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Rain, Ripples Briefly Mirror the Boundless Ocean)
고예지 개인전
나는 이 흐름과 파동에서 포착되는 숨은 의미를 물의 언어라 부르고 싶다.
뤼스 이리가레(Luce Irigaray)는 여성 정체성을 고정되지 않은 유동적인 존재로 보았다. 물이 특정한 형태로 고착되지 않고 흐르듯, 여성의 몸과 목소리, 경험 또한 단 하나의 방식으로 설명될 수 없다. 그녀의 관점에서, 이것은 자유로움으로 이어져 역사적으로 남성 중심 언어에 가려져 있던 여성의 시선과 서사를 발화하는 열쇠가 된다. 물결의 파동은 사유의 몸짓이자 언어가 되어 낯선 감각과 통찰을 불러일으킨다. 나의 작업은 이러한 ‘흐름’에 대한 탐구를 사진과 텍스트라는 두 가지 매체에 담는다. 자연물의 일부를 클로즈업하여 촬영한 사진과 짧고 강렬한 선언적 문구가 상호작용하는 이 Photo-textual 구성은 나의 사유를 기호화하는 방식이자, 이미지와 언어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사진은 흐름을 일시적으로 정지시켜 물의 서사를 직관적이고 감각적으로 기록하는 반면, 텍스트는 이를 개념적 사유로 이끈다. 이미지와 언어 사이를 오가는 이 ‘충돌의 대화’는 고정된 해석을 거부하며, 익숙한 세계를 흔들어 깨운다. 이 두 기호 체계가 ‘물의 언어’라는 은유 아래 맞물릴 때, 마치 물이 경계를 허물듯 두 매체는 서로의 한계를 확장하며, 물이 가진 재생과 치유의 이미지를 더욱 극적으로 드러낸다.
물결이 만들어내는 파동적 은유, 유동성, 그리고 경계를 흐리는 사유를 움켜쥐며, 나는 «물의 언어»를 구성한다. 사진과 텍스트가 충돌하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이 작업은, 부드럽게 경계를 허무는 유동적 내러티브(narrative)로 확장된다. ‘비가 지나간 뒤, 평온했던 물결이 잠시나마 바다를 닮아가는’ 이 짧은 순간은 고정된 질서가 흔들리는 틈새이며, 그 떨림은 오래도록 우리 안에 여운을 남긴다. 나는 그 여운이 바로 ‘물의 언어’가 전하는 메시지—곧 여성의 존재 방식을 끊임없이 재사유하고, 우리의 상상력을 새롭게 열어젖히는 창조적 출발점—이라고 믿는다.
흘러가는 것 이상의 삶을 꿈꾸며, 나는 물을 매개로 탄생하는 무궁무진한 이미지를 통해 사유를 확장해 나간다.
-작가 노트 일부-
디자인 @bookookookok__
설치 도움 @moknunn_oh @hyun_choin
2025.03.08.(토) - 03.20.(목)
12:00 – 19:00 휴무일 없음
챔버 CHMBR (성북구 동소문로 26-6)
작가 | 고예지 |
전시장 | 챔버 (CHMBR, チャンバー) |
주소 | 02860 서울 성북구 동소문로 26-6 하얀벽 단층 건물 |
오시는 길 | 한성대입구역 1번출구에서 도보 2분 거리에 위치한 인디언(웰메이드 삼선교직영점) 매장 옆 골목길 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
기간 | 2025.03.08(토) - 20(목) |
관람시간 | 12:00 - 19: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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