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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없는 사람들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24.03.22(금) - 04.1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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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요
○ 작 가 명 : 권혜성
○ 전 시 명 : 우산 없는 사람들
○ 전시기간 : 3.22(금) - 4.19(금)
○ 전시장소 :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48-1, 2층)
○ 관람시간 : 수~일요일 오후12시~7시(매주 월, 화 휴관)
○ 문 의 : 02-797-7893 / [email protected]
○ 정 보 : 홈페이지 willingndealing.org / 인스타그램 @space_willingndealing

▣ 전시소개

동양화와 서양화의 융합 형식을 선보이는 권혜성 작가에게 그림의 대상은 일상 속 풍경으로부터 출발한다. 작가가 사용하는 회화적 요소는 ‘선’이다. 작가는 주관적인 관점으로 관찰한 인상적인 장면 혹은 상황으로부터 흘러나온 에너지를 감지하듯 선을 그려낸다. 따라서 선으로 가득한 화면을 완전한 추상이라 하기엔 그 대상과 형태는 분명 존재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작가가 선택한 풍경은 바람으로 인해 출렁거리는 들판의 풀밭이다. 너울거리는 풀을 표현하듯 자유롭게 그려진 선들은 캔버스 화면 안에서 여흥처럼 흩날린다.

2024년 3월에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의 개인전 <우산 없는 사람들>에서는 권혜성 작가의 유화 작업을 처음으로 소개한다. 작가는 대학에서는 서양화를 전공했으나 한동안 동양적 선과 검은 먹, 종이의 흡수성, 그리고 자연의 끊임없는 움직임에 심취하여 동양화 형식의 회화를 해왔다. 2020년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의 개인전 <Back Beat!>에서 역시 동양화 형식을 빌어 물과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나 잎 등)을 표현했었다. 당시 작가는 “몸에 부딪히고 지나간 각각의 인상들을 어떻게 표현할까(2020년 작가노트 중)”에 대해 심취했다. 해당 전시에 소개됬던 검은 톤의 화면은 먹이 가진 검은색의 다양함과 깊이를 작가가 느끼는 물과 바람의 감각과 병치시켜보고자 하는 의도를 보여주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화면들은 모두 작가가 산책 중에 마주친 풀밭을 촬영한 하나의 장면속 부분들이다. 전시 준비를 시작하는 처음 단계는 으레 그랬듯 검은 선으로 화면을 만들어갔는데, 조금씩 색을 넣어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오랜만에 유화 물감의 색상과 감촉에 심취하며 그려나가다가 마침내 유화물감을 전체 화면에 사용하였다. 다양한 색채의 선으로 뒤덮힌 화면은 자신이 마주한 풀밭을 그대로 재현한다기 보다는 그 장소 안에서 움직이는 에너지를 표현하는 것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풀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버티는 모습은 환경에 순응하는 동시에 생존하는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사진을 잡은 장면은 순간의 모습이며 그 장면이 지속해서 변하고 움직이는 장소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는 작가 노트에서도 언급하였듯 작가가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 반복된 요가 동작이 매번 자신의 몸을 다르게 만들고 그 자세가 달라짐은 느끼며 체험하는 몸의 변화와 다르지 않다. 환경과 체화된 경험들을 하나로 이어가며 그려나가는 작가의 그림은 물질세계에서 정신세계로 확장되어가는 권혜성의 독특한 회화적 태도를 만나게 할 것이다.

▣ 작가노트

1. 비를 맞으며 수영하면 위아래의 물과 하나가 되는 것 같다. 생기 있는 물에 담뿍 절여져 몸이 투명해지는 충만한 축복의 수영시간.
비가 내리면 우산 없이 걷는다. 때론 뛰기도 하는데 내 몸은 빗방울 떨어지듯이 잘게 쪼개어져 퍼진다.
이 기분을 잘 간직하고 있다가 비가 오는 날이면 바깥 풍경을 유심히 살펴본다. 제각각의 걸음과 표정, 바람, 온습도. 습을 머금은 흙의 냄새도 마냥 좋다.

2. 풍경의 기분을 상상해 본다.

3. dmz체크포인트 전시를 준비하며 무덤 풍경을 수없이 그렸다.
무덤의 주인인 누군가에게 감사 기도를 하며 작업하는데 검은 그림은 잠시 이별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4. 저 씨앗은 어디에서 날아왔을까. 그저 본능대로 자랄 뿐이겠다.
5. 비를 맞고 있는 풀을 보면 우산 없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6. 풀들의 고군분투. 생명력.

7. 요가를 시작했다. 정신건강과 육체의 건강을 챙기면 작업에도 좋은 영향이 가지 않을까 싶어서.
정해진 동작을 대략 한 시간 정도 반복해서 수행한다.
매번 같은 동작이 제각각 다르게 다가온다. 신체의 고통 속에서 마음의 변화도 울렁거리게 크다.
이번엔 한 풍경을 꾸준히 파고들어 본다. 자세히 보면 각각의 모습이 있다.
작업도 그때마다 다르게 나온다.

8. 정형외과에서 치료를 받고 운동을 하다보면 어깨에 힘을 빼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 긴장되고 잔뜩 굳어진 어깨, 심지어 잘 때에도 힘을 주고 잔다.
힘을 뺀다는 건 쉬운 게 아니었다. 무의식적인 몸의 습관이 일상을 힘들게 만든다.
작업에 나도 모르게 불필요한 힘이 들어갔나 생각해 본다.
붓질에서 필요 없는 습관과 기교를 버리려는데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힘이 빠지는가? 오히려 욕심을 부려 힘이 더 들어가게 된다.
더 그려봐야 알 것 같다.

9. 역도의 힘
마음을 정리하며 심호흡을 하고 다시 마음 정리. 그리고 들어 올린다.
눈을 질끈 감고 중심을 찾는 것 같다.
양팔을 위로 향해 뻗는다. 버틴다.
다시 눈을 감고 온몸이 떨린다.
하나의 힘이 발끝부터 손끝까지 관통하는 것만 같다. 마치 뿌리 깊은 나무 같기도 하다.
일직선의 단단한 힘.
그동안 그렸던 풀이나 물의 움직임 같은 유연함과 상반된 모습을 보며 힘의 다양한 형태를 생각해 본다.

10. 종종 김홍도의 군선도를 감상한다. 볼 때마다 새롭다.
붓질의 힘과 유연함에서 보이지 않는 공기의 흐름이 느껴지는 것 같다.
따라가고픈 선들이다.
작가권혜성
전시장스페이스 윌링앤딜링 (Space Willing N Dealing, スペース・ウィリング・N・ディーリング)
주소
03043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 48-1, 2층
오시는 길경복궁역 3번출구에서 도보로 약 7분(470m) 직진, (통인시장 건너편)
기간2024.03.22(금) - 04.19(금)
관람시간12:00 - 19:00
휴일월요일, 화요일, 명절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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