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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al Cliff

파이프갤러리

2024.07.02(화) - 08.02(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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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al Cliff
2024. 7. 2 - 2024. 8. 2


파이프갤러리는 정석우(b.1981)의 개인전 《Ideal Cliff》을 7월 2일부터 8월 2일까지 진행한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15점의 신작은 자연의 근원적인 에너지와 작가가 상정한 이상향에 상상력을 더 한 실험적 탐구로 ‘빛’을 주목한다. 특히 타이틀 Ideal Cliff처럼 오랜 세월이 쌓여 만들어지는 절벽 층리의 질감과 표면에서 나타나는 자연 그대로의 작용들, 예컨대 침식 및 파식과 같은 자연적 작용으로 인한 불규칙성, 환경의 변화가 축적된 수직, 수평의 절리와 표면의 재질감을 다양한 실험을 거쳐 회화로 연결시킨다. 세로 길이만 총 13미터가 넘게 제작된 캔버스를 작업 과정 내내 외부에 노출시켜 강한 바람이나 태양, 눈과 비로 인한 안료의 변화 과정을 그대로 기록한 <RGB Column#1~3>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장기적이고 야생적인 실험에서 그가 무엇보다 집중한 것은 ‘빛과 색’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이번 전시에서 그는 안료의 색 자체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크게 의존하지 않는다. 안료가 스스로 내뿜는 색 자체보다 빛의 간섭과 반사, 텍스쳐 구조의 형상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산란과 흡수를 이용해서 유화의 색만으로 표현하기 힘든 다층적인 빛과 색의 발현을 보여주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는 외현의 아름다움 너머 내면에 담긴 진실한 의미와 진정성으로 우리를 이끄는 작가의 이상적 실험이 될 것이다.

전시 《Ideal Cliff》를 통해 자연현상을 켜켜이 담아낸 마띠에르로 가득한, 한눈에 인식할 수 없는 거대한 화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과 함께 회화의 경계를 허물며 확장하는 작가의 이상향을 향한 상상을 함께 경험하길 바란다.

정석우(1981)는 국민대학교 미술학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회화과를 석사 졸업했다. 최근 개인전으로는 2022<시원함과 산뜻함> 소양고택_에보미디어레지던시 원주, 2020<서상우화> 갤러리반크, 서울 등 총 10여회의 개인전을 진행하였으며 2024<의식의 길:표현의 흔적> 디 언타이틀드 보이드 서울, 2023<Face to Face> M.COLLECT19 서울 등 다회의 그룹전을 진행한 바 있다. 2022 웰컴레지던시, 에보미디어레지던시, 2011 금호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로 활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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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다움 / 서지형 (미술비평)


한계 그 너머의 이야기, 추상 평면 회화

세상의 모든 색이 내게 곧 쏟아 질 듯한 느낌, 바닷가 파도가 갑자기 확 들이치는 순간의 놀라움, 멀리서 보면 평화로운 산이지만 숲속을 들여다보면 숨은 맹수의 안광에 서늘한 기분이 드는, 희뿌연 하늘 사이에 문득 보이는 은은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이 작가 정석우의 작품이다. 특이한 형상과 엉뚱한 상상력으로 작업한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 1757-1827)는 데생에 능숙하며 전통적인 방식으로 그림 그리는 법을 제대로 배운 당대의 화가였다. 그러나 그는 그림을 그릴 때 유화 물감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전통적 데생 규범을 터득하고 표현 실력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중력을 거스르고, 그림 속의 인물이 현실감을 갖지 않게 만들려고 애쓰면서 유화 물감을 덜어냈다. 그는 왜 실재하는 사물처럼 실감 나게 그려낼 수 있는 유화의 속성을 최소화하려 했을까? 어쩌면 그것은 유화, 데생의 규범, 평면 회화가 가진 의미와 한계에 대한 통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오늘날 평면 회화는 이미 알고 있다. 표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평면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인정하며 점, 선, 면, 색, 질감, 명암, 구성 등 시각 예술로서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갖추어도 보는 이로 하여금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평면 회화는 잘 알고 있다. 평면이라는 매체를 선택한 예술가도 이미 알고 있다. 작가가 만든 이미지가 매체의 한계 안에 머무른다는 것을 말이다. 알면서도 많은 작가들이 매일 수행하듯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한편으로는 시각 예술이 가진 불완전성이야말로 한계를 인정하고 다른 관점을 열리게 하는 시작 지점이 될 것이라 기대하며 붓질을 할 것이다. 그러나 회화의 종말이 선언된 이후에도 여전히 평면 회화는 한계 그 너머 유효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예술 안에 단단하게 ‘존재(being)’하고 있다. 회화적 실험을 다양하게 이어 나가는 작가 정석우의 작품을 살펴보며 평면 회화가 갖는 한계 너머의 ‘회화다움’을 찾아보고자 한다. 작가 정석우는 작업을 주로 ‘추상’으로 풀어낸다. 그는 화면을 큼지막하게 펼쳐 관람자가 아주 작은 이미지를 추출해내 보거나 아니면 전체 화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우주적 에너지를 종합하여 감각하도록 하는 작업을 한다. 이를 통해 그는 관람자가 근원적인 것을 생각해보고 다양한 관점이 열리도록 유도하는 것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 그가 제안하는 미적 탐구는 자연이 가진 ‘이상향’에 가까운 아름다움이자 야생성이며 관람자에게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장-프랑수아 리오타르(Jean-François Lyotard 1924-1998)는 모든 현대미술은 숭고의 영역-더 구체적으로는 추상의 영역-에 속하고 ‘현시할 수 없는 것을 현시하는’ 예술을 ‘현대적’ 미술로 간주했다. 볼 수 없는 것을 보이도록 만드는 현대적 미술이 정석우의 추상에서 드러난다. 작가는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향을 평면 회화로 표현한 후 설치 방식을 다변화해 볼 수 없는 것을 보이도록 만드는 장치를 마련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우주의 근원적 에너지와 아름다움에 대해 작가가 상정한 이상향에 상상력을 더한 실험적 탐구로 ‘빛’을 주목했다.

회화적 실험, 빛과 구조색

정석우 작가는 오랜 시간 빛과 함께했다. 회화적 표현에 있어 빛을 관찰하고 재해석해 캔버스로 옮기는 것은 회화 작가들에게 일상이다. 정석우는 빛을 관찰하는 것은 물론 빛과 캔버스의 물리적 실험도 지속해왔다. 가령 일 년 내내 그림이 그려진 캔버스를 야외에 두고 눈과 비, 얼음 등에 노출시켜 캔버스가 변해가는 과정을 촬영으로 기록하고 그 속에서 관찰된 야생적 미를 포착해내는 작업을 이어갔다. 이를 두고 작가는 유화 에이징(aging)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냈다. 특히 이러한 실험을 통해 작가는 회화 질료에서 극복되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으로부터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장기적 실험을 바탕으로 빛과 재료에 대해 남다른 시선을 갖게 되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색채에 의존하지 않고 물체의 구조에 의해 나타나는 유채색인 구조색에 관심을 두고 실험적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일반적으로 존재하는 색을 확장해 빛과 반응하는 표면의 형상을 추상 표현주의적으로 이끌어냈다. 그는 표현주의적 감정을 끌어올리려 빛을 관찰함과 더불어 작업에 몰입할 수 있도록 음악을 선택해 듣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각 작업마다 테마음악이 있는 것이다. 빛과 음악, 붓질과 작가의 순환적 감정 등이 모두 종합되어 화면이 구성되고 마지막으로 관람자의 개입이 작품을 완성시킨다. 그는 캔버스에 붓질을 할 때면 그가 생각하는 방식의 지도를 만들고 있으며 그 궤적을 따라 관람자는 시점을 달리한 표현 방식을 상상하며 작업한다. 때로는 시점이 모이거나 해체되는 시각적 경험 안에서 관람자 스스로 깨닫게 되는 관점의 변화를 찾길 바라면서 화면을 구성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시선이 담긴 구조색 설치를 눈여겨볼 만하다. <RGB column#1#2#3> 시리즈는 사람이 한눈에 인식하지 못하는 높낮이와 설치 형식이 의도된 비틀기로 설치되어 있고 공간 자체에서 작품과 관람자는 상호적 관계를 경험한다. 예를 들면 빛과 공간이 작품에 영향을 미치고, 작품이 다시 관람자에게, 관람자는 또 공간과 작품에 영향을 주고받으며 빛, 공간과 작품 그리고 관람자가 하나의 분광기로 종합되는 것이다. 1층과 2층을 오가며 그가 만들어낸 구조색을 들여다보면 평면 회화가 갖는 한계는 빛과 추상이라는 옷을 입고 색다른 힘을 발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너무 거대한 자연을 마주할 때면 아름다우면서도 불안한 감정이 들곤 하는데 이런 감정이 바로 숭고미이다. 정석우가 만든 구조색 공간은 얼기설기 불안정한 설치를 보여주며 실내에서 마주할 수 있는 추상적 숭고미를 교차시킨다. 관람자는 한눈에 알아볼 수 없는 화면의 크기와 붓질, 강렬한 색감과 마티에르를 좇아 시선을 이동하며 정지되지 않은 움직임과 에너지를 느낄 수도 있다. 이러한 경험 안에서 그가 추구하는 이상향적 숭고미는 작가를 통과해 일반적인 미적 관념에서 약간의 비틀기가 이루어진다. 가령 빛의 혼합으로 연결된 색은 맑은 밝음으로 수렴되기 마련인데, 작가를 통과한 빛은 탁색(혼합된 회색, 희뿌연 파스텔톤 등)으로 마무리된다. 의도된 비틀린 표현을 통해 관람객은 무언의 아름다움과 불편한 감정이 교차된다. 그것은 아름다움 또는 아름답지 않음, 무한함 또는 모호함, 우주적 에너지로의 몰입 또는 파편화된 개인의 취향 등으로 흩어질 것이다. 즉 단 하나의 아름다움으로 통합된 미적 표현이 아닌 그가 생각하는 이상향적 근원 안에서 다양한 충돌이 일어나 관람자에게 시점과 관점을 변화시키고 그리고 다양한 이야기를 발생시킨다.

정석우의 회화다움, 미적 야생성

작가 정석우와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야생성’, ‘기원하는 마음’, ‘에너지’, ‘흐름’, ‘원시적 아름다움’ 등이다. 파울 클레(Paul Klee1879-1940)는 미술은 보이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정석우의 ‘회화다움’과 어울리는 이야기다. 2차원의 정지된 평면 회화의 한계 안에서 흐르는 시간과 에너지를 담아보려는 시도는 캔버스의 크기를 키웠다. 그가 시도한 가장 큰 작업 <Organ Valley>의 크기는 가로 10미터, 세로가 13미터 넘는 대형 바탕에 유화를 사용해 자연의 질감을 흔적처럼 남긴다. 이때 의도적으로 질감과 색채에 야생성을 더한다. 바로 이 지점이 정석우의 평면 회화만이 갖고 있는 ‘회화다움’이다. 추상 평면 회화를 선호하는 그의 제작 과정을 보면 대형 작업일수록 완벽한 스케치를 마치고 계산된 밑 작업이 시작된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야생성을 입히는 순간 그의 직감과 자유로움은 흔적을 남기며 아름다운 색의 조합 대신 원시적 자연의 야생성을 끌어올린다. 보여지는 것은 뜨거운 추상이나 제작 과정은 굉장히 구상적이고 이성적인 것도 야생성을 끌어올리는 특징이겠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능선 풍경>, <Upliftwind>를 살펴보면 그가 지금까지 한 질료적 실험, 색채 실험, 마티에르의 변형 작업을 통과한 원시적 야생성이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는 작품을 자연 한가운데, 논밭, 전통 시장, 공사장, 박물관 등에 위치시키며 배경의 규모를 다변화한다. 김해 지역에 설치된<꽃이자 파도이며 원인 것>, <회베당 프로젝트>, <서식지 프로젝트> 등을 보면 작품과 배경을 나누는 것이 의미가 없어 보인다. 이쯤 되면 평면 회화가 가진 한계를 정석우는 즐기는 듯하다. 다양한 실내외 현장에서 설치하며 느껴왔던 그의 예술적 체험을 관람자에게 최대한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법을 계속 연구하고 시도하는 정석우는 인간의 시각적 소통을 넘어 공간의 소통, 사물의 소통, 전 우주적 차원의 소통을 추구하며 소통의 개념 자체를 확장시킨다. 이는 보편적 기준에만 머물던 캔버스 속 평면 회화의 한계를 활용해 한계 그 너머의 가능성을 눈앞에서 증명해 보인다. 정석우가 앞으로 회화다움 안에서의 빛, 색채, 표면 질감, 설치 형태 등 야생적 에너지를 더 강렬하고 맹렬히 표현할지 아니면 야생성을 저 아래로 휙 숨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평면 회화 안에서 그는 끝없이 실험을 이어 나갈 것이고 우주적 에너지와 자연의 야생성 안에서 미적 아름다움도 계속 끌어낼 것임에 틀림없다. 잔잔한 물결과 산들거리는 들풀, 우주적 기운을 보여주는 달빛, 말라버린 겨울의 들판에서 오는 환상적인 질감, 아무렇게 내려앉은 덤불 위 눈, 하늘을 나는 근사한 새의 무리, 안개 속에 보이는 희뿌연 빛과 작가가 매일 느끼는 경탄적 숭고, 식당에 마음대로 벗어놓은 사람들의 신발, 화려하다 못해 눈이 아픈 도시의 간판 등 우주에 존재하는 이 모든 것들을 천천히 작가 정석우의 ‘회화다움’으로 표현할 것이다.

출처

작가정석우
전시장파이프갤러리 (PIPE GALLERY, パイプギャラリー)
주소
04400
서울 용산구 대사관로 21 2층, 3층
오시는 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3번 출구에서629m
기간2024.07.02(화) - 08.02(금)
관람시간10:00-18:00
휴일일요일, 월요일, 공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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