타일 조각은 종묘에서 남산에 이르는 세운상가 일대를 중심으로 수집되었다. 슬레이트 판재와 노란 조명 또한 근방을 뒤덮었던 무허가 판자집과 상업지구에서 착안한 소재이다(〈마치 서울이란 바다에 뜬 아파트란 배처럼〉, 2026). 우연히 마주한 풍경의 잔여는 무게와 질감을 가진 세계의 일부로, 조각을 이루는 조형의 단위로 치환된다. 이처럼 이양된 재료는 인과적인 서사에 복무하는 투명한 매개체의 역할에서 탈피한다. 조각이라는 형식 안에서, 실재하는 사물은 그것이 연원하는 시공의 증거가 아닌 구조적인 관계로 응결된다. ‘장밋빛 청사진’을 꿈꾸었던 판자촌이 현재의 북적한 골목 위로 겹쳐지고, 골목마다 옮겨갔던 동선이 조각의 몸을 가진 지도가 될 때, 서지우의 작업은 시적 연상의 과정을 거친 미증유의 이미지로 자리 잡는다. 응집된 이미지는 추적한 역사를 덜 설명하는 대신 삶에 더 가까워진다.[3] 다만 목적에서 해방된 사물은 상상의 필연성에 따라 거듭 재배열된다. 고정된 외양에 머무르기보다 매번의 조건에 유연하기를 택하면서, 조각은 구문(syntax)의 형식을 취한다. 구문으로 조립된 형태는 언제든 모이고 흩어질 수 있는 여러 갈래의 의미를 품는다.[4] 따라서 여기서 이루어진 일시적인 배치 또한 “무한히 속행될 수 있는 일련의 변형 작용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5] 과거를 복원하지 않고 현재 그 자체로서 미래로 투사된 조각은 우발적인 사건 안에서 고유한 의미의 조건을 마련한다.

때에 맞춰 찾아오는 계절의 변화는 우리의 의식과 무관하게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규칙적인 현상은 그 합리와 예외의 합을 통해 커다란 순환 속 작은 우연의 상태로 다가온다. 안은샘의 회화-콜라주에서 시간의 흐름을 알리는 대상은 저마다에 상응하는 형상으로 수치와 성질의 필연성을 표지한다. 이를테면 2017년 겨울부터 2024년 겨울까지, 서울에 눈이 왔던 날들의 기록은 동그랗게 하강하는 눈송이의 모양으로(〈눈 오는 날〉, 2026), 제주에 제비가 처음 관측된 날들의 모음은 겨울에서 봄으로 향하는 여정의 형상으로 덧대어진다(〈제비 오는 날〉, 2026). 조형 요소들 간의 관계는 특정한 질량과 방수의 직물로 가시화된다. 안은샘은 여기에 ‘노노그램’이라는 퍼즐 게임의 방법을 빌어 의미가 도래하는 방식을 드러낸다. 화면 위의 그리드와 도형은 추상적인 공식이 아닌 무게와 밀도를 가진 구체적인 조형 단위로 활용된다. 그러나 귀결될 형태가 결정론적으로 주어지는 노노그램과 달리, 회화에 깃드는 이미지는 언제나 예정된 결말을 벗어난다. 상상은 바로 이 자리에서, 예측 가능한 값과 보류된 의미의 간극에서 작동한다. 당도한 풍경은 서정성에 매몰되는 대신 규칙을 충실히 이행하는 과정 속 우연한 계기로 새겨진다. 높고 낮은 음조의 색들이 공통의 척도로 환원되지 않는다는 점 또한 중요하다. 색은 서로를 이끌어 오고 밀어내는 나름의 문법을 따르는 동시에 산정된 모든 체계로부터 빠져나간다.[6] 이로써 안은샘이 택한 색채와 기호는 부여된 단위의 틀을 넘어 시(각)적 차원에서 발화한다. 적당한 관조의 거리를 유지하는 상상력은 이 규칙과 변주를 오가는 리듬을 품는다.

상상력의 보편성과 독자성을 역설했던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는 그 양가성과 시적 이미지를 사유하며 빈번히 자유를 말했다. 개별 상상력의 자유로운 작용은 보편적인 가치와 완고한 질서 내에서 궁극적인 의미를 얻는다.7 전시가 모의한 것은 각자의 법칙만을 밀고 나간 두 작가가 스스로 빚어낸 자율성의 교차였다. 고유한 의미장을 구축해온 이들의 작업은 엇갈린 경로에서 마땅히 교차한다. 우연히 맞닥뜨린 도시의 단면을 조각의 구문으로 엮고, 필연적인 규칙을 통과시킨 우연의 현상을 직조하면서, 서지우와 안은샘은 반대 방향의 길을 횡단한다. 서로의 차이는 다시금 전시가 말하는 자리, ‘슈텔레’가 함유하는 의미의 역동성을 부연한다. 사각의 전시장에 놓인 색색의 말들은 더 이상 의미의 베일 아래 사라지지 않는다. 어긋나 맞물린 그림과 조각이 눈에 밟힐 때에는 이미 당신의 자리도 열린 것이라고, 전시는 말한다.

[1] 가스통 바슐라르, 곽광수 역, 『공간의 시학』, 동문선, 2023, p.66.
[2] “상상은 그 자체로 실재의 한 영역이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은, 적어도 우리가 그것을 상상한다고 하는 바로 그 정도만큼 실재적이다. 그렇지 않다면 꿈을 꿀 때마다 우리는 실재를 떠나게 될 것이다. 꿈, 몽상, 그리고 예술 작품에 의해 활성화된 미적 경험은 우리를 실재적인 것과 관계 맺게 한다. (…) 상상은 그 자체로 실재의 한 영역이다.” 마르쿠스 가브리엘, 김남시 역, 『예술의 힘』, 이비, 2022, p.17-18, 50.
[3] 르네 위그, 곽광수 역, 『보이는 것과의 대화』, 열화당, 2017, p.587.
[4] 본래 하나로 조립된 작품 〈마치 서울이란 바다에 뜬 아파트란 배처럼〉(2026)은 이번 전시에서 여러 개의 파편으로 나뉘어 설치되었다.
[5] 폴 발레리, 정락길 역, 『인간과 조개껍질』, 이모션북스, 2021, p.128.
[6] 위그, 앞의 책, p.324-327. 7바슐라르, 앞의 책, p.12-14, 176.
작가서지우, 안은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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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2026.02.26(목) - 03.18(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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