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처럼 단단하고 뚜렷해 보이는 현상의 표면 또는 물리적으로 틀 지워진 경계라도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극소의 입자(particle) 단위로 내려가면, 마치 옅은 안개 속처럼 흐려진다. 그것은 끝이면서 시작이고, 부분이면서 전체다.
《Floating Spores》는 박성소영, 유화수, 이승애 세 작가가 자신들의 견고한 세계관에 기대 있으면서 없고, 없으면서 있는 것을 작업에서 다루고, 드러내는 방식을 살핀다. 세 작가의 작업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주변을 인식하고 관계 맺는 방식에서 스스로의 내면에 응축하고 있는 세계관을 짙게 반영하고 있는 점이다. 그리고 이들은 문명 혹은 현실이라는 가시적이며, 말초적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는 다차원의 상상력을 심화하면서도, 미적 균형감을 잃지 않고자 힘쓴다. 따라서 세 작가가 수행하고 있는 형식이나, 재료 탐구에 대한 집요한 파고들기는 작업 안에서의 미적 긴장을 팽팽하게 유지하는 균형추다.
박성소영 작가는 용, 인어와 같은 상상의 동물이나, 마추픽추, 차마고도처럼 시원(始原)을 떠올리게 하는 웅장하고도 불가사의한 경관들을 그 출발점으로 삼아, 초 시간적 화면을 구축한다. 이는 풍경의 아름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차원이 아니라, 문명 이전(혹은 문명이 사라진 후) 본원적인 무엇에 대한 수행적 성찰에 가깝다. 또한 작가의 작업 방향이 현재를 망각하게 하는 초현실이나, 순박한 자연회귀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점을 알게 한다. 모든 화면에 공통으로 쓰이는 금속성 색감들은 미래적 느낌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원색 물감과 만나 특유의 색감(한복의 색감을 연상하게 하는)을 빚어내고 깊이를 더하며 조화를 이룬다. 짧은 붓질을 쌓아 올리다 보면 어느새 대상의 구체적인 세부는 추상적인 풍경 속으로 점차 소거되고, 결국은 그 너머의 시원(始原)이 드러난다.
유화수 작가는 인간이 과학적, 기술적 수단의 진보에 오랫동안 집요하게 매진함으로써 복잡하고도 고도화된 방식으로 주변 환경에 개입하고 관계 맺는 양상들을 관찰한다. 그는 베어낸 나무 둥치, 도로 경계석 등 도심 외곽의 버려진 자연물, 인공물들을 수집한 후 단순한 기계장치를 더해 설치조각으로 만들거나, 나무의 한 부분을 CNC로 깎아 장식적 모뉴먼트로 변환시킨다. 신작 <자연사>는 운지버섯의 서식처가 된 썩은 나무를 잘라내 온습도 감지 센서를 이용한 스마트팜 시스템으로 죽은 것과 산 것을 연결한 작품이다. 어둑한 공간에 놓은 인위적인 조합이자 일차원적 삼각구도는 복잡도가 높은 관계의 양상을 간결하게 압축해낸다. 그것은 ‘파괴’와 ‘생성’을 거듭 반복하며 미처 생각치도 못한 파급을 야기하는 혼돈의 상태에 대한 하나의 유사 형태소(morpheme)다.
이승애 작가는 비물질적 현상, 영혼, 집단적 정서에 주목한다. 표면 저 너머에 닿고자 매개로 삼는 것은 흑연의 물성에 집중한 단색조의 탁본과 드로잉들이다. 기회가 될 때마다 탁본들을 작업해 모았다가 작품에 따라 그때그때 골라 위에 덧 그리거나, 드로잉을 오려 붙인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동북아시아의 순환적 세계관이 잘 녹아 든 시베리아 설화를 모티브로 <Hunter’s Legacy >연작들을 소개한다. 여러 루트로 수집한 시베리아 지역의 구전 설화들이 직접 떠낸 카펫 문양, 나뭇결 위에 층층이 펼쳐진다. 특히 런던 거주 때 새로 이사 들어간 집의 물려받아 쓰던 카펫 탁본은 시간 또는 문명의 흔적을 감각하게 하면서, 여러 자연적 요소들이 더해져 한데 섞이고, 지워지며 일체를 이룬다. 그리고 거기에는 동식물을 아우르는 환원적 이야기의 갈래들을 따라가며 그 행간을 유추하고, 상상력을 더해 구체적인 형태와 서사를 부여하는 작가의 부단한 손짓이 자리한다.
《Floating Spores》는 박성소영, 유화수, 이승애 세 작가가 자신들의 견고한 세계관에 기대 있으면서 없고, 없으면서 있는 것을 작업에서 다루고, 드러내는 방식을 살핀다. 세 작가의 작업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주변을 인식하고 관계 맺는 방식에서 스스로의 내면에 응축하고 있는 세계관을 짙게 반영하고 있는 점이다. 그리고 이들은 문명 혹은 현실이라는 가시적이며, 말초적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는 다차원의 상상력을 심화하면서도, 미적 균형감을 잃지 않고자 힘쓴다. 따라서 세 작가가 수행하고 있는 형식이나, 재료 탐구에 대한 집요한 파고들기는 작업 안에서의 미적 긴장을 팽팽하게 유지하는 균형추다.
박성소영 작가는 용, 인어와 같은 상상의 동물이나, 마추픽추, 차마고도처럼 시원(始原)을 떠올리게 하는 웅장하고도 불가사의한 경관들을 그 출발점으로 삼아, 초 시간적 화면을 구축한다. 이는 풍경의 아름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차원이 아니라, 문명 이전(혹은 문명이 사라진 후) 본원적인 무엇에 대한 수행적 성찰에 가깝다. 또한 작가의 작업 방향이 현재를 망각하게 하는 초현실이나, 순박한 자연회귀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점을 알게 한다. 모든 화면에 공통으로 쓰이는 금속성 색감들은 미래적 느낌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원색 물감과 만나 특유의 색감(한복의 색감을 연상하게 하는)을 빚어내고 깊이를 더하며 조화를 이룬다. 짧은 붓질을 쌓아 올리다 보면 어느새 대상의 구체적인 세부는 추상적인 풍경 속으로 점차 소거되고, 결국은 그 너머의 시원(始原)이 드러난다.
유화수 작가는 인간이 과학적, 기술적 수단의 진보에 오랫동안 집요하게 매진함으로써 복잡하고도 고도화된 방식으로 주변 환경에 개입하고 관계 맺는 양상들을 관찰한다. 그는 베어낸 나무 둥치, 도로 경계석 등 도심 외곽의 버려진 자연물, 인공물들을 수집한 후 단순한 기계장치를 더해 설치조각으로 만들거나, 나무의 한 부분을 CNC로 깎아 장식적 모뉴먼트로 변환시킨다. 신작 <자연사>는 운지버섯의 서식처가 된 썩은 나무를 잘라내 온습도 감지 센서를 이용한 스마트팜 시스템으로 죽은 것과 산 것을 연결한 작품이다. 어둑한 공간에 놓은 인위적인 조합이자 일차원적 삼각구도는 복잡도가 높은 관계의 양상을 간결하게 압축해낸다. 그것은 ‘파괴’와 ‘생성’을 거듭 반복하며 미처 생각치도 못한 파급을 야기하는 혼돈의 상태에 대한 하나의 유사 형태소(morpheme)다.
이승애 작가는 비물질적 현상, 영혼, 집단적 정서에 주목한다. 표면 저 너머에 닿고자 매개로 삼는 것은 흑연의 물성에 집중한 단색조의 탁본과 드로잉들이다. 기회가 될 때마다 탁본들을 작업해 모았다가 작품에 따라 그때그때 골라 위에 덧 그리거나, 드로잉을 오려 붙인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동북아시아의 순환적 세계관이 잘 녹아 든 시베리아 설화를 모티브로 <Hunter’s Legacy >연작들을 소개한다. 여러 루트로 수집한 시베리아 지역의 구전 설화들이 직접 떠낸 카펫 문양, 나뭇결 위에 층층이 펼쳐진다. 특히 런던 거주 때 새로 이사 들어간 집의 물려받아 쓰던 카펫 탁본은 시간 또는 문명의 흔적을 감각하게 하면서, 여러 자연적 요소들이 더해져 한데 섞이고, 지워지며 일체를 이룬다. 그리고 거기에는 동식물을 아우르는 환원적 이야기의 갈래들을 따라가며 그 행간을 유추하고, 상상력을 더해 구체적인 형태와 서사를 부여하는 작가의 부단한 손짓이 자리한다.
작가 | 박성소영, 유화수, 이승애 |
전시장 | 기체 (KICHE) |
주소 | 03053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동 북촌로5길 20 |
오시는 길 |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
기간 | 2025.02.18(화) - 03.15(토) |
관람시간 | 11:00 - 18:00 |
휴일 | 일요일, 월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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