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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게 사네

옥상팩토리

2023.08.20(일) - 09.15(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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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서문]

깊이 파고드는 시선: 최준원의 작업에서 이미지-언어를 조각 매체로 분석하기

언어가 갖는 정보량은 그 언어로 구성된 문장이나 단어 조합에서만 유래하지 않는다. 시각적인 생김새나 색상, 글씨체나 사이즈의 영향 또한 받으면서 거기에 있게 된다. 고속도로 표지판, 티비 프로그램의 시각효과, 영화 자막 속도가 그렇듯이, 인간이 움직이는 속도가 향상되고 기기나 기계의 도움을 받고 시각장을 확장하게 된 결과, 글자가 눈에 들어오는 속도를 고민하게 되었다. 앞서 든 예시의 공통점은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움직이거나 지나가는 과정에서 보이는 언어, 그런 의미에서 말하는 ‘신호’들이다. 엄밀한 의미의 신호는 색상별로 구분된다. 초록, 노랑, 빨강은 그 색마다 뜻이 있고 이를 본 사람은 그 뜻을 따라야 한다. 게임 속 공간도 마찬가지다. 물론 유저 대신 플레이어라는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지만, 그가 눈에 들어오는 신호를 잘못 이해한 채 다음 스토리로 넘어갈 수는 없다. 신호들은 이처럼 사람들이 움직이는 상황에서 돌진해 온다. 어떤 의미를 전달받기에 앞서 증가, 감소, 크게, 작게, 숫자, 색깔이 눈에 들어오는 일이 습관화되어 언어가 된다. 말하자면 신호는 이미지로써 수용되는 언어가 된다.

신호는 언어 정보를 시각적으로 담으면서 우리를 향해 온다. 이때 사람들은 처음에는 독해하고 배운다고 해도 점차 그 반응 속도를 높인다. 고속도로를 비롯한 실제와 온라인 게임과 같은 가상 공간을 불문하고, 사람들은 잠시 멈춰 서거나 핸들을 돌리거나 아이템을 획득해서 다른 스킬로 대처하는 등등 반응한다. 신호에 대한 반응이 습관화하는 일을 두고 혹자는 부정적으로 볼지도 모른다. 최준원의 작업에서 신호에 반응하는 일은 입체작업을 두고 반응 속도를 잘 다루려는 과정이 된다. 작가가 관심을 가지고 다루는 온라인 게임 속에서 신호는 두 유형으로 나타난다. 바로 게임 속의 시각적 이펙트와 플레이어가 의사소통하는 데 쓰는 은어들이다. 플로그래밍된 효과와 자연스럽게 내가 키보드로 내뱉은 언어는 각각 미리 탑재된 체계와 의사소통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습관화한 반응에서 나온 순간적인 이미지-언어이다. 이를 입체작업으로 다루는 최준원은 입체라는 매체적 성격뿐만 아니라 3D 프린터 출력과 도색이 들어가는 제작 과정에 느리고 늘어나는 시간축을 가지고 온다. 시각적인 이미지가 강력한 언어를 입체로 만들 때, 작가는 단순히 눈에 끌리는 정보값만 키우려고 하지 않는다. 광고판 문구나 표지판을 그대로 입체화하는 것과 달리, 최준원의 작품을 보면 색상은 물론 배치와 순서의 변화와 함께 화면에서 납작하게 보이던 신호가 부피를 갖게 된다. 화면 속에서 잠깐 떴다 사라진 이미지는 입체로 나오기 전에 3D 모델링 프로그램이라는 또 다른 화면상에서 신중히 분석된다. 이 분석의 공간에서 속도는 감소할 뿐만 아니라 생김새를 세부적으로 관찰하게 된다. 처음에 말한 언어의 정보량이 물질적으로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깊이 파고드는 시점으로 분석된다.

작가가 작업하는 입체는 그 이미지-언어가 갖는 힘이 무엇인지 살펴본다는 점에서 주술적 관계가 명료한, 이를테면 부적 역할을 하는 오브제나 거대 비석을 연상시킨다. 이미지로 형상화한 고대 언어의 시기가 지난 지금, 이동하고 몸을 움직이는 과정에서 만나는 신호는 언어에 기반한 구체적인 의미와 함께 시각적인 효과를 통해 의미를 형상화한다. 빨강은 위험하고, 날카로운 단어 배열을 보면 우리는 주의를 기울이듯이 말이다. 최준원의 작업은 이미지-언어를 단순히 복제하여 보여주는 대신 이미지-언어의 힘을 관찰하고 현실에 꺼내는데, 이때 신호는 부분적으로 허술한 면을 갖는다. 마모되어 광택이 덜 나거나 오래전의 지층에서 꺼낸 유물처럼 나온 형상을 보면, 오히려 화면 속—게임 또는 3D 모델링 프로그램 속에 있었을 때 더 생생하던 인상마저 준다. 이는 ‘화면 속에 보이던 이미지가’ 세련되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지-언어는 고귀한 말이 아니라 은어거나 플레이어 모두에게 식별 가능한 형상인데, 이 정보량은 잠시 멈추고 다각도에서 관찰되고 입체적으로 만든 다음 출력하는 과정에서 탐구 대상이 된다. 이 탐구 과정을 거친 작품에 우리가 보는 것은 게임에서 이미지-언어에 응축된 의미의 방향성에 파고들려는 시간이다.

그럼으로써 최준원의 입체는 하나의 커다란 돌 앞에서 내부를 향해 깎아가거나 손을 대지 않은 채 영적인 힘을 받는 일을 중첩시킨다. 아직 보이지 않는 형상을 만들거나 영적 힘을 찾아내는 일에서 돌은 조각가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내부를 향해—내적으로 탐구되는 대상이었다. 최준원의 작품은 돌도 아니고 깎거나 새기는 과정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미지-언어에 내재하는 의미와 힘의 형상화를 탐구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작품에 대한 태도는 고고학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깊이 파고드는 시점은 순간적인 이미지-언어를 느리게, 시간대를 늘어나도록 작업하여 결과물로 나타난다.


글_콘노 유키


지난 전시에 이어 옥상팩토리에서 신진작가 개인전을 지원하는 [옥팩개인전] 최준원 작가의 《아 이게 사네》 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옥팩개인전은 신진작가의 개인전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로, 이번 전시에서는 최준원 작가의 이미지-언어의 관심을 조각 매체로 제작하여 전시 공간을 구성하였습니다.
( https://blog.naver.com/oksangfactory/223142151141 )




· 작가: 최준원 (Choi JunWon)
· 비평: 콘노 유키
· 포스터: 톰슨찬
· 주최 및 주관: 옥상팩토리
작가최준원
전시장옥상팩토리 (Oksangfactory, オクサンファクトリー)
주소
05855
서울특별시 송파구 법원로 4길 5 송파법조타운푸르지오시티 지하1층 B113호
오시는 길지하철 7호선 문정역 4번출구에서 도보 10분
기간2023.08.20(일) - 09.15(금)
관람시간13:00 - 19:00 / 13:00 - 21:00 (목요일)
마감 1시간 전 입장마감합니다.
입장료 3,000원
휴일화요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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