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썩지 않는다

아트스페이스 보안 아트스페이스 보안 2

2024.08.14(수) - 31(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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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미 개인전

《죽어도 썩지 않는다》

일시: 2024. 8. 14. (수) – 8. 31. (토)
장소: 아트스페이스 보안 2
운영시간: 12:00 – 18:00 (휴관일 없음)
입장료 무료
서문 | 김지율
번역 | 손예주
기술감독 | 최세헌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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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어도 썩지 않을 거우다.”

제주 동북 해안마을 문심방의 말을 제목으로 인용했습니다. 진행형인 식민지바람에도 명맥유지중인 원시공동체적 유대, 강요되는 문화단일화 현상에 저항하는 생존의 몸부림. 사모아, 하와이, 인도네시아 그리고 여러 한국의 섬 및 해안가 현장지역답사를 통해 얻은 인상을 전시로 모았습니다.

본 전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4년 청년예술가도약지원 선정작입니다.

뼈의 말, 뼈에 살
《죽어도 썩지 않는다》는 오래되고 여전한 식민의 격자를 알아차리고, 그것과 다투며 이어진 생활과 양식을 여러 모양으로 접붙이려는 전시다. 식민주의를 파고 들어가면 거의 모든 이야기에 그것이 들러붙어 있음을 알게 된다. 지리적인 영토에서부터 민족적인 범주, 종교와 관련하면서도 정치에 대한 구조까지(이때 구조는 자주 젠더와 뒤엉켜 있곤 한다), 우리가 디뎌온 세계가 지배와 피지배, 백인과 비백인, 문명과 원시, 중앙과 지방, 남성과 비남성으로 갈라져 한 방향을 향해 왔다는 점을 알아차리고 나면, 우리는 이 시공간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그 전에 먼저, 이 축들을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을까?

안보미의 알아차림은 이런 방식이다. 식민의 격자와 맞닿아 부서지고 튀어 오르는 일상의 것들을 찾아다니기. 거칠게 일어난 거스러미, 어떤 불화, 썩지 않는 뼈와 같은 이들. 완전히 튕겨 나오지 않은 채 틀과 교섭하면서 여전히 존재하는 곳을 향해 가기. 유럽과 폴리네시아, 한국의 해안 마을들과 인도네시아를 이동하며 다수의 세계와 관계한 다음에서야, 안보미는 다시 다뤄보는 것이다. 축 안에서부터 격자를 따르는 듯, 그 와중에 미세하게 빗겨나간 선택들을 취하면서, 썩지 않은 뼈 안의 외침을 듣고, 답하면서.⁺

전시에는, 성경의 삽화처럼 보이거나 16세기 종교화에 그려질 법한 도상들이 배치된다. 그러나 여기 거칠고 기묘한 선들로 이루어진 세계에는 구원으로 삼을 만한 빛은 없고 뼈만 있는 채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썩지 않은 이 뼈들의 방식을 익히고 추측한 작가는 그 방식을 따르며 종이와 천 위로 아직 말을 품은 것들을 새기기로 한다. 그리하여 〈우리가 믿는 신의 안에서〉의 뼈는, 풀을 먹인 망사 천으로 동판을 계속해 문지를 때, 부식되어 패인 얇은 틈에 끼어 마지막까지 닦이지 않은 잉크가 종이 위로 찍힌 결과다. 〈20minutes〉에서 뼈는, 약품을 바른 아크릴 판을 햇빛에 비추었을 때 판 위에 그려진 검은 잉크가 태양 빛이 흡수되는 것을 막아 그대로 남은 흰 천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다. 〈고독한 보행자 der Fußgänger〉에서는 이것들이 움직인다. 회화 한 점 한 점이 빠르게 움직이는 판에서 방금 지나간 회화는 잔상으로 남아 빈자리를 메우고, 다음의 것이 우리 앞에 오기까지 사라지지 않고 기다린다. 간극을 메꾸며 불안정하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모습들, 멈춰있지만 분명 움직이면서, 남은 뼈에서 불어나는 살들.

다시, 죽음을 품은 뼈들은 폐허의 흐름을 부리며 서있거나 만끽하듯 앉았다. 감긴 칼과 총에도 아랑곳 않고 자라나거나 어딘가로 뻗는다. 허무를 품은 뼈들은 누군가의 몸. 어떤 여자의 몸, 원주민의 몸, 무당의 몸이자 작가 자신의 몸. 그 뼈 안에는 말이 있다. 웅성거리는 그 말들을 캐내야 한다.⁺⁺

⁺ 어슐러 K. 르 귄의 시 ‘골수(The Marrow)’ 2연 6행을 수정, 인용했다. 시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돌 안에 말이 있었다. / 나는 그 말을 캐내려 했다, / 망치와 끌, 곡괭이와 막대기로, / 돌이 피를 흘릴 때까지, / 그러나 나는 들을 수 없었다 / 돌이 말했던 말들. // 나는 그 돌을 길에 던져버렸다 / 천 개의 돌들 사이로 / 내가 돌아섰고 그 돌이 외쳤다 / 큰 소리의 말들이 귓속으로 / 그러자 내 뼈 안의 골수가 / 들었다, 그리고 답했다.” 국문 번역은 필자의 표현이다.

⁺⁺ 어슐러 K. 르 귄의 시 ‘골수(The Marrow)’ 1연 2행을 수정, 인용했다. “돌 안에 말이 있었다. / 나는 그 말을 캐내려 했다,”

썩지 않는 뼈들의 목록
새겨진 상흔,

말해진 말,

아래로 아래로 이어질 문화,

땅과 바다,

그곳의 미신과 풍습,

그 속에 회색빛의 가느다란 뼈,

반짝이고 둔탁한 껍데기.

문 심방의 구술.

제주 4.3 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홀어멍 문 심방이 제 생애를 구술했다. 문 심방은 아들을 죽인 며느리, 마을의 수치가 되어 쫓겨난 여자, 도망친 곳에서 다시 결혼을 해야만 했던 어머니, 남편과 자식을 먹여 살린 노동자, 무당이다. 생을 읊던 중에 문 심방이 말했다. “… 나 죽어도 썩지 않을 거우다.” 문화인류학자 김성례는 이 목소리를 책 『한국 무교의 문화인류학』 253면에 받아 적었다. 안보미는 이 목소리를 되받아 전시의 제목으로 쓰고 있다.

파아파피네 공동체.

1830년 사모아, 런던 선교사 협회가 도착한 후에 파아파피네는 금기가 되었다. 그(녀)의 여성스러운 표현, 옷, 행동의 교정이 요청되었다. 남자다운 행동 강령이 요구되고 언어적이고 성적인 폭력의 상황이 가정과 사회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아직도 파아파피네가 있다. “그들이 도착하기 전에는 아무도 우리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 우리는 오랫동안 터부시 됐고, 이제서야 사람들이 우리 이야기를 하고 듣기 시작해.” 안보미는 지난해 사모아 필드 트립에서, 신디와 알렉스를 만난다.

해안의 무巫 신앙.

남해부터 동해까지 이어진 작은 섬들은 제 문화를 이어주는 무당들이 있었다. 1970년대 초반 건전하고 품위 있는 문화로 경제 성장의 밑바탕을 다지고자 중앙 정부는 미신 타파 운동을 펼쳤다. 작은 마을까지 영향을 미친 행정력으로 무수한 신당이 헐렸고 굿이 금지되었다. 교회의 도움을 받아 국민의 의식은 합리적이고 책임감 있는 방향으로 함양되었다. 안보미는 통영과 제주, 동해를 다니며 서해안배연신굿과 제주큰굿, 남해안별신굿을 두 눈으로 보고, 꽃일을 배웠다. 비정형의, 미끌미끌한, 울퉁불퉁한 해양 생물을 보고, 시간을 품은 껍데기를 줍기도 했다.

글. 김지율

출처

작가안보미
전시장아트스페이스 보안 (アートスペース・ボアン, ARTSPACE BOAN) 아트스페이스 보안 2
주소
03044
서울 종로구 효자로 33
오시는 길지하철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453m
기간2024.08.14(수) - 31(토)
관람시간12:00-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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