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의 일상에서 원하는 장소를 가기 위해 핸드폰 속 지도 앱을 연다. 출발지에는 나의 현재 위치를 입력하고 도착지에는 가야 하는 주소를 입력한 후 길 찾기 버튼을 터치한다. 입력값을 기반해 지도상에는 출발점과 도착점이라는 두 점이 표시된다. 지도 앱은 이 두 점을 이어주는 가장 효율적인 경로들을 찾아 제시한다. 지도가 제시한 경로 이동을 기반으로 길을 나서다 보면, 실제의 길과 지도가 안내하는 경로인 색 선을 번갈아 보면서 도착지를 향해 나아간다. 시간을 앞다투는 바쁜 일상에선 지름길과 돌아가는 길, 즉 에움길 중 큰 고민 없이 지름길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1분 1초가 촉박한 순간에서 ‘길’은 탐색과 발견, 감상의 대상이 아닌 오직 도착할 목적지를 위해 빨리 지나쳐야 하는 허들에 불과하다. 경주마에게 차안대(遮眼帶)를 씌우듯 시야의 양옆을 가리고 내달린 길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 외엔 남는 것이 없다. 가장 빠른 길이라 여겼던 경로가 예기치 못한 변수를 만나거나 다른 길을 찾고 싶은 호기심이 생길 때, 지도가 안내해 주지 못한 우회로를 개척하기도 한다. 무언가 놓친 것은 없는지, 보고 듣고, 냄새를 맡고 온도를 느끼는 순간을 감지하기 위해선 오감을 열고 충만한 감각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삶의 조각을 차곡차곡 쌓는 것이다. 매끈하고 반듯한 지도의 길이 현실에선 울퉁불퉁하거나 지도에 표기되지 않은 막다른 길로 마주하듯이 길을 둘러싼 많은 변수를 발견하는 일은 수많은 소우주를 경험하는 계기를 준다. 이처럼 에움길은 선적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과속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회하고 돌아가게 만들어 발견하지 못했던 수많은 것들을 재고하고 깨닫게 만든다. 이번 전시의 작가들은 이런 에움길을 작업의 과정으로 찾아 나선다. 추상을 다루는 작가들의 작품에서 직관적인 추상의 경지는 단순한 한 획이 아니다. 수많은 에움길을 돌고 돌아 발견하고 축적한 요소들이 농축되어 하나의 터치가 되고 형태를 마무리 짓는 손짓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이모나는 여행하거나 살았던 장소의 기억, 어린 시절의 추억과 일상의 풍경을 둘러 간다. 작품의 제목은 에세이나 시의 제목처럼 작가의 기억을 한 조각씩 담아낸다. 작가는 주로 갈색과 같은 따뜻한 색감을 다루며 반창고나 천, 크래프트지를 콜라주 재료로 사용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스한 눈길이 그대로 표현된 그림 위에 의사 부모님의 자녀로 성장하며 익숙하게 가지고 놀았던 어린 시절의 놀잇감을 소환해 추억한다.
김연진은 작가의 뒤엉킨 감정의 뉘앙스나 실타래를 따라가며 우회한다. 작가는 자신의 삶에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세밀하고 뒤엉킨 감정을 핀셋으로 하나씩 꼽아 유리 조각으로 나타낸다. 반짝이지만 속이 보이지 않고 상대를 반사하는 검은 유리, 속을 훤히 드러내며 주변의 모든 것을 담아내는 유리, 반투명한 색으로 자연스럽게 배경과 스며든 유리는 다양한 감정의 색깔과 모양을 대변한다. 유기적인 조각의 형태 사이에 뾰족한 꼭짓점은 작가가 꼽아낸 감정임을 암시한다.
신지아의 에움길은 의식이 닿을 수 없는 무의식의 경로이다. 작가는 무의식의 영역에서 나타나는 내면의 언어와 감정을 가장 순수한 상태로 끄집어낸다. 무의식 속 자아를 표현하는 과정이 작품 속 추상적 표현으로 발현되고, 이는 관객에게 완벽한 이해가 어려운 상황을 마주하게 한다. 이러한 순간은 곧 관객들이 자신의 무의식을 발견하는 하나의 사건이자 돌발적인 이벤트가 된다. 이해의 영역이 아닌 발견의 영역으로서 나타나는 추상적 표현은 의식하지 못한 자아와 마주하는 시간을 제공한다.
김레이시는 자신의 에움길에서 하나의 획으로서 선(Line)이자 정신으로서 선(Zen)을 발견한다. 작가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선(Line)은 진심으로 그어낸 하나의 선이자 여러 갈래의 길이며 다른 이들과의 연결을 상징한다. 연결의 순간들이 모여 모두의 마음속에서 자리했던 선(禪)을 만나는 순간 조화를 얻게 된다. 힘차게 출발하며 얽히고 펼쳐지는 선의 움직임은 언제나 제자리에 남아있는 마음속 “진심”을 향해 나아간다. 작가에게 ‘선’ 페인팅은 마음의 본래 자리를 향한 과정이고 직관이자 기록이다.
물리적인 길을 꿋꿋하게 돌아가듯 이번 전시에서 만나는 작가들은 삶의 추억과 감정, 무의식 그리고 모두가 연결된 조화라는 추상적 요소를 탐구하고 현실로 꺼내어 관객들에게 회화와 조각으로 선보인다. 현실의 삶에서 구체적인 지표나 통계는 수많은 비교와 분석을 거쳐 결과값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정작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해 쏟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해서 나를 구성하는 추억, 감정, 무의식을 되돌아보는 과정은 아주 짧은 시간만을 할애하게 된다. 마음을 다해 자신을 느끼고 찾다 보면 서로가 닿는 조화이자 선(禪)의 순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 만남으로 인해 우리는 돌아가는 길이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었음을, 기어코 걸어야만 했던 필연의 길이었음을 알게 된다. 작가들이 수많은 에움길을 거쳐 만나고 발견한 감각의 표현을 감상하면서 내가 지나쳤던 에움길을 한 발짝 내딛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모나는 여행하거나 살았던 장소의 기억, 어린 시절의 추억과 일상의 풍경을 둘러 간다. 작품의 제목은 에세이나 시의 제목처럼 작가의 기억을 한 조각씩 담아낸다. 작가는 주로 갈색과 같은 따뜻한 색감을 다루며 반창고나 천, 크래프트지를 콜라주 재료로 사용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스한 눈길이 그대로 표현된 그림 위에 의사 부모님의 자녀로 성장하며 익숙하게 가지고 놀았던 어린 시절의 놀잇감을 소환해 추억한다.
김연진은 작가의 뒤엉킨 감정의 뉘앙스나 실타래를 따라가며 우회한다. 작가는 자신의 삶에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세밀하고 뒤엉킨 감정을 핀셋으로 하나씩 꼽아 유리 조각으로 나타낸다. 반짝이지만 속이 보이지 않고 상대를 반사하는 검은 유리, 속을 훤히 드러내며 주변의 모든 것을 담아내는 유리, 반투명한 색으로 자연스럽게 배경과 스며든 유리는 다양한 감정의 색깔과 모양을 대변한다. 유기적인 조각의 형태 사이에 뾰족한 꼭짓점은 작가가 꼽아낸 감정임을 암시한다.
신지아의 에움길은 의식이 닿을 수 없는 무의식의 경로이다. 작가는 무의식의 영역에서 나타나는 내면의 언어와 감정을 가장 순수한 상태로 끄집어낸다. 무의식 속 자아를 표현하는 과정이 작품 속 추상적 표현으로 발현되고, 이는 관객에게 완벽한 이해가 어려운 상황을 마주하게 한다. 이러한 순간은 곧 관객들이 자신의 무의식을 발견하는 하나의 사건이자 돌발적인 이벤트가 된다. 이해의 영역이 아닌 발견의 영역으로서 나타나는 추상적 표현은 의식하지 못한 자아와 마주하는 시간을 제공한다.
김레이시는 자신의 에움길에서 하나의 획으로서 선(Line)이자 정신으로서 선(Zen)을 발견한다. 작가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선(Line)은 진심으로 그어낸 하나의 선이자 여러 갈래의 길이며 다른 이들과의 연결을 상징한다. 연결의 순간들이 모여 모두의 마음속에서 자리했던 선(禪)을 만나는 순간 조화를 얻게 된다. 힘차게 출발하며 얽히고 펼쳐지는 선의 움직임은 언제나 제자리에 남아있는 마음속 “진심”을 향해 나아간다. 작가에게 ‘선’ 페인팅은 마음의 본래 자리를 향한 과정이고 직관이자 기록이다.
물리적인 길을 꿋꿋하게 돌아가듯 이번 전시에서 만나는 작가들은 삶의 추억과 감정, 무의식 그리고 모두가 연결된 조화라는 추상적 요소를 탐구하고 현실로 꺼내어 관객들에게 회화와 조각으로 선보인다. 현실의 삶에서 구체적인 지표나 통계는 수많은 비교와 분석을 거쳐 결과값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정작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해 쏟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해서 나를 구성하는 추억, 감정, 무의식을 되돌아보는 과정은 아주 짧은 시간만을 할애하게 된다. 마음을 다해 자신을 느끼고 찾다 보면 서로가 닿는 조화이자 선(禪)의 순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 만남으로 인해 우리는 돌아가는 길이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었음을, 기어코 걸어야만 했던 필연의 길이었음을 알게 된다. 작가들이 수많은 에움길을 거쳐 만나고 발견한 감각의 표현을 감상하면서 내가 지나쳤던 에움길을 한 발짝 내딛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작가 | 김레이시, 김연진, 신지아, 이모나 |
전시장 | 로이갤러리 청담점 (ROY GALLERY Cheongdam, ロイ・ギャラリー・チョンダム) 4F, 5F |
주소 | 06064 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로146길 27-8 |
오시는 길 | 강남구청역 3-1번출구에서 도보 12분 |
기간 | 2023.04.29(토) - 05.21(일) |
관람시간 | 12:00 - 19:00 |
휴일 | 월요일, 공휴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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