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咸)은 함께(together)라는 우리말에 들어가는 어근이다. 한자 느낄 감(感)과 통한다. 함은 우리의 영원한 고전 『주역(周易)』의 서른한 번째 괘이다. 택산함(澤山咸)이라고도 한다. 동진(東晉)의 사상가 한강백(韓康伯)은 주역 서른 번째의 괘까지는 하늘의 도리, 즉 천도에 관한 것이며, 서른한 번째 괘부터는 사람의 일, 즉 인사에 관련한 괘라고 말한다. 그런데 함괘는 예술의 괘이며, 남녀 사랑의 괘이자, 결혼의 괘이다. 인사 중 으뜸은 예술과 결혼이라는 것이다. 사람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예술과 결혼이라고 볼 때, 예술의 근본 의미는 당연히 화합으로 귀결한다, 함괘의 아래는 태소남(15세 소년)을 상징하는 간괘(艮卦, 산), 위로는 태소녀(15세 소녀)를 상징하는 태괘(兌卦, 연못)로 구성되어 만물의 화평을 상징한다. 15세의 소년과 소녀가 만날 때, 천지가 기뻐하고 만물이 설레기 때문이다. 가죽끈이 떨어지도록 점쳤던 성인(공자)은 이 괘와 만났을 때 가장 기뻐했다고 한다. 간은 우리나라를 상징하고, 태는 서구 사회를 상징한다. 따라서 《함(咸): Sentient Beings》 전시는 현대미술이 나아갈 방향을 묻고, 우리의 사유가 현대미술과 만나서 창조할 수 있는 상승효과(synergy)를 의미한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위대한 중국학자 제임스 레게(James Legge, 1815-1897)는 함괘를 ‘influence(영향)’와 ‘wooing(구애)’으로 번역했다. 서로 선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가 인생의 의미라고 해석한 것이며, 구애(求愛)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학고재는 《함(咸): Sentient Beings》에 걸맞은 작가로 세 명의 작가를 선정했다. 첫째는 백남준(白南準, 1932-2006)이다. 백남준은 평생 『주역』을 손에 놓지 않았고, 특히 함괘의 가치를 소중히 여겼다고 한다. <W3>ㆍ<구-일렉트로닉 포인트(Sfera-Punto Elettronico)>ㆍ<인터넷 드웰러(Internet Dweller)> 세 작품이 출품된다. 64개의 TV 모니터로 이루어진 <W3>는 『주역』의 64괘를 뜻하기도 하거니와 우주 전체를 상징하기도 한다. <구-일렉트로닉 포인트>는 1990년 작품으로 냉전 종식 후 펼쳐진 당시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제창한 세계 화합의 가치를 기리는 작품이다. <인터넷 드웰러>는 1994년 인터넷으로 지식정보가 보편화되어 인류가 평등의 세계를 건설할 것이라는 작가의 믿음을 반영한다. 따라서 백남준은 우리가 세계(우주)와 함께한다는 뜻을 함축한다.
두 번째 작가는 윤석남(尹錫男, 1939-)이다. 윤석남은 동아시아 여성주의 예술의 최고봉에 오른 작가로 나날이 가치를 더하고 있다. 윤석남 작가는 2008년에 완성한 연작 <1,025: 사람과 사람 없이>를 출품한다. 버려진 나무를 수집하여 버려진 유기견의 형상을 깎아(조각하여) 만들고 그 위에 먹으로 유기견을 그려서(기입하여) 완성한 작품이다. 이 연작은 우리가 약자와 함께한다는 뜻을 함축한다.
세 번째 작가는 김길후(金佶煦, 1961-)이다. 김길후는 회화계의 프로테우스로 불린다. 변화무쌍한(protean) 자질과 실력을 갖추어 이 시대에 맞는 신형식의 회화를 추구하고 있다. 김길후는 2014년 연작과 최근작을 동시에 펼친다. 김길후의 예술 화두는 ‘현자(賢者)’와 ‘바른 깨우침(正覺)’의 의미를 회화로 표현하는 방법에 자리한다. 작가는 그림의 진실한 추구에서 여래(如來)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우리 내면에 이미 깃들어 있다. 김길후 작가의 회화 세계에 염화미소(拈花微笑)의 진정한 의미가 담겨있다. 따라서 김길후의 회화 세계는 현자(부처)와 함께한다는 뜻이다.
무릇 형상이 있는 것은 다 허망하니 만일 모든 형상이 형상 아님을 보면 곧 여래(如來)를 발견하리라.[『금강경(金剛經)』 「여리실견분(如理實見分)」: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학고재는 ‘함(咸)’을 ‘influence’나 ‘wooing’으로 보지 않고 ‘sentient beings’로 읽고자 한다. ‘sentient beings’는 중생(衆生)과 같은 말이다. 호주 출신의 위대한 철학자 피터 싱어(Peter Singer, 1946-)가 1975년에 제창한 개념으로, 그는 우리가 인간 중심적 휴머니즘을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감각이 있어서 외부 세계를 느끼는 모든 대상은 품계의 구분 없이 우주의 중심으로 대접받아 마땅하다는 뜻을 지닌다. 따라서 함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주가 함께 느끼니 모든 사물이 함께 살아가고, 성인께서 사람의 마음에 감화하니 온 세상이 화평하다.[ 李鼎祚, 周易集解(北京: 中華書局, 2023), 152쪽: “天地感而萬物化生, 聖人感人心而天下和平.”
학고재는 《함(咸): Sentient Beings》에 걸맞은 작가로 세 명의 작가를 선정했다. 첫째는 백남준(白南準, 1932-2006)이다. 백남준은 평생 『주역』을 손에 놓지 않았고, 특히 함괘의 가치를 소중히 여겼다고 한다. <W3>ㆍ<구-일렉트로닉 포인트(Sfera-Punto Elettronico)>ㆍ<인터넷 드웰러(Internet Dweller)> 세 작품이 출품된다. 64개의 TV 모니터로 이루어진 <W3>는 『주역』의 64괘를 뜻하기도 하거니와 우주 전체를 상징하기도 한다. <구-일렉트로닉 포인트>는 1990년 작품으로 냉전 종식 후 펼쳐진 당시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제창한 세계 화합의 가치를 기리는 작품이다. <인터넷 드웰러>는 1994년 인터넷으로 지식정보가 보편화되어 인류가 평등의 세계를 건설할 것이라는 작가의 믿음을 반영한다. 따라서 백남준은 우리가 세계(우주)와 함께한다는 뜻을 함축한다.
두 번째 작가는 윤석남(尹錫男, 1939-)이다. 윤석남은 동아시아 여성주의 예술의 최고봉에 오른 작가로 나날이 가치를 더하고 있다. 윤석남 작가는 2008년에 완성한 연작 <1,025: 사람과 사람 없이>를 출품한다. 버려진 나무를 수집하여 버려진 유기견의 형상을 깎아(조각하여) 만들고 그 위에 먹으로 유기견을 그려서(기입하여) 완성한 작품이다. 이 연작은 우리가 약자와 함께한다는 뜻을 함축한다.
세 번째 작가는 김길후(金佶煦, 1961-)이다. 김길후는 회화계의 프로테우스로 불린다. 변화무쌍한(protean) 자질과 실력을 갖추어 이 시대에 맞는 신형식의 회화를 추구하고 있다. 김길후는 2014년 연작과 최근작을 동시에 펼친다. 김길후의 예술 화두는 ‘현자(賢者)’와 ‘바른 깨우침(正覺)’의 의미를 회화로 표현하는 방법에 자리한다. 작가는 그림의 진실한 추구에서 여래(如來)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우리 내면에 이미 깃들어 있다. 김길후 작가의 회화 세계에 염화미소(拈花微笑)의 진정한 의미가 담겨있다. 따라서 김길후의 회화 세계는 현자(부처)와 함께한다는 뜻이다.
무릇 형상이 있는 것은 다 허망하니 만일 모든 형상이 형상 아님을 보면 곧 여래(如來)를 발견하리라.[『금강경(金剛經)』 「여리실견분(如理實見分)」: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학고재는 ‘함(咸)’을 ‘influence’나 ‘wooing’으로 보지 않고 ‘sentient beings’로 읽고자 한다. ‘sentient beings’는 중생(衆生)과 같은 말이다. 호주 출신의 위대한 철학자 피터 싱어(Peter Singer, 1946-)가 1975년에 제창한 개념으로, 그는 우리가 인간 중심적 휴머니즘을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감각이 있어서 외부 세계를 느끼는 모든 대상은 품계의 구분 없이 우주의 중심으로 대접받아 마땅하다는 뜻을 지닌다. 따라서 함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주가 함께 느끼니 모든 사물이 함께 살아가고, 성인께서 사람의 마음에 감화하니 온 세상이 화평하다.[ 李鼎祚, 周易集解(北京: 中華書局, 2023), 152쪽: “天地感而萬物化生, 聖人感人心而天下和平.”
작가 | 백남준ᆞ윤석남ᆞ김길후 |
전시장 | 학고재 (Hakgojae Gallery, ハッコジェ) 학고재 본관 및 학고재 오룸(online.hakgojae.com) |
주소 | 03053 서울 종로구 삼청로 50 |
오시는 길 |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에서 도보 728m |
기간 | 2024.03.13(수) - 04.13(토) |
관람시간 | 10:00 - 18:00 |
휴일 | 일요일, 월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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