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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플루리포텐트 아트 스페이스

2023.08.04(금) - 17(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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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은 무한보다 크거나 같다, 고상현 개인전

1 is greater than or equal to ∞, Sanghyun Koh

서문 | 김가원

‘나’라는 존재에 어떠한 이유가 있을까? 만약 스스로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면 역으로 내 삶의 어떠한 의미를 잃은 순간일지도 모른다. 삶은 우리가 경험하는 순간 이미 놓여 있기 때문에 대개 우리는 그 자체의 이유를 탐구하기보다는 현재를 의미 있게 살아내는 데에 더 집중한다. 그러나 내가 살아내고 있는 이 순간이 쉽사리 내 삶을 가치있게 설명해 주지 못할 때 나는 묻게 될지도 모른다. 왜 살아야 하는 것일까. 삶의 이유는 무엇일까. 내 삶은 어떠한 가치가 있을까. 고상현의 작업은 이 풀기 어려운 궁금증을 집요하게 풀어내려는 그의 여정에서 시작된다.

고상현은 자신의 존재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일종의 ‘존재의 당위성’을 찾아내려는 노력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당위라는 무게만큼 그는 공리를 포함한 다양한 수 개념과 과학 이론을 차용하여 자신을 확보하고 소유하면서 조심스럽게 드러낸다. 이번 전시 <1≥∞ (일은 무한보다 크거나 같다)>에서 전시장 중앙을 가득 메운 <청색편이> 작업은 자신의 존재를 우주와 연결 지으면서 존재의 기반을 확립하려는 그의 노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청색편이’란, 빛의 파장이 길어질수록 붉게 보이는 ‘적색편이’ 현상의 반대말로 빛을 내는 물체가 가까워지는 경우 빛의 파장이 짧아져 청색으로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작품 <청색편이>는 그중 특히 ‘우주론적 적색편이’의 반대 개념으로, 우주가 팽창하면서 그로 인해 멀어지는 천체들이 붉게 보이는 현상을 개념적으로 방향을 바꿔 전 우주가 한 개인의 존재로 수렴되는 현상을 표현한다. 91장의 천체 지도에 일정 기간 모은 자신의 분비물을 안료 삼아 지구에서 관측 가능한 모든 별의 위치를 필사하면서 그는 ‘하나’의 개별적 존재자인 동시에 전 우주를 포괄하는 유일무이한 ‘하나’로서 존재하게 된다. 그의 표현대로 “감정을 가진 나 한 사람은 청색편이로서 유일하게 발생한 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소유하고 싶은 마음을 작업의 강한 동기로 꼽았는데, 어쩌면 존재를 증명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결과들이야말로 그를 살아가게 하는 디딤돌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 그가 표현한 1의 개념이 최소한 무한보다 같거나 커야 하는 이유도 답을 알 수 없는 삶 속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지키기 위한 공리가 필요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고상현의 작업은 그 과정이나 결과에 있어서 누군가를 향해 있지 않다. 온전히 자신만을 향해 있는데, 감정을 철저히 배제하고 논리적인 방식으로 존재의 당위를 찾고자 하는 그 과정이 오히려 마치 인간 개개인의 모든 삶을 증명해 주는 듯하다. 1의 모든 존재자는 그 누구든, 무한한 가치를 포함한 것이거나 그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닌다. “1은 무한보다 크거나 같다.”
작가고상현
전시장플루리포텐트 아트 스페이스 (PLURIPOTENT ART SPACE, プルリポテント・アートスペース)
주소
03043
서울 종로구 효자로9길 30 지층 101호
오시는 길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643m
기간2023.08.04(금) - 17(목)
관람시간13:00-18:00
휴일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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