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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MORPHOSIS

온수공간

2024.09.12(목) -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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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MORPHOSIS

이주선 개인전

2024. 9. 12 - 2024. 9. 29


장소 | 온수공간 2-3F
관람시간 | 12 - 7PM , 추석당일 휴관

주최/주관 | 이주선
후원 |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관람료는 무료입니다.
*주차는 인근 유료주차장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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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 Metamorphosis,

불가능한 예측 속에서삶에서 고통은 진부하게도 필연과 같아서 우리는 어느 때고 아프고 힘들어하지 않을 수가 없다. 몸을 숨긴다는 것은 그 모든 외부의 위험을 차단한다는 점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효과적인 선택지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누구의 눈에도 뜨이지 않음으로써 안전함을 영위하려면아이러니하게도 제 몸의 부피를 늘려야 가능하다. 무언가를 가리기 위해선 그것을 덮을 외피 혹은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때 물리적 실체로써 ‘몸’과, 그를 가려 보호하기 위한 ‘은신처’의 경계는 어디가 되는가? 그 경계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을까? 가장 사적인 장소는 몸의 상징적인 복제물처럼 나타나 몸의 움직임뿐 아니라 실제 외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1) 은신은 따라서 몸의 물리적 경계면을 덧쌓으며 연장되고, 몸을 숨기는 것을 넘어 다른 개체의 경계 사이로 들어가는 위장(camouflage)의 가능성을 암시하게 된다.

이주선은 작업 초기부터 설치와 퍼포먼스, 조각 등 여러 매체를 다루어왔는데, ‘신체’는 매체의 다양성을 관통하며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화려한 천을 거대한 나무판자에 부착한 후 그 뒤에 몸을 숨긴<Deja vu>(2019)와, 다채로운 색상의 깃털과 비즈를 큰 공 모양의 비닐로 감싸고 캐스팅한 팔과 다리를 부착한 <Something>(2020)은 몸을 과장되게 뭉뚱그리고 가린 채 가느다랗고 긴 팔다리만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형태적 유사성을 띤다. 나무판자나 비닐 공은 일종의 은신처로 보이기도 하는데, 이 작업들이 독일 유학 시절에 발표되었음을 고려한다면 낯선 환경에서 가장 안전한 곳을 찾으려는 몸부림 혹은 특정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을 모두 가림으로써 정체성을 모호하게 남겨두려는 의도로 보이기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설치 작품에서 팔, 다리처럼 직접적으로 신체를 가리키는 요소는 점차 사라지고, 재료와 형태로 하여금 신체를 은유하는 방식으로 전환된다는 점이다. 일례로 <Safezone>(2023)은 라텍스 조각과 바이오 플라스틱, 체인이 얼기설기 이어져 거대한 캐노피를 떠올리게 한다. 이주선은 이불 속에 숨어 있던 어린 날의 기억을 소환하며 작업했음을 말한 바 있는데,2) 피부와 유사한 질감의 라텍스로 제작된 캐노피 형태는 작가의 유년 시절 속 안식처를 가리키는 지표(index)로 작동한다. 이는 그의 신체를 보호하는 공간으로써 외피의 확장으로 이어지고, 관람자는 작가의 신체 내부로 침투하게 된다. 작가의 개인적 경험이 물화 되어 관객의 체험으로 넘어갔다는 점에서 작가의 과거와 관객의 현실이 마주치게 되는 것이다. 라텍스 조각 사이사이 띄어진 여백은 전시장을 한 겹 덮으며 공간 내􄞻외를 만들면서도 두 공간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고 하나의 형태로 아우르며 존재하는데, 몸을 숨긴 채 밖을 바라보는 자와 바깥에서 몸을 은닉한 자를 보는 사람은 캐노피의 틈을 오가며 공존한다.

세계로부터 몸을 차단해 숨기는 것이 은신이라면 위장은 세계와 자신과의 경계를 짓궂게 오가는 것일 테다. 자신이 놓인 상황에 맞게 몸을 쉬이 바꾸고, 언제 어떻게 또 모습을 바꿀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경계는 흐릿한 동시에 매번 바뀌기 때문이다. 명확히 안과 밖을 가르며 부풀려졌던 몸의 경계면은 이제 입구를 열고 벌려져 점차 열린 형태로 전개된다. 플루리포텐트와 온수공간에서 이어지는 작품들은 공간에 스며들고 기대어 있다. 안과 밖을 나누지 않고, 공간의 구조물에 걸리거나 이어지며 말이다. 특정 신체 부위는 더 이상 재현되지 않으며 작품의 시작과 끝은 여기저기 흩어지고 예상치 못한 곳에 집적되어 나타난다. 작품은 작가의 개인적 경험에서 확장되어 공간과의 배치, 전시를 방문한 불특정 다수의 관객과의 관계에 집중하는 양상을 띤다. 조립형 파이프로 뼈대를 세우고 단순한 직선 구조 조합의 변화를 실험한 작업은 공간 이곳저곳에 다양한 형태로 위치해 있다. <Converge>(2024)와 <Intersect>(2024), <Align>(2024) 등 일련의 작업은 그 제목이 이르는 바처럼 공간을 가로지르고, 벽과 몸체를 기대며 하나의 몸처럼 존재한다.

지금 이 순간, 이 공간에 가장 잘 맞는 방식으로 설치된다는 점에서 온수공간 내 설치된 조각은 변동성을 취한다. 그 예측불가능함은 퍼포먼스에서 더욱 강조된다. 플루리포텐트에서 보여진 <Interaction>(2024)의 경우, 작가는 베일로 입을 가리고 끈의 양쪽에 연결된 방울을 울리며 관람객 앞에 나선다. 변칙적으로 짤랑거리는 소리가 익숙해질 즈음 끈이 끊어지며 바닥에 방울이 흩어진다. 흩어진 방울을 따라가고, 그것을 다시 밟고, 굴리고, 그리하여 소리가 나지 않을 때까지 집요하게 움직이는 이주선의 모습은 원하는 걸 맹목적으로 좇는 어린아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음 움직임을 짐작할 수 없이 펼쳐지는 퍼포먼스는 작가와 오브제간의 상호작용이자, 관람객과의 조우에서 즉흥적으로 각각의 시퀀스를 조절하는 작가와 관람객 사이의 상호작용이기도 하다. 퍼포먼스는 베일 아래, 작가가 계속 물고 있던 고무공을 툭 뱉으며 종료된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불시에 튀어나온 고무공은 장난스럽게 통통 구르며 무리지어선 관람객 안을 뚫고 들어간다.

이주선의 작업은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각각의 작업은 ‘변태(metamorphosis)’라는 전시 제목처럼 변화의 과정 한 가운데에 있는 듯 보인다. 작가가 지속적으로 사용해 온 라텍스와 천 등 면적이 큰 재료는 작가의 기억을 물화한 것으로, 관람자를 작품 안으로 끌어당기는 동시에 공간 자체를 ‘은신처’로 만들며 기능해 왔다. 이러한 재료 사용은 점차 빈도가 줄고 작업의 부피도 줄어들면서, 《THEA》(플루리포텐트 스페이스, 2024)와 《Metamorphosis》(온수공간, 2024)에 이르러서는 선명한 색상의 조립형 파이프와 간결한 실루엣이 그 자리를 채워낸다. 어디로든 갈 수 있고 어떤 모습으로도 존재할 수 있다 말하는 작업들은 능동적으로 작가의 손에서 떨어져 나온다. 은신처를 떠난 이에게도 고통은 찾아올 테지만 이주선은 이제 그것에 맞게 몸을 바꾸면서, 때로는 유연하고 때로는 장난스럽게 그 모든 것을 지나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은신하며 기다리지 않고 누군가를 부르면서, 또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모르는 그 조바심을 즐기게 만들면서 말이다.

출처

작가이주선
전시장온수공간 (ONSU GONG-GAN, オンスコンガン)
주소
04031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1길 74
오시는 길
지하철 합정역 홍대입구역 도보 10분
* 주차는 인근 유료주차장을 이용하셔야 합니다
기간2024.09.12(목) - 29(일)
관람시간12:00-19:00
* 관람시관과 휴관일은 전시에 따라 조정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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