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트플랫폼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입주 예술가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창·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IAP 14기 시각예술부문 열다섯 번째 프로젝트로 입주 예술가 박지혜의 개인전 《그래야 할 때(When you have to)》를 개최한다.
박지혜는 암묵적 합의를 매개로 하는 사회의 질서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가 최선이라고 믿는 가치 기준에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한다. 작가는 실패를 줄이는 효율적인 예술 생산 방식을 탐구하며, 작품에 형식, 규격, 단위로 구분되는 공산품, 디자인, 생활양식을 차용하는 입체, 설치 작업을 전개해 왔다.
《그래야 할 때》는 소리 없이 삶을 잠식하고 있는 내적 갈등과 망설임의 순간에 관한 성찰에 관한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전시이다. 작가는 본래의 쓰임을 다하거나 사용하지 못했던 재료나 오브제를 가공하여 “떠나보내기 쉬운 형태”의 입체 설치 작업을 제작한다. 그리고 전시가 끝나기 하루 전 작품을 해체하며 철수의 가까운 수행 과정을 공유하는 퍼포먼스 〈ㅇㅇㅇ 하는 날〉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늘 가득 찬 상황에 놓여있는 상황에서 주저앉아 자책하는 대신 무엇인가 해보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내며, ‘동시대의 생존자’로 명명하고 있는 현재의 우리에게 함께 사유하기를 청한다. 그리고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그래야 할 때’가 도래했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작업노트
여기에 또다시 갈림길이 있다. 먹거나 뱉거나. 응원하거나 용기를 내거나 포기하거나. 표현하거나 침묵하거나. 이미 지나온 숱한 길들을 돌이켜 본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하는 생각도 잠시, 결과보다 질문에 가까운 다음 장면을 떠올리며 답답한 가슴을 힘껏 내리친다. 이것은 분명 형벌이다. 한때는 쉼 없이 내디딘 발걸음에 긍지를 느끼기도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지언정 후들거리는 다리와 해진 신발이야말로 영광의 증거라고 믿어서다. 그는 방금 무얼 하려고 했는지 잊은 사람처럼 제 자리에 가만히 서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냥 이곳에 덩그러니 놓여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무릎을 거쳐 목구멍까지 타고 올라오는 무력감에 꽉 움켜쥐고 있던 긴장이 풀려버린다. 새벽 이슬에 젖은 나뭇잎 위로 뜨거운 눈물이 툭툭 떨어진다.
《그래야 할 때》는 소리 없이 삶을 잠식하고 있는 내적 갈등, 망설임의 순간에 대한 성찰의 프로젝트다. 당락, 판결, 승패 등 외부의 주체가 존재하는 사건들을 제외한, 한 사람 안의 지난한 전쟁 이야기다. 앞서 '형벌'로 언급했듯 영원히 거듭될 것 같은 기로에 주저앉아 자책만 하는 대신 뭐라도 해보자는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이 작업은 특히 짙은 애정, 묵은 감정이 연루된 대상을 두고 주저하는 마음이 견고한 성벽을 이루어 시야를 가릴 때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언제-어떤 결단을 내려야 할지에 관한 사유를 제안한다. 우리의 이 찝찝하고 질척대는 마음은 애먼 곳에서 발생한 결핍을 어떻게든 충족하고 싶은 고장 난 욕심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본 프로젝트는 실제 공간, 마음의 공간이 빼곡하게 들어차 가쁜 숨을 몰아쉬는 동시대 생존자들에게 자신의 우선순위를 돌이켜보는 시공간으로 기획되었다. 사고에 가까운 확률로 발생할 만약에 대비한 것들, 백업의 백업, 그러나 필요할 때마다 귀신같이 사라지고 없는 일방적 사랑의 대상을 향해 마침내 내리는 결단 사례집에 가깝다. 입체,설치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한 전시에서 나는 '간직해야 할 것은 기억일까, 흔적일까?', '가치는 소진되는 것일까, 변화하는 것일까?' 따위의 매우 비생산적인 질문을 조형 언어를 통해 건넨다. 지독하게 압축된 물질과 비물질을 가지고 유보해 온 문제를 소거하는 다양한 실험을 벌이는데, 본래의 쓰임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는 오브제들을 재료로 가공하여 떠나보내기에 용이한 형태의 작품으로 제작, 설치한다.
《그래야 할 때》의 메인 이벤트는 전시 말미에 진행하는 퍼포먼스 〈ㅇㅇㅇ 하는 날〉이다. 2023년 개인전 《아들의 시간 2/2》(스페이스 빔, 인천)에서 선보인 퍼포먼스 〈과연〉(2023)이 같은 공간에 설치했던 작품들을 분리, 정돈, 재배치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전시의 퍼포먼스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작품이었던 사물을 자르고 쪼개고 녹이는 등 철수에 가까운 작가의 수행 과정을 공유하는 공연이다. 이는 사물/ 관계/ 시간/ 마음을 떠나보내는 일종의 송별 의식이기도 하다. 그렇게 이별의 모든 준비가 끝난 상태, 완성된 전시는 마지막 날 단 하루만 공개된다.
그는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른 채 펼쳐진 길을 성실하게 따라가다 문득 온전히 자신의 의지로선택한 여정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더 이상 갈림길 중 어느 쪽을 고를지가 문제가 아니다. 제자리에서 한참을 머뭇거리던 그는 호기롭게 뒤돌아 지나온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다. 이 순간 가장 확실한 것은… 아니다.
#작가소개
박지혜는 입체, 설치를 중심으로 작업 세계를 구축하며, 일상적 갈등을 관찰하고 보편성이라는 명분 아래 배제된 인간성을 탐구해 왔다. 때로는 이해할 수 없고, 가끔은맹목적이기까지 한 삶의 조각들을 바라보며 작가는 타인의 기준에 따라 규정되는 성공 앞에서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하며 그것은 무엇을 위한 판단이었는지를질문한다. 알면서도 반복하는 실패, 닿을 듯 닿지 않는 용서의 시간을 통틀어 그는 현재를 가능케 한 원동력으로 '인간의 불완전성'을 꼽는다. 그리고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실수와 모순이 관계 안에서 다양하게 소화되는 모양을 추적한다. 작가는 숙련된 손과 정제된 표현으로 발화가 금기시된 가장 초라하고 어지러운 현실, 본인이 목도한 실시간의 비극을 작품에 담아낸다. 나아가 이상적인아름다움으로부터 멀어지려는 이야기의 장력을 거슬러 동시대 같은 자리에 묶어놓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하여 인천 도서지역 리서치를 바탕으로 미시사를 통한 공통체와 역사를 기술하는 한편, 사물의 이미지와 서사의 관계성을 탐색하며 개인이 배제된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는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박지혜는 암묵적 합의를 매개로 하는 사회의 질서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가 최선이라고 믿는 가치 기준에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한다. 작가는 실패를 줄이는 효율적인 예술 생산 방식을 탐구하며, 작품에 형식, 규격, 단위로 구분되는 공산품, 디자인, 생활양식을 차용하는 입체, 설치 작업을 전개해 왔다.
《그래야 할 때》는 소리 없이 삶을 잠식하고 있는 내적 갈등과 망설임의 순간에 관한 성찰에 관한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전시이다. 작가는 본래의 쓰임을 다하거나 사용하지 못했던 재료나 오브제를 가공하여 “떠나보내기 쉬운 형태”의 입체 설치 작업을 제작한다. 그리고 전시가 끝나기 하루 전 작품을 해체하며 철수의 가까운 수행 과정을 공유하는 퍼포먼스 〈ㅇㅇㅇ 하는 날〉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늘 가득 찬 상황에 놓여있는 상황에서 주저앉아 자책하는 대신 무엇인가 해보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내며, ‘동시대의 생존자’로 명명하고 있는 현재의 우리에게 함께 사유하기를 청한다. 그리고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그래야 할 때’가 도래했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작업노트
여기에 또다시 갈림길이 있다. 먹거나 뱉거나. 응원하거나 용기를 내거나 포기하거나. 표현하거나 침묵하거나. 이미 지나온 숱한 길들을 돌이켜 본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하는 생각도 잠시, 결과보다 질문에 가까운 다음 장면을 떠올리며 답답한 가슴을 힘껏 내리친다. 이것은 분명 형벌이다. 한때는 쉼 없이 내디딘 발걸음에 긍지를 느끼기도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지언정 후들거리는 다리와 해진 신발이야말로 영광의 증거라고 믿어서다. 그는 방금 무얼 하려고 했는지 잊은 사람처럼 제 자리에 가만히 서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냥 이곳에 덩그러니 놓여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무릎을 거쳐 목구멍까지 타고 올라오는 무력감에 꽉 움켜쥐고 있던 긴장이 풀려버린다. 새벽 이슬에 젖은 나뭇잎 위로 뜨거운 눈물이 툭툭 떨어진다.
《그래야 할 때》는 소리 없이 삶을 잠식하고 있는 내적 갈등, 망설임의 순간에 대한 성찰의 프로젝트다. 당락, 판결, 승패 등 외부의 주체가 존재하는 사건들을 제외한, 한 사람 안의 지난한 전쟁 이야기다. 앞서 '형벌'로 언급했듯 영원히 거듭될 것 같은 기로에 주저앉아 자책만 하는 대신 뭐라도 해보자는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이 작업은 특히 짙은 애정, 묵은 감정이 연루된 대상을 두고 주저하는 마음이 견고한 성벽을 이루어 시야를 가릴 때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언제-어떤 결단을 내려야 할지에 관한 사유를 제안한다. 우리의 이 찝찝하고 질척대는 마음은 애먼 곳에서 발생한 결핍을 어떻게든 충족하고 싶은 고장 난 욕심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본 프로젝트는 실제 공간, 마음의 공간이 빼곡하게 들어차 가쁜 숨을 몰아쉬는 동시대 생존자들에게 자신의 우선순위를 돌이켜보는 시공간으로 기획되었다. 사고에 가까운 확률로 발생할 만약에 대비한 것들, 백업의 백업, 그러나 필요할 때마다 귀신같이 사라지고 없는 일방적 사랑의 대상을 향해 마침내 내리는 결단 사례집에 가깝다. 입체,설치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한 전시에서 나는 '간직해야 할 것은 기억일까, 흔적일까?', '가치는 소진되는 것일까, 변화하는 것일까?' 따위의 매우 비생산적인 질문을 조형 언어를 통해 건넨다. 지독하게 압축된 물질과 비물질을 가지고 유보해 온 문제를 소거하는 다양한 실험을 벌이는데, 본래의 쓰임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는 오브제들을 재료로 가공하여 떠나보내기에 용이한 형태의 작품으로 제작, 설치한다.
《그래야 할 때》의 메인 이벤트는 전시 말미에 진행하는 퍼포먼스 〈ㅇㅇㅇ 하는 날〉이다. 2023년 개인전 《아들의 시간 2/2》(스페이스 빔, 인천)에서 선보인 퍼포먼스 〈과연〉(2023)이 같은 공간에 설치했던 작품들을 분리, 정돈, 재배치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전시의 퍼포먼스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작품이었던 사물을 자르고 쪼개고 녹이는 등 철수에 가까운 작가의 수행 과정을 공유하는 공연이다. 이는 사물/ 관계/ 시간/ 마음을 떠나보내는 일종의 송별 의식이기도 하다. 그렇게 이별의 모든 준비가 끝난 상태, 완성된 전시는 마지막 날 단 하루만 공개된다.
그는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른 채 펼쳐진 길을 성실하게 따라가다 문득 온전히 자신의 의지로선택한 여정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더 이상 갈림길 중 어느 쪽을 고를지가 문제가 아니다. 제자리에서 한참을 머뭇거리던 그는 호기롭게 뒤돌아 지나온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다. 이 순간 가장 확실한 것은… 아니다.
#작가소개
박지혜는 입체, 설치를 중심으로 작업 세계를 구축하며, 일상적 갈등을 관찰하고 보편성이라는 명분 아래 배제된 인간성을 탐구해 왔다. 때로는 이해할 수 없고, 가끔은맹목적이기까지 한 삶의 조각들을 바라보며 작가는 타인의 기준에 따라 규정되는 성공 앞에서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하며 그것은 무엇을 위한 판단이었는지를질문한다. 알면서도 반복하는 실패, 닿을 듯 닿지 않는 용서의 시간을 통틀어 그는 현재를 가능케 한 원동력으로 '인간의 불완전성'을 꼽는다. 그리고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실수와 모순이 관계 안에서 다양하게 소화되는 모양을 추적한다. 작가는 숙련된 손과 정제된 표현으로 발화가 금기시된 가장 초라하고 어지러운 현실, 본인이 목도한 실시간의 비극을 작품에 담아낸다. 나아가 이상적인아름다움으로부터 멀어지려는 이야기의 장력을 거슬러 동시대 같은 자리에 묶어놓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하여 인천 도서지역 리서치를 바탕으로 미시사를 통한 공통체와 역사를 기술하는 한편, 사물의 이미지와 서사의 관계성을 탐색하며 개인이 배제된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는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작가 | 박지혜 PARK Jihye |
전시장 | 인천아트플랫폼 (INCHEON ART PLATFORM, 仁川アートプラットフォーム) G1 프로젝트 스페이스1 |
주소 | 22314 인천광역시 중구 제물량로 218번길 3 |
오시는 길 | 1호선 인천역 1번 출구에서 중구청 방향으로 도보 300m 거리에 있으며, 한중문화관 우측에 위치해 있습니다. |
기간 | 2024.01.05(금) - 21(일) |
관람시간 | 11:00-18:00 |
휴일 | 월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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