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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 개인전 《Lines》

Shower

2025.10.25(토) - 11.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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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사물들이 익숙함 속에서 어긋나는 순간들—쌓인 고무줄이 파스타처럼 보이고, 젖은 박스가 음식의 질감처럼 부서질 때, 이영은 이같은 사물이 제자리를 벗어나 다른 재질 혹은 감각의 성질을 드러내는 미묘한 전이에 주목한다.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 감각은 서로 엇갈리고 겹쳐진다. 시각적 인식이 촉각과 미각, 후각으로 미끄러지고 사물은 더 이상 고정된 물질이 아닌 잠시 흔들리는 부유하는 존재로 변모한다. 이영은 이러한 감각의 뒤섞임을 조각적 사유로 연결하며 그 가능성의 표면을 더듬는다. 사물이 흔들리는 순간을 되짚는 과정으로서의 조각. 이는 순간의 재현이라기 보다 확장된 인식을 통해 벌어지는 물성 연구와 같다. 그는 사물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특정 감각을 일깨우는 요소들을 찾아 유사 감각의 순간을 공유한다. 물성에 대한 재사유를 통해 그의 조각은 정지된 대상을 향한 생산이 아니라,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가능성의 집합으로 드러난다.

이영은 그 가능성을 곱씹으며 의식에서 연상된 이미지를 유연하게 변주한다. 그의 작업에서 표현되는 다감각적 인식 경험은 감각의 불확실성과 주관성을 상기시킨다. 이는 곧 수없이 스쳐간, 그럴 수도 있었고 또 그렇지 않았을지도 모를 물질들을 떠올리며, 그 물질이 살아 움직이는 세계에 참여하는 일과 같다. 전시《Lines》는 이러한 참여로 물질과 작가가 서로 응답하며 길을 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서로의 거리를 탐색하며 부유하고, 느슨하게 엮인 거리감 속에서 하나의 흐름이 되거나 흩어지는 순간을 반복한다.

이는 팀 잉골드(Tim Ingold)가 Making(2013)에서 그었던 두 개의 선을 떠올리게 한다. 마치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때 남기는 흔적처럼 각 선은 움직임에 대한 경로라 할 수 있다. 하나는 감각으로 가득한 의식의 흐름이고, 다른 하나는 순환하고 뒤섞이는 물질의 흐름이다. 만들기는 물질과 제작자가 서로 응답하며 함께 길을 내는 과정이며, 그 속에서 사물은 더 이상 고정된 상태로 머물지 않는다. 물질이 단순히 가공되어야 하는 대상을 넘어 상황에 따라 특성을 드러내는 잠재력의 집합이라면, 이영의 작업실은 이를 감각하는 부엌이 되어 그 안에서 물질과의 조응으로 서로의 가능성을 조율해간다. 그리고 그의 조각은 두 선 사이, 그 틈새에서 발생한다. 석고를 반죽하며 파스타를 떠올리고, 파스타를 만지며 고무줄을 상상하는 전이의 과정 속에서 미끄러진 순간들이 물질과 함께 흐른다.

그리하여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사물은 정지되어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선처럼 흐르고 얽히는 과정 속에서 때론 나란히 서 있는 선을 꼬아버리거나 벌어진 틈을 충분히 감각하고 난 뒤에야 이해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만들기—조각을 옆으로 나란히 배열하는 횡적으로 읽기보다 90도를 돌려 과정에 따라 물질과 더불어 흐르게 하자. 멈춰 있던 사물이 다른 것으로 스치는 순간 익숙하고 고정된 세계로부터 벗어나는 것. 틀 안에 들어가기 직전에 떨어진 틈새에서 수많은 가능성과 조응하기. 두개의 선은 서로를 따라가며 함께 길을 낸다. 의식과 감각, 그리고 물질과 사물이 나란히, 때로는 엇갈리며.

글 황수정
작가이영
전시장Shower (샤워, シャワー)
주소
04336
서울 용산구 두텁바위로 61 지층
오시는 길4호선 숙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607m
기간2025.10.25(토) - 11.16(일)
관람시간13:00-19:00
휴일월요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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