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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너구리와 유니콘

아트스페이스 보안

2024.09.06(금) - 10.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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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1942(통의동 보안여관) 하반기 기획전시
오리너구리와 유니콘

참여작가: 김효진, 백정기, 에린 존슨, 정혜정
일시 : 2024.9.6 – 2024.10.6
장소 : 아트스페이스 보안 1,2,3
운영시간 : 12:00 – 18:00
월요일 휴관
입장료 무료

디렉터: 최성우
기획: 박승연, 최정욱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손효진
그래픽 디자인: 파이카
공간 디자인 및 조성: 손정민
영상장비: 시스미디어
운송 및 작품 설치: 나라작품운송
홍보물 제작 설치: 네모공간
사진: 고정균
주최 및 주관: 통의동 보안여관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보안1942(통의동 보안여관)의 기획전시 《오리너구리와 유니콘》은 인간의 분류 체계에 의구심을 유발하는 생명에 주의를 기울인다. 종과 종, 암과 수 등 인간이 생명 사이를 가로질러 세운 뻣뻣한 범주에 변화를 촉구하는 존재는 누구인가? 이번 전시는 분류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틈새를 파고들어 그 너머의 존재와 조우함으로써 접촉과 연결을 기반으로 한 유연한 체계를 그려보고자 한다.

인류의 먼 조상이 동굴 벽에 그렸고 성경 속 아담이 이름 지었던 생물들은 분류학의 등장 이후 광범위한 관찰을 거쳐 종의 범주들로 약방의 서랍처럼 정리되었다. 이러한 체계 아래 영원불변할 듯 그려진 생물종들은 찰스 다윈을 통해 나무의 형상으로 뿌리내려 끊임없이 갈라져 뻗어나가고 때때로 절멸하여 부러지는 수많은 잔가지를 갖게 되었다. 이어 ‘카오스’라는 이름으로 묶여 배제되었던 아주 작은 생명의 단위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거대한 나무의 밑동은 고균, 세균, 진핵생물이라는 단 세 가지 갈래로 나뉘었다. 최근의 연구는 종 사이의 거리를 뛰어넘는 유전자 이동에 주목하며 나무의 도상 자체를 질문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의 분류 체계는 다양한 존재를 마주치며 조정을 거듭하는 해체와 재구축의 과정이다.

인간이 생물 간 차이를 인식하여 구별하는 감각은 분명히 생존에 필수적인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이 감각은 종종 인간의 불완전한 범주와 양식에 생명을 ‘고정’시키려는 태도로 변해 그 역동성과 가변성을 간과하게 한다. 부실하게 세워진 위계질서 속에서 일부 존재는 절멸로 추방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분류의 경계가 생명의 다양성에 어떤 층위를 부여하는지, 어떤 존재를 부정하고 있는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전시에 참여하는 네 명의 작가들은 각기 다른 생명과의 조우를 통해 인간이 생명을 범주화하는 태도에 의문을 제기한다. 김효진 작가는 식물, 동물 등의 정적인 분류가 간과하는 역동적인 생존의 몸짓을 화폭에 담아낸다. 작가는 생명이 스스로를 보존하는 다양한 방식의 접점에 주목하여 기존의 위계를 벗어난 상상의 생태계를 그린다. 정혜정 작가는 안과 밖을 뒤섞는 따개비를 ‘통로’로 삼아 그가 다른 몸에 붙어 표류하며 연결하는 여러 생태의 시공간을 소환하고 있다. 전시장에 펼쳐진 흔적들은 ‘따개비’로 분류된 몸 너머로 끈적하게 얽힌 세계를 오롯이 만나기 위한 초석이 된다. 백정기 작가는 여러 생물종들을 하나의 물로써 호명하여 종 사이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지점을 짚고 있다. 수십 개의 이름들을 투과하여 움직이는 물은 생명이 몸의 경계 너머로 흐르고 순환하고 있음을 감각하게 한다. 에린 존슨 작가는 성적 표현이 유동적인 식물을 연구하는 장면에 생물학자 레이첼 카슨이 그녀의 동성 연인 도로시 프리맨과 주고받은 러브레터를 덧입혔다. 개체마다 생식 방법이 달라 쉽게 분류하거나 결론지을 수 없는 식물, 이러한 식물을 연구하고 보존하려는 학자들, 죽음을 앞둔 생물학자의 후회어린 사랑의 말들이 뒤섞여 ‘이름 없음’의 가능성을 노래하고 있다. 이와 같이 참여작가들은 분류의 경계에서 연결로의 전환점을 포착하고 있다.

생태 저술가 데이비드 쾀멘은 생명을 분류하는 “경계의 담장은 고어텍스나 성긴 섬유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고 말한다.1) 우리는 인간이 세운 경계가 두터운 벽이 아니라 유연한 ‘막’임을 인지하고 그 막을 액체처럼 침투함으로써 서로를 만나고 어우러진다. 존재의 분류보다는 알아보고 마주함에 초점을 맞출 때 우리는 소속과 배제로부터 기인한 상실과 갱신이 아닌 공존을 바라볼 수 있다. 이로써 오래된 나무는 거미줄로 뒤덮이고, 나와 너는 난잡하게 뒤얽힌다. 생명은 이 거미줄을 오가며 서로에게 가닿는 움직임이다.

1) 데이비드 쾀멘, 『진화를 묻다』, 이미경, 김태완 옮김, 프리렉, 2020, 357쪽

출처

작가김효진, 백정기, 에린 존슨, 정혜정
전시장아트스페이스 보안 (アートスペース・ボアン, ARTSPACE BOAN)
주소
03044
서울 종로구 효자로 33
오시는 길지하철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453m
기간2024.09.06(금) - 10.06(일)
관람시간12:00-18:00
휴일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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