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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참는 버릇

페이지룸8

2024.03.16(토) - 04.04(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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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정보
▪ 전시 작가: 황예랑 Hwang Ye Rang
▪ 전시 제목: 숨을 참는 버릇 Habit of Holding Your Breath
▪ 전시 기간: 2024년 3월 16일(토) ~ 4월 4일(목)
▪ 운영 시간- 화~일요일 13:00~18:00/ 월요일 휴무
▪ 전시 장소: 페이지룸8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11길 73-10 1층 상가) www.pageroom8.com
▪ 전시 장르 및 규모: 총 24점/ 한국화 21점, 조각 3점
▪ 전시 기획 및 담당: 박정원 페이지룸8 디렉터
▪ 문의: 02-732-3088, [email protected]

■ 전시 서문

돌이켜 버무려진, 이분법의 해학 (황예랑 개인전: 숨을 참는 버릇 / 2024. 3.16 ~ 4.4 / 페이지룸8)
박정원_페이지룸8 디렉터

형형型型
황예랑 작가의 “숨을 참는 버릇”은 “죽어서도 나는 새”, “해바라기와 오줌통”, “미화微花: 작은 꽃”에 이은 네 번째 개인전이다. 작가의 일련의 작품들을 보다 보면, 어느새 작품을 코앞에 두고 들여다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림에 앞서 작가는 꽃과 줄기를 이동하는 개미와 진드기의 움직임을 관찰했었고 새끼에게 젖을 물리는 어미 개의 모성애와 나비와 벌새의 우아하고 재빠른 날갯짓에 마음을 빼앗겼을 것이다. 황예랑 작가는 작디작은 존재들과 함께 시공간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그래서 작가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우리와 생의 주기를 함께 하는 것들을 끊임없이 화면으로 소환한다. 그렇게 작가가 불러들인 것들로부터, 익숙하면서도 낯선 기묘함 같은 감정과 심리가 생겨난다. 황예랑 작가는 하얀 종이 위에 살고 죽는 것, 동경하거나 동정하는 것, 추한 것과 아름다운 것 등을 이미지로써 올려놓는다. 추상적으로 존재하는 것들은 대치된 채 이미지라는 형식으로 놓여있게 된다. 삶의 철학은 너무 거대하고 진리까지의 거리는 너무 긴 나머지, 내면에 닿지 못해 허무맹랑한 것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과감하고 맹랑한 이미지의 실상을 갖추면서 거대한 의미가 지닌 무게감이 무색할 정도의 실소를 터뜨리게 만든다.

백묵白墨
‘흰 우유’, ‘흰 두부’, ‘흰 케이크’ 등 ‘흰’ 것을 그린 형상에 황예랑 작가는 흰색 먹을 사용하였다. 조개껍질 성분이 들어간 하얀 먹은 검은 먹과 함께 대비되며 더 뽀얗고 단단하게 형상을 지탱해 준다. 황예랑 작가의 《숨을 참는 버릇》에서 선보이는 스물네 점의 작품 중, 가장 처음 그린 그림이 〈새 가지〉이다. 먹선을 사이에 두고 흰 배경과 흰 꽃들이 나누어진다. 백묵은 먹선이 자연스럽게 전체 형상에 편입되는 기법을 실현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이것은 연필선으로 세부 묘사를 하여 ‘여실히’ 이미지를 ‘직면’하게 되는 느낌과는 다르게, ‘일렁임’과 붓질로 ‘버무려진’ 하나의 ‘덩어리’와 같은 인상을 준다. 기법적인 변화와 더불어, 흰색과 관련된 작가에게 중요한 의식의 흐름이 죄의식과 섭식/음식의 상관관계이다. 소금을 뿌려 액운을 물리치는 행위, 출소 후 하얀 두부를 먹는 관습, 성경에 나온 “꿀과 엉긴 젖”(아무엘기하권 17:29), “우유처럼 부으시어 치즈처럼”(욥기 10:10) 등에서 볼 수 있듯이, 흰색에는 순수함과 무결함의 상징이 내포되어 있다. 황예랑 작가는 흰색이 가진 상징을 실제로 구체적인 음식과 식재료의 형상으로 재현하지만 이미지들의 병렬과 대비는 흰색의 상징성을 사실상 지속시키지 못한다. 작품 〈죄인의 밥상〉과 〈케이크 위에 천사〉 그리고 〈흰 우유와 흰 두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오히려 흰색이 지닌 관념을 해학적으로 무너뜨린다.

그림
황예랑 작가에게 “숨을 참는 버릇”은 생각을 내려두고 온전한 몰입감을 발휘할 수 있는 순간에 나타난다. 그가 올해 새로운 그림을 그리면서 스스로에게 되묻곤 했던 질문은 “그림이란 무엇인가”이다. 자신이 몰두하는 이 행위가 무엇인지를 돌이키면서 색을 칠하고 선을 그었다. 〈실내에서 나무와 새를 기르는 방법〉은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작품이자 많은 소재들이 하나의 화면에 들어가 있는 작업이다. 실내에서 기른 분재들이 놓인 테이블과 나무에 달린 열매들, 새장을 가린 천과 그 사이로 보이는 새알 등이 조선 시대의 ‘책가도’처럼 여러 관점이 통합된 채 수평적으로 배치된다. 창 아래 길쭉한 가위를 걸어 두어, 식물을 잘 키우기 위해 줄기를 잘라내어야만 하는 역설을 대변한다. 이 그림 안에서 식물과 동물들은 각기 열매와 결실을 맺고 있다. 작가에게 그림은 이렇게 책임감과 긴장감을 전제로 해야만 향유할 수 있는 평화롭고 안정감 있는 풍경과도 같다. 황예랑 작가의 그림에 대한 또 다른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작업은 스컬피(sculpy) 조각이다. 스컬피 작업은 그림의 맥락에서 입체적으로 확장된 것이다. 그중 〈고양이〉는 18세기 화재 변상벽(卞相璧)의 〈묘작도〉를 스컬피로 재현했다. 그림에서는 볼 수 없는 참새를 물고 있는 고양이의 생생한 뒷모습을 볼 수 있다. 해부학에 걸맞은 조형성보다는 작가만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위트와 색감들이 하얀 스컬피 덩어리에 채색되어 그림에서 갓 출몰한 느낌으로 현존하게 된다.

작가의 관심은 정의와 신앙, 원죄와 같은,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든 것들을 끌어안고서 죄의식을 더는 방법을 익히는데 있지 않다. 황예랑 작가는 삶을 공유하는 생명체들과 음식과 먹이를 나누고, 인간이기에 남긴 자리를 돌이켜 붓으로 버무려 그림을 그리기로 마음먹었다. 정확히 언제인지 모르지만, 사실 그때부터 작가에게 생겨난 것이었다. “숨을 참는 버릇”.
작가황예랑
전시장페이지룸8 (PAGEROOM8, ペイジルーム8)
주소
03052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11길 73-10 1층 상가
오시는 길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에서 정독도서관을 지나 풍년쌀농산에서 도보 10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삼청파출소와 이마트24 사이 골목에서 풍년쌀농산 왼쪽 길로 도보 10분
기간2024.03.16(토) - 04.04(목)
관람시간13:00~18:00
휴일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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