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애 개인전
《보태닉 드럼》
일시: 2024. 10. 11. (금) – 11. 3. (일)
장소: 아트스페이스 보안 1
운영시간: 12:00 – 18:00
매주 월요일 휴관
입장료 무료
작가: 이승애
그래픽 디자인: 콘탁트
공간 조성 및 영상장비: 올미디어
서문: 고원석
후원: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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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부여된 식물들의 군무
이승애 개인전 《보태닉 드럼(Botanic Drum)》은 동명의 작품을 비롯하여, 총 7점의 신작 애니메이션과 드로잉들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오랜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상상의 시공간과 내밀하고 섬세한 이미지의 변화를 아우르고 있다.
2층에 설치된 작품 Botanic Drum은 시베리아 지역의 무속적 설화를 통해 기복적 의식 행위의 초월성과 그것에 개입하는 식물적 존재 등을 다루고 있다. 이승애는 서구에서 이식된 근대적 지식체계 이전 전통적인 치유행위에 공통적으로 식물이 활용되고 있으며, 치유와 환각이 혼용되는 샤머니즘적 행위가 수시로 직면하는 고통과 질병, 슬픔과 공포 등을 극복하기 위한 지극히 인간적이고 일상적인 마음의 발원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영상에 등장하는 종이 가면들은 시베리아 지역의 샤먼들이 자신의 신체를 떠나 영혼과 접신하기 위해 사용하는 무구의 일종으로, 한 사람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 수십명의 영혼을 불러내는 과정에 사용된다. 작품 속에서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기이한 형태나 북소리와 동물의 울음소리가 섞인 사운드는 접신과 치유를 위해 신체를 소멸시키고 다시 재생하는 것을 반복하는 시베리아의 설화 속 샤먼을 연상시킨다. 종이 드로잉 작업들로 구성된 Botanic Drum Series는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주요 요소들을 재구성한 회화작품이다.작품 속 캐릭터들의 형상은 모두 여러 식물들이 가진 표면을 프로타주하여 구성한 것으로 인류의 의식과 함께해온 식물의 존재를 생각하게 한다.
같은 공간에 배치된 Paper Dress에는 시베리아 샤먼들이 다른 영혼과 접신을 시도할 때 착용하는 전통문양의 의복이자 무구가 등장한다. 가면의 뒤로 비치는 것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실제 태양빛을 드로잉으로 변환, 압축시킨 것이다. 지속적인 빛의 변화는 접신하는 많은 영혼들의 교차를 상징하는 것 같다.
한편 Botanic Drum보다 조금 더 앞서 제작된 다른 작품들은 이동과 연결이 제약 받던 때와 중첩된 개인적 애도의 시기를 관통해온 작가의 고백과 생각들이 담긴 작품들이다. 2층에 설치된 Self Portrait는 불면의 시간에 등장하는 새로우면서도 허상적인 존재들을 감각하는 작가의 시선이 엿보인다. 작가의 얼굴을 배경으로 서로 다른 존재성이 교차하는 순간의 간결함과 섬뜩함이 표현된 이 작품 Botanic Drum은 에서 영혼을 불러내는 가면과 흥미롭게 연결되기도 한다.
1층 입구의 작품 Misty Eyed는 가상적인 정물의 구조를 취하고 있다. 지극히 정적인 듯한 조명의 변화는 의외의 이미지로 갑자기 변화되는데, 차분하면서도 역동적인 역설적 전개가 마치 거시적 시간과 미시적 시간의 상이한 속도감을 기묘하게 혼재 시켜 놓은 것 같다.
The Room은 공간적 제약의 상황이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으로 재현된 풍경으로 묘사된 작품이다. 모니터에 담긴 작품의 이미지 속에 다른 모니터가 존재하고 그 안에 어딘지 알 수 없는 초현실적 풍경이 담겨있다. 거울 속의 거울처럼 재현의 매체 속에서 재현된 이미지는 그 내부로 시선을 유도하지만, 동시에 이미지의 허구적 구조를 일깨우는 장치들이 그러한 재현의 진행을 교란시킨다.
Hold On에는 ‘닿을 수 없는 존재’의 물리적이고 심리적 차원을 동시에 경험한 작가의 감정이 담겨있다. 현실과 기억의 혼돈, 실재와 가상의 융합과 같은 요소들이 간결하면서도 상징적으로 묘사되어있다.
Beatitudes에서 두 화면은 깜빡임을 통해 윤동주의 시 “팔복”을 모르스 부호로 상호 송출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슬퍼하는 자’만 등장하는 이 시는 흔히 윤동주의 깊은 절망과 종교적 번민을 표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승애는 이 절망에 가까운 깊은 슬픔을 가장 인간다운 상태이자 순수한 소통의 시점으로 재해석한다.
이승애의 영상과 종이 드로잉들은 아트스페이스 보안1의 독특한 구조와 만나 마치 관객을 맞는 갖가지 영적 존재들이 오래된 건축물 곳곳에 정주하고 있는 느낌을 불러 일으킨다. 이번 개인전은 식물의 환각성이 매개하는 오래된 치유행위를 통해 소멸된 토착적 지식체계와 고유의 정신세계, 그리고 그 위에 가해진 식민지적 폭력과 망각의 과정을 사유하게 한다. 이는 작가가 시공간의 전례 없는 제약으로 인해 겪었던 상실의 터널을 지난 후 도착한 더 깊은 호흡과 시선의 결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고원석 (전시기획자)
《보태닉 드럼》
일시: 2024. 10. 11. (금) – 11. 3. (일)
장소: 아트스페이스 보안 1
운영시간: 12:00 – 18:00
매주 월요일 휴관
입장료 무료
작가: 이승애
그래픽 디자인: 콘탁트
공간 조성 및 영상장비: 올미디어
서문: 고원석
후원: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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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부여된 식물들의 군무
이승애 개인전 《보태닉 드럼(Botanic Drum)》은 동명의 작품을 비롯하여, 총 7점의 신작 애니메이션과 드로잉들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오랜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상상의 시공간과 내밀하고 섬세한 이미지의 변화를 아우르고 있다.
2층에 설치된 작품 Botanic Drum은 시베리아 지역의 무속적 설화를 통해 기복적 의식 행위의 초월성과 그것에 개입하는 식물적 존재 등을 다루고 있다. 이승애는 서구에서 이식된 근대적 지식체계 이전 전통적인 치유행위에 공통적으로 식물이 활용되고 있으며, 치유와 환각이 혼용되는 샤머니즘적 행위가 수시로 직면하는 고통과 질병, 슬픔과 공포 등을 극복하기 위한 지극히 인간적이고 일상적인 마음의 발원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영상에 등장하는 종이 가면들은 시베리아 지역의 샤먼들이 자신의 신체를 떠나 영혼과 접신하기 위해 사용하는 무구의 일종으로, 한 사람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 수십명의 영혼을 불러내는 과정에 사용된다. 작품 속에서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기이한 형태나 북소리와 동물의 울음소리가 섞인 사운드는 접신과 치유를 위해 신체를 소멸시키고 다시 재생하는 것을 반복하는 시베리아의 설화 속 샤먼을 연상시킨다. 종이 드로잉 작업들로 구성된 Botanic Drum Series는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주요 요소들을 재구성한 회화작품이다.작품 속 캐릭터들의 형상은 모두 여러 식물들이 가진 표면을 프로타주하여 구성한 것으로 인류의 의식과 함께해온 식물의 존재를 생각하게 한다.
같은 공간에 배치된 Paper Dress에는 시베리아 샤먼들이 다른 영혼과 접신을 시도할 때 착용하는 전통문양의 의복이자 무구가 등장한다. 가면의 뒤로 비치는 것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실제 태양빛을 드로잉으로 변환, 압축시킨 것이다. 지속적인 빛의 변화는 접신하는 많은 영혼들의 교차를 상징하는 것 같다.
한편 Botanic Drum보다 조금 더 앞서 제작된 다른 작품들은 이동과 연결이 제약 받던 때와 중첩된 개인적 애도의 시기를 관통해온 작가의 고백과 생각들이 담긴 작품들이다. 2층에 설치된 Self Portrait는 불면의 시간에 등장하는 새로우면서도 허상적인 존재들을 감각하는 작가의 시선이 엿보인다. 작가의 얼굴을 배경으로 서로 다른 존재성이 교차하는 순간의 간결함과 섬뜩함이 표현된 이 작품 Botanic Drum은 에서 영혼을 불러내는 가면과 흥미롭게 연결되기도 한다.
1층 입구의 작품 Misty Eyed는 가상적인 정물의 구조를 취하고 있다. 지극히 정적인 듯한 조명의 변화는 의외의 이미지로 갑자기 변화되는데, 차분하면서도 역동적인 역설적 전개가 마치 거시적 시간과 미시적 시간의 상이한 속도감을 기묘하게 혼재 시켜 놓은 것 같다.
The Room은 공간적 제약의 상황이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으로 재현된 풍경으로 묘사된 작품이다. 모니터에 담긴 작품의 이미지 속에 다른 모니터가 존재하고 그 안에 어딘지 알 수 없는 초현실적 풍경이 담겨있다. 거울 속의 거울처럼 재현의 매체 속에서 재현된 이미지는 그 내부로 시선을 유도하지만, 동시에 이미지의 허구적 구조를 일깨우는 장치들이 그러한 재현의 진행을 교란시킨다.
Hold On에는 ‘닿을 수 없는 존재’의 물리적이고 심리적 차원을 동시에 경험한 작가의 감정이 담겨있다. 현실과 기억의 혼돈, 실재와 가상의 융합과 같은 요소들이 간결하면서도 상징적으로 묘사되어있다.
Beatitudes에서 두 화면은 깜빡임을 통해 윤동주의 시 “팔복”을 모르스 부호로 상호 송출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슬퍼하는 자’만 등장하는 이 시는 흔히 윤동주의 깊은 절망과 종교적 번민을 표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승애는 이 절망에 가까운 깊은 슬픔을 가장 인간다운 상태이자 순수한 소통의 시점으로 재해석한다.
이승애의 영상과 종이 드로잉들은 아트스페이스 보안1의 독특한 구조와 만나 마치 관객을 맞는 갖가지 영적 존재들이 오래된 건축물 곳곳에 정주하고 있는 느낌을 불러 일으킨다. 이번 개인전은 식물의 환각성이 매개하는 오래된 치유행위를 통해 소멸된 토착적 지식체계와 고유의 정신세계, 그리고 그 위에 가해진 식민지적 폭력과 망각의 과정을 사유하게 한다. 이는 작가가 시공간의 전례 없는 제약으로 인해 겪었던 상실의 터널을 지난 후 도착한 더 깊은 호흡과 시선의 결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고원석 (전시기획자)
작가 | 이승애 |
전시장 | 아트스페이스 보안 (アートスペース・ボアン, ARTSPACE BOAN) 아트스페이스 보안 1 |
주소 | 03044 서울 종로구 효자로 33 |
오시는 길 | 지하철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453m |
기간 | 2024.10.11(금) - 11.03(일) |
관람시간 | 12:00-18:00 |
휴일 | 월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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