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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 불고기

아트스페이스 보안 3

2025.06.05(목) -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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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5489
양지훈 개인전

《도라지 불고기》

일시: 2025. 6. 5. (목) – 6. 29. (일)
오프닝: 2025. 6. 5. (목) 12:00 – 19:30
장소: 아트스페이스 보안 3
운영시간: 12:00 – 18:00
매주 월요일 휴관
입장료 무료

■ 주최·주관: 양지훈

■ 서문: 박동수

■ 디자인: 최효원

■ 음악: archie, 김준현

■ 사진 촬영: 현다혜

■ 미디어 환경 조성: 김동용

■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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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hoon Yang Solo Exhibition

Yakiniku ToTaJi

Date: 5. Jun. 2025 – 29. Jun. 2025
Opening: 5. Jun. 2025. 12:00 – 19:30
Venue: ARTSPACE BOAN 3
Hours: 12PM – 6PM
Closed on Mondays
Free Admission

Organized by Yang Jihoon
Text by Park Dongsoo
Design by Choi Hyowon
Music by archie, Kim Joonhyun
Photography by Hyun Dahye
Media Environment Setup by Kim Dongyong
Supported by Arts Council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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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협하는 세계에서

박동수

두 개의 장면.

오랜 시간 재일조선인을 카메라에 담아온 박수남 감독은 <되살아나는 목소리>(2023)에서 자신이 카메라를 든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처음에는 펜이었습니다. 하지만 취재를 하다보니 그분들에게서 말이 안 나와요. (중략) 그런 침묵을 표현하는 데 말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떨리는 말 떨리는 몸 자체를 표현하는 데는 영상 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카메라로 바꾼거죠.”

시리즈의 50주년 기념작 <가면라이더: BLACK SUN>(2022)은 인간과 괴인이 뒤섞여 살아가는 세계를 다룬다. 인간화되어 살아가는 괴인들은 여느 도시의 인종적·민족적 소수자들이 그러하듯 한 지역에 모여 살아간다. 그들이 거주하는 시장에는 한국 라면과 과자 박스가 널려 있고, 가게 한 구석에는 한복이 걸려 있다. ‘인간’들은 그들이 사는 곳에서 행진하며 확성기로 헤이트스피치를 이어 나간다.

논픽션과 픽션을 가리지 않고 재일조선인은 역사의 피해자로, 차별과 혐오 속에서 살아가는 소수자로 재현되었다. 물론 이것의 재현은 중요한 문제다. 여전히 청산되지 않은 일제의 과오가 존재하고, 차별과 혐오는 현재진행형이다. 박수남이나 양영희의 다큐멘터리를 보지 않아도 우리는 피해의 역사를 기억할 수 있고, <피와 뼈>(2005)나 <파친코>(2022~2024)를 보지 않아도 차별의 시간을 알 수 있으며, <우리 학교>(2006)나 <나는 조선사람입니다>(2021)을 보지 않아도 조선학교 학생들에 공감할 수 있다. 그럼에도 영화들은 그것을 재현한다. 그러한 재현이 비윤리적이거나 잘못되었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때의 재현은 필요한 정치적 전략에 가깝다. 피해와 가해의 스펙터클, 일본과 한국, 북한을 넘나드는 재일조선인 인물들의 내러티브는 매력적이고, ‘기억하기의 정치’라는 측면에서 효과적이다. 피해와 차별을 증언하고 재연하는 얼굴은 영화적 장소이자 피해자됨과 약자됨이 체현된 표면이다.

개인전 ≪도라지 불고기≫에서 선보이는 양지훈의 두 작품 <도라지>와 <불고기>는 이에 대한 불만 혹은 반발에서 출발한다. 왜 재일조선인은 피해자 혹은 약자로만 재현되는가? 피해와 스펙터클과 약자의 내러티브를 갖지 못한 재일조선인은 재현의 대상에서 물러나는가? <도라지>는 대학 시절 ‘아는 형’인 익명의 재일조선인 남성과 그의 가족, 친구를 만나 보낸 시간을 담아낸다. 여행 브이로그의 형식을 띤 이 작품에서 작가를 제외한 인물들의 얼굴은 블러처리된다. 블러의 의미는 이중적이다. 하나는 작가에게 북한 여행이 담긴 비디오를 보여주고 조선학교에 동행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등장한 발화가 재일조선인 사회 안에서 ‘비판’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함일테다. 다른 하나는, 그것이 브이로그의 형식이기 때문이다. 거리의 행인들이나 가게의 상인들, 출연을 원치 않았으나 카메라에 찍힌 지인의 모습을 블러처리하는 것은 브이로그 제작의 관행 중 하나다.

<도라지>와는 다른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불고기>에서도 블러처리는 지속된다. 다만 <불고기>는 브이로그보다는 익숙한 다큐멘터리의 방식을 따라 촬영되고 편집되었다.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들, 조선학교의 풍경과 평범하게 밥을 먹고 노래방에서 노래하는 일상은 동일하게 등장하지만, 인터뷰이의 정면을 촬영한 인터뷰 장면이나 서로 다른 인터뷰를 교차편집하여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은 다큐멘터리 스토리텔링의 전형성을 따른다. 여기서 블러처리의 위상은 애매해진다. 익명화를 위해 애니메이션을 택한 몇몇 애니메이티드 다큐멘터리를 떠올려보자. 이들은 ‘다큐멘터리적인 것’을 획득하기 위해 다큐멘터리의 문법을 가져오되, 그것을 애니메이션의 표면으로 덮는다. 일종의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도 있을, <불고기>의 블러처리는 재일조선인이라는 대상을 재현하면서도 그들의 표면이라 할 수 있을 얼굴을 이미지 바깥으로 배제한다. 거기에는 이미지가 되지 못한 덩어리진 얼굴만이 있을 뿐이다.

얼굴 없는 이들의 이야기로 구성된 다큐멘터리는 무엇인가? 관객은 카메라 앞의 주어진 대상을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도라지>와 <불고기>의 다큐멘터리적 진정성이나 진실성을 의심할 수도, 심지어 그것이 비윤리적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이러한 비판은 일정 부분 타당하다. 그들의 이야기만을 취해 작가의 입맛대로 재일조선인을 재현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작품이 담아내는 재일조선인의 이미지에 집중해보자. 이들의 삶은 일제강점기와 분단이 만들어낸 역사적 아이러니 속에서 조총련과 조선학교라는 이름의 폐쇄적 공동체와 강제되는 국적 선택의 문제 속에 놓인다. 도입부에 열거한 작품들에서처럼 그것은 이들의 피해자됨과 약자됨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들의 삶이 피해자나 약자의 규범 속에 놓이는가? 학교에서는 북한 노래를 공연하지만 노래방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가요를 부르는, 여느 젊은이들처럼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진로를 고민하는 평범함이 여기에 담겨 있을 뿐이다.

이 평범함을 어떻게 찍을 수 있을까? 평범함에는 매력적인 내러티브도, 눈길을 사로잡는 스펙터클도 없다. 작가는 평범함의 유일한 스펙터클일 수 있을 얼굴마저 지워버렸다. 행여 관객이 저들의 얼굴을 재일조선인의 초상이라는 스펙터클로 받아들일 여지마저 배제한다. 운동장의 인공기, 강당에 걸린 북한 지도자들의 초상, 한복을 입고 안무를 추며 부르는 북한노래. 이것들은 얼굴 없는 재일조선인이 놓인 역사가 아니라 환경을 환기한다. 그들이 지금과 같은 삶을 살게 된 원인이 아니라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양지훈은 찍는다. <불고기>에서 작가가 스쳐지나가듯 말하듯이, 한국을 살아가는 (아마도 전시를 찾은 대부분의) 관객들은 경험하지 못했기에 궁금해하기도, 부러워하기도, 이상하게 바라보기도 하는 삶.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향한 카메라는 자연스레 미래를 그려낸다. 이 시간선은 일직선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한국, 북한, 일본이라는 세 개의 축이 만들어 낸 기억의 단층으로 인해 이 시간선은 단절된다. 양지훈은 그것이 왜 갈라졌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가 던지는 질문들은 단절된 시간의 덩어리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몸짓을 향한다. 얼굴 없는 재일조선인의 이미지에 우리는 쉬이 다가갈 수 없다. 다만 그들이 무엇을 하고 살고 있는지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불협하는 세계에서 평범함을 찍기. 그러니까 <도라지>와 <불고기>는 카메라 앞에 존재해 준 대상들을 특정한 무언가로 재현하지 않고자 하는 윤리를 건 내기다. 지워진 얼굴에서 무엇을 발견할지는 순전히 그것을 보는 관객에게 달려 있으니까.
작가양지훈
전시장아트스페이스 보안 (アートスペース・ボアン, ARTSPACE BOAN) 3
주소
03044
서울 종로구 효자로 33
오시는 길지하철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453m
기간2025.06.05(목) - 29(일)
관람시간12:00-18:00 *오프닝: 2025.6.6.(금) 4—8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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