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에게
김세인
오셨군요. 이곳의 이름은 우이지(powder)와 오나은(oliochambre)이 ‘그 일’을 위해 쓰는 명의를 조합해 지어졌습니다. 그러면서 ‘가루’는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이미지 특유의 가벼운 시각성과 매체 차원의 유동성을 환기하며, ‘방’은 확장된 의미에서의 그 일로서의 영역, 또는 그 일과 그 일이 아닌 것을 하나의 연속체처럼 설정할 때의 자기 충족적인 문맥을 지시합니다.
프랑스 디종에서 미술을 배웠고 서울에서 일하는 오나은의 파스텔화는 도안이었던 이미지들이 변주되어 한 화면에 배열된 듯 보입니다. 그녀의 도안은 비누나 화병, 지갑 케이스와 같은 사물들의 형태미나 미묘한 향취 등이 선형적으로 반추상화된 것으로, 의미의 공백을 인정한 채 조형된 감각적 편린들이자, 새기는 쪽과 새겨지는 쪽 각자의 지극히 내밀한 문장 속에서만 의미로 활성화될 수 있는 단어들에 가깝습니다. 오나은은 파스텔화를 통해 그 도안들에 대한 종합(synthesis)을 만들어내는데, 그것은 비자발적 기억이 정제된, 외부를 향해 닫힌 사적이고 시적인 의미의 복원을 위한 그림이기도 합니다.
서울에서 미술을 배웠고 일본 도쿄에서 일하는 우이지의 니팅과 레진 오브제는, 도안으로 매개된 간행적(intra-active) 과정 자체가 자기 지시적으로 연장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그녀의 연약하고 덧없이 언제든 날아가버릴 듯한 도안은, 주근깨나 주름, 튼살 등 ‘불완전함’으로 간주되는 신체적 변수에 대응한 즉흥성으로써 마치 피부에서 돋아난 것처럼 변주되고, 우이지는 그 결과물을 다시 일종의 도안처럼, 니팅과 레진 작업을 위한 매개로 활용합니다. 몸에서 시작된 즉흥성의 연쇄를 이어가면서, 끝나지 않는 하나의 순간처럼 ‘만남’과 ‘접촉’의 순간을 지속시키는 것이죠.
옆방에서 들려오는 것과 같은 음악을 틀어둔 채 누군가의 살갗을 찔러 이런저런 이미지를 새겨내는 일로 살아가는 두 사람을 떠올려보세요. 미리 약속된 시각에, 정해진 시간 동안, 직업적 능률성에 촉각을 기울여 타인의 몸을 꾸미고 보수를 받는 것. 두 사람에게 그 일은, 애증의 대상인 이 세계의 현실적 질서에 미술 전공자가 순응하고 스스로를 내맡기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지만, 거기서의 일상에서 의미의 두께 없이 응결되었던 아름다움의 순간을 타인의 몸에 그대로 물질화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머잖아 사라질 이 방처럼, 몸도 결국 하나의 순간이고, 이들의 도안은 단 한 번씩만 사용되니까요. 여기 있는 모든 것들은 그런 두 사람 각자의 방에서 돋아났습니다.
-----
기획 김세인
그래픽디자인 파카이파카이
사진 권은채
주최, 주관 AlterSide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김세인
오셨군요. 이곳의 이름은 우이지(powder)와 오나은(oliochambre)이 ‘그 일’을 위해 쓰는 명의를 조합해 지어졌습니다. 그러면서 ‘가루’는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이미지 특유의 가벼운 시각성과 매체 차원의 유동성을 환기하며, ‘방’은 확장된 의미에서의 그 일로서의 영역, 또는 그 일과 그 일이 아닌 것을 하나의 연속체처럼 설정할 때의 자기 충족적인 문맥을 지시합니다.
프랑스 디종에서 미술을 배웠고 서울에서 일하는 오나은의 파스텔화는 도안이었던 이미지들이 변주되어 한 화면에 배열된 듯 보입니다. 그녀의 도안은 비누나 화병, 지갑 케이스와 같은 사물들의 형태미나 미묘한 향취 등이 선형적으로 반추상화된 것으로, 의미의 공백을 인정한 채 조형된 감각적 편린들이자, 새기는 쪽과 새겨지는 쪽 각자의 지극히 내밀한 문장 속에서만 의미로 활성화될 수 있는 단어들에 가깝습니다. 오나은은 파스텔화를 통해 그 도안들에 대한 종합(synthesis)을 만들어내는데, 그것은 비자발적 기억이 정제된, 외부를 향해 닫힌 사적이고 시적인 의미의 복원을 위한 그림이기도 합니다.
서울에서 미술을 배웠고 일본 도쿄에서 일하는 우이지의 니팅과 레진 오브제는, 도안으로 매개된 간행적(intra-active) 과정 자체가 자기 지시적으로 연장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그녀의 연약하고 덧없이 언제든 날아가버릴 듯한 도안은, 주근깨나 주름, 튼살 등 ‘불완전함’으로 간주되는 신체적 변수에 대응한 즉흥성으로써 마치 피부에서 돋아난 것처럼 변주되고, 우이지는 그 결과물을 다시 일종의 도안처럼, 니팅과 레진 작업을 위한 매개로 활용합니다. 몸에서 시작된 즉흥성의 연쇄를 이어가면서, 끝나지 않는 하나의 순간처럼 ‘만남’과 ‘접촉’의 순간을 지속시키는 것이죠.
옆방에서 들려오는 것과 같은 음악을 틀어둔 채 누군가의 살갗을 찔러 이런저런 이미지를 새겨내는 일로 살아가는 두 사람을 떠올려보세요. 미리 약속된 시각에, 정해진 시간 동안, 직업적 능률성에 촉각을 기울여 타인의 몸을 꾸미고 보수를 받는 것. 두 사람에게 그 일은, 애증의 대상인 이 세계의 현실적 질서에 미술 전공자가 순응하고 스스로를 내맡기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지만, 거기서의 일상에서 의미의 두께 없이 응결되었던 아름다움의 순간을 타인의 몸에 그대로 물질화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머잖아 사라질 이 방처럼, 몸도 결국 하나의 순간이고, 이들의 도안은 단 한 번씩만 사용되니까요. 여기 있는 모든 것들은 그런 두 사람 각자의 방에서 돋아났습니다.
-----
기획 김세인
그래픽디자인 파카이파카이
사진 권은채
주최, 주관 AlterSide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작가 | 오나은, 우이지 |
전시장 | 얼터사이드 (AlterSide, オルターサイド) |
주소 | 03960 서울 마포구 방울내로 59 3층 |
오시는 길 | 마포구청역 5번 출구에서 170m 직진후 우측 골목가에서 360m 정도 걸어오시면 보이는 국제식당 건물 3층에 위치해 있습니다. |
기간 | 2023.09.26(화) - 10.12(목) |
관람시간 | 13:00-19:00 |
휴일 | 월요일 |
SNS | |
웹사이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