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dograph パドグラフ 파도그래프

래빗홀

기체(-2025.7)

2025.04.03(목) - 30(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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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5211
‘래빗홀’은 현실 너머 상상의 세계, 비현실의 차원으로 들어서는 특정 지점, 경계로 흔히 인지된다. 이번 전시는 가브리엘 크루거(Gabrielle Kruger), 박석민, 박정혜 세 작가들이 다루는 재료의 인공적 물성들, 행위들의 조합이 작업과정 안에서 상상력을 풀어내는 작품으로 전환되는 지점을 살핀다. 이는 그들이 만들어낸 이미지가 유기체처럼 스스로 생명력을 얻고 활성화되도록 작용하는 요소들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작가들이 매일 접하고 있는 주변의 자연, 도시의 환경이나 사물, 그리고 미디어에서 무수하게 접하는 이미지, 사건들은 작업의 내용과 방향성을 정하는 주된 원천이다.

가브리엘 크루거는 아크릴 물감의 인공적 물성을 새롭게 실험하고, 다루는 접근 방식을 작업의 기본 토대로 삼는다. 그는 아크릴 물감을 압출하거나 말려서 겹치고, 짜고, 긁고, 자르고 콜라주한다. 크루거의 회화는 캔버스가 아니라 물감을 말리는 플라스틱 시트에서 시작된다. 이런 작업방식은 회화의 일반적인 방법론뿐 아니라, 조각, 퍼포먼스의 영역으로 그 경계를 확장하는 자연스런 매개가 된다. <A Dainty Dripsca- -pe>(2025)는 굳힌 아크릴 끈을 실처럼 엮은 작업이다. <Humming Humid>(2025)는 캔버스 위에 물감을 붇고, 흘려 화면을 만들고, 가느다랗게 말린 아크릴 끈이나 얇은 조각들을 그 위에 붙여 화면을 완성했다. 그리고 크루거의 화면에 담긴 해변도시 케이프타운을 둘러싼 자연, 정원들에서 마주하는 식물들에 대한 작가의 감각을 담아내는 작업과정은 ‘우연성‘이 부여되며 비로소 완성된다.

박석민 작가의 시선은 늘 물리적 세계와 사변적 세계의 경계를 향한다. 그는 삶의 주변부에서 추출한 사물이나 현상에 특정 시제와 배경으로 불특정한 감각의 서사를 구축하고 상상의 세계를 실체화한다. 최근 신작들에서 다루고 있는 불탄 나무, 돌탑, 물웅덩이는 염원, 치유, 신성 등 신묘한 기운을 내재한 대상으로서 화면에 자리한다. 그는 최근 형태와 기운(氣運)의 상관관계를 탐구하며 세계 곳곳에서 현실과 초월적인 영역을 연결하는 지형지물의 조형적 특성을 빌려왔다. 신작들에서 작가는 물감 안료, 아크릴릭 페이스트, 겔 미디엄 등의 재료를 한 데 섞어 나이프를 사용해 펴 바르거나 에어브러쉬와 붓을 교차로 사용해 두껍고 얇은 질감을 복합적으로 구현해 색을 입혔다. 이는 회화에서 지지체의 형태, 재료, 기법의 정형화된 양식이나 방법론에 구애받지 않고, 오직 설정하고 있는 작업 방향에 적합한 재료와 방식을 취하려는 그의 태도를 드러낸다. 붉은 색조가 두드러진 신작 <Terra Incognita 01>(2025)는 어딘가 존재할 것 같은 산 속 신성한 물웅덩이를 떠올리게 한다. ‘빛’은 작업 초기부터 현재까지 일관되게 그의 회화에서 화면의 깊이, 상상력을 구축하는 주춧돌이다.

박정혜 작가는 색종이, 책, 식물, 냉장고 등 주변에서 익숙하게 접하는 대상들이나 특정 현상이나 사건을 인지하고 흡수하는 자의식, 에너지의 순환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원을 넘나들며 작업의 재료를 고른다. 그리고 대상들의 유기적 형태, 특성에 연관돼 떠오르는 관념, 이미지, 감각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그에 걸맞은 회화적 언어를 궁리해 펼쳐낸다. 이렇듯 작업 방향에 맞춰 설정되는 색, 선, 면 등의 조형적 수단, 체계와 방식은 이를테면 그 정도를 달리해가며 플레이어들(대상)을 품는 운동장이다. 이 플랫폼은 하나로 고정되는 게 아니라 작가가 그때그때 선택하고 있는 대상, 작업 방향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된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신작 <Fizzz>(2025)는 책의 형태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책의 형태 자체는 그 안에 담고 있는 내용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를 주지 않는다. 이로써 그려진 책은 ‘열린 형태’로 비어 있다. 그 열린 공간 안에 작가가 펼쳐둔 조형적 ‘설정’들은 리드미컬한 놀이와 상상의 세계로 감상자를 이끄는 안내자이다.

2025.04.03 - 04.30

Gabrielle KRUGER
PARK Junghae
PARK Seokmin

Opening Reception.
April 3rd, 2025 5pm

Opening Hours.
Tues - Sat 11am - 6pm
(Closed on Sun & Mon)

출처

전시장기체(-2025.7) (KICHE)
주소
03053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동 북촌로5길 20
오시는 길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기간2025.04.03(목) - 30(수)
관람시간11:00 - 18:00
휴일일요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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