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dograph パドグラフ 파도그래프

스핀-스팟

씨알콜렉티브

2025.06.17(화) - 07.26(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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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 이수지
디자인 : 이수지
2025.06.17(tue) – 07.26(sat) 
김정은 개인전 ≪스핀-스팟≫

2024년 겨울, 서울은 평소와는 다른 방식으로 그 중심을 드러냈다. 차도 위에는 교통의 흐름 대신 몸들의 흔적이 이어졌고, 같은 도로 위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들은 충돌했지만, 변화를 향한 집단적 열기와 진동 또한 공존했다. 김정은 작가는 도시를 걷고 몸으로 느끼며, 수치화할 수 없는 감각적인 것 혹은 도시의 잔차(residual)들을 지도화하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왔다. 지도는 공간을 정렬하고 경로를 제시하는 장치로서 필연적으로 소거와 배제를 통해 효율을 극대화한다. 그러나 작가는 지도 바깥으로 밀려난 요소들—무목적성, 우회, 반복, 감각의 비규칙성—을 새로운 범례로 삼고 감각적 지도로 재구성한다. 작가는 지난 겨울 동십자각에서 부터 광화문 부근까지를 걸으며, 마주한 도시적 풍경의 재현이나 기록이 아닌, 거리에서 감지한 진동과 긴장의 순간들을 전시장 안에 다층적인 감각 구조로 조직한다.

작가의 《Self Mapping》 시리즈는 보폭, 습관, 반복된 일상의 움직임을 정동적 궤적으로 변환하며, 도시의 표면 아래 중첩된 감각을 드러내는 첫 번째 실험이었다. 이후 《BLUE DOT》, 《교차맵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작업은 계획된 도시 환경 속에서 삭제되거나 무시된 경계와 지형, 추적되지 않는 감각을 다시 조직하는 방식으로 확장되어왔다. 이번 전시 《스핀-스팟》에서 작가는 도시적 장치들—차선, 펜스, 회전문, 임시 구조물들—을 출발점으로 삼아, 도시의 흐름을 구획하거나 시선을 통제하는 장치를 감각적 조형으로 치환한다. 이 장치들은 충돌하는 리듬과 교차하는 신체의 응답이 발생하는 장으로 작동하며, 감시와 통제가 촘촘히 배치된 도시 표면에서 감각이 스며들고 누출되는 다공성의 지대를 감지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이러한 접근은 <스팟 바운드> 작업으로 이어진다. 이 작업은 파랑, 노랑, 회색 등 거리에서 포착한 기호적 색채를 기반으로 구성되며, 김정은이 <색띠 맵핑 (on the road)>(2017)에서 특정 거리의 여정 속에서 추출한 색들을 연속된 띠로 전환해온 맥락을 계승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도 파란색을 도시의 주요 색상으로 채택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레일리 산란(Rayleigh scattering)’—이는 하늘이 파란색으로 보이는 이유이다.— 현상에서 착안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교통선, 펜스, 깃발, 안전복, 응원봉 등 거리 현장의 색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며, 색을 정보의 기호를 넘어 긴장과 에너지, 정서적 여운을 담는 조형적 제스처로 구현한다.

오늘날 도시 공간은 감시를 전제하지 않더라도, 자동화된 시선이 작동하는 조건 속에 구축된다. 도심 곳곳의 카메라와 센서 기반 장치, 홈캠이나 개인 방송 장비 같은 비공적 장치들까지 더해지며, 일상은 점점 더 실시간적 관리와 자기 연출이 병존하는 공간으로 변모한다. 이 장치들은 트래킹 알고리즘, 분할된 모니터, 다중 시점을 통해 시각화되고, 분산된 시선과 과잉된 정보는 지각을 과포화 상태로 몰아넣는다. 작가는 이러한 감시 시스템 구조를 차용하되, 그 기능을 비틀어 통제되지 않는 흐름과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들이 파고들 틈을 만든다.

신작 <드리프트 서킷>에서 *블롭 트래킹(blob tracking)이라는 CCTV 알고리즘을 차용한 이 작업에서 화면 위에는 사람을 대신하는 파란 점들이 식별되기를 거부하듯 흐릿하게 떨린다. 이는 누군가의 흔적이자 그들이 교차했던 자리에 남겨진 응축된 밀도이다. 편광 필름의 각도에 따라 파란 점은 가시와 비가시를 반복하며 감시 장치의 외형을 그대로 따르지만, 감시는 작동하지 않는다. 지연된 인식만이 장치 위에 유령처럼 남는다.

<스피닝 어라운드>의 끊임없이 회전하는 원형 이미지는 정보값의 단면을 시간의 결로 분해하고 교차시키며, 어긋남과 반복을 기반으로 새로운 구조를 직조한다. 이는 기존의 시간성과 데이터 흐름을 해체하면서 다층적 표면을 구성한다. 마치 같은 길을 걷는 몸들이 각자의 속도와 방향으로 서로 다른 풍경을 경험하듯, 비동기적인 체험들이 한 화면 위에서 나란히 놓이는 방식을 따른다. 이 시도는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색해온 양가적 매체화의 연장선에 있다. 반복과 어긋남, 그리고 중첩된 시간들이 한 화면 위에 머물게 되는 이 구조는 조용하지만 끊임없는 균열의 방식을 따른다.

이 미세한 떨림은 이제 전시장 전체로 번져나가, 조형물과 장치, 이미지와 동선이 얽혀 있는 공간 전체로 확장된다. 전시장은 일종의 게임 스테이지처럼 설계되어 있으며, 관객은 이 스테이지 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움직인다. 누군가는 제시된 경로를 따르고, 누군가는 이탈하거나 되돌아온다. 이곳에서 중요한 것은 도달이 아니라, 통과하는 방식과 감각의 방향성이다. 작업 사이를 지나며 피부에 닿는 바람은, 거리에서 감지된 에너지의 진동이 공간 속에서 다시 활성화되는 일종의 흔적이며, 이는 열기와 긴장의 잔향을 공감각적으로 환기하는 매개로 작용한다.

전시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원형의 이미지들은 단지 조형적 형상으로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응결된 중심이 아니라, 다시 흩어지고 흘러가는 ‘구멍’의 형상이다. 질 들뢰즈(Gilles Deleuze)가 분석한 베이컨 회화 속 **‘수채구멍’처럼, 이는 탈주이자 의미의 되감기 지점으로 기능한다.《스핀-스팟》은 통합되거나 평면화된 구조가 아니라, 그 안에 침투 가능한 다공성의 구조를 제안하며, 흐름이 어긋나고 빠져나가며 다시 뒤섞이는 소용돌이의 장소를 형성한다. 회전은 반복이 아닌 차이를 생성하는 운동, 시선은 응시가 아닌 퍼져나가는 리듬, 감시는 닫힘이 아닌 열림의 구획으로 형성된다.

《스핀-스팟》은 회전하고 미끄러지는 조건 위에 놓인다. 도시의 구조 속에서 형성된 이 공간은, 통제와 정렬의 흐름 속에서 누락되거나 지연된 감각을 다시 불러오는 하나의 무대이자 문지방(threshold)이 된다. 관객은 전시를 따라 걸으며 몸으로 감지했던 도시의 울림 속으로 자연스럽게 접속하게 된다. 이때 ‘스팟’은 고정된 장소가 아니라, 파동처럼 움직이는 하나의 물결이 된다. 도달이 아닌 재개로서. 다시, 또 다른 궤도를 그린다. 우리가 ‘스팟’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결국 그러한 움직임 그 자체다.

■ 이수빈(씨알콜렉티브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 블롭 트래킹은 비디오 트래킹(video tracking)의 한 방법이다. 비디오 트래킹은 순차적으로 비디오 프레임(frame)을 분석하고 프레임 간에 목표 가 되는 대상의 움직임을 출력하는 알고리즘(algorithm)을 이용한다. 블롭 트래킹은 밝기나 컬러의 속성을 중심으로 이 값이 같거나 유사한 픽셀의 집합을 추적하고 그 움직임을 추출해낸다.
김지혜, 『적외선 멀티 블롭 트래킹을 이용한 인터랙티브 멀티미디어 작품 제작 연구』, 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4, p.2

** 처음부터 형상은 신체이고 그 신체는 동그라미 안에서 생겨난다. 하지만 신체는 구조로부터 무언가를 기다릴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 안에서도 무언가를 기다린다. 이제 바로 이 신체 안에서 무언가가 일어난다. 그는 움직임의 근원이다…엄밀히 말해 신체는 빠져나기 위해 용쓰거나 기다린다. 내 신체로부터 벗어나려 하는 것은 나의 자아가 아니다. 신체 스스로가 자신으로부터 벗어나려 한다. … 한마디로 일종의 경련이다.
질 들뢰즈, 하태환 옮김,『감각의 논리』, 민음사,1995, p. 28.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창작주체

출처

작가김정은
전시장씨알콜렉티브 (CR Collective, シーアール・コレクティブ)
주소
03988
서울특별시 마포구 성미산로 120 일심빌딩 2층
오시는 길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도보 15분.
혹은 06번 마을버스를 타고 정류장 – '경성중고, 홍익디자인고등학교앞' 에서 하차.
기간2025.06.17(화) - 07.26(토)
관람시간12:00 - 18:00
휴일일요일, 월요일, 공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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