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제목: 카니발 프로젝트 1: 방탕한 리듬
참여 작가: 이은지, 임정수
전시 기간: 2024.8.3.(토) - 8.17.(토)
퍼포먼스 일정: 8 월 3 일(토) 오후 5 시
전시 부문: 입체, 조각, 영상, 퍼포먼스
전시 장소: 아트잠실
운영 일시: 1-7 pm (휴관일 없음)
기획: 송효진
공간 협력: 아트잠실
아트잠실에서 8 월 3 일부터 8 월 17 일까지 이은지 · 임정수 2 인전 《카니발 프로젝트 1: 방탕한 리듬》을 진행한다. 이은지는 무언가를 닮아 이름 붙여진 돌에 소원을 비는 행위와 같은 인간의 미신적 사고에 관해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면서도, 돌의 형상을 작업 안으로 끌고 와 유희적인 말장난을 통해 믿음의 얄팍함을 폭로한다. 임정수는 인간의 언어와 관념 안에서 사고하는 전형적인 동물의 이미지를 차용해 흉내 내면서도, 지속적인 재배치로 인간 중심 사고에서 탈주하고자 한다. <카니발 프로젝트>는 카니발리즘적 픽션을 가미하지만, 실제 사회와 완전히 유리되지 않으며, 인간을 포함한 몸과 비인간 행위자가 파티를 벌이는 상상적 허구를 통해 현실 세계에 균열을 일으키고자 한다. 본 프로젝트는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관념과 규범의 모순적 경험에서 출발한다. 또한 사회의 일원으로 당연하게 여겨지는 행동 패턴, 허무맹랑한 관습, 유행에 의문을 품으면서도 무의식적으로 따라가는 현상을 감지하고 예술 안으로 가져온다. 본 프로젝트는 기존의 시각 질서에 익숙해져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믿음 체계를 분열시키고 재구성하여 인식의 변환을 꾀하고자 한다.
《카니발 프로젝트 1: 방탕한 리듬》 전시는 현실 세계와 다른 리듬으로 흘러가는 일련의 ‘믿음 체계’를 제안한다. 전시에서 작업은 하나의 생명체로 간주하며 카니발의 생기적 참여자다.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성, 즉 카니발리즘으로 작동한다. 이로써 복수의 몸은 우글거리고 미끄러지며, 서로 뒤얽힌 관계들의 연쇄로 참여한다. 본질적으로 생성과 변화에 대한 갈망을 담고 있는 카니발은 파괴적인 동시에 창조적이다. 전시 기간 동안 작업은 고정되지 않으며 서로를 가로지르고, 침투하고,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상대의 작업을 흡수하고 뱉어내는 과정에서 창발하는 새로운 욕망과 믿음 체계를 상상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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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발 프로젝트 : 방탕한 리듬 》서문
흔히 ‘카니발'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한데 어우러져 배우와 관객이 구분 불가능한 축제를 뜻한다. 역사적으로 카니발은 라틴 아메리카인이 오랜 식민 지배와 독재 정치 속에서 불평등과 갈등을 겪으며 잠시 억압을 탈피하고자 카타르시스와 광기를 표출해 온 축제다. 카니발 시공간 안에서 객체 간 존재론적 위상이 흐려지며 기존의 규범과 질서가 무의미해진다. 비슷한 발음을 가진 카니발(Carnival)과 카니발리즘(Cannibalism)은 사실 다른 어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둘은 상당한 공통점을 가진다. ‘카니발'이 물질적 · 육체적인 하위 원리를 바탕으로 고립된 개인을 타인과 연결해 주고 대지와 우주와 소통하게 한다면 ‘'카니발리즘'은 사람의 몸과 몸의 연결성을 극적으로 표상하는 행위다. 또한 카니발리즘은 인간이 인간을 먹는 행위로 인해 ‘먹는 자'와 ‘먹히는 자'의 구분이 사라진다. 나아가 우리 역시 다른 존재의 ‘먹이’일 수 있다. ‘나’와 ‘상대방'이 하나의 식탁 위에 올려져 먹고 먹히는 관계성으로, 주체와 객체의 경계가 흐려져 결국 몸 외부와 내부가 동시에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섭취를 통한 무분별한 해체는 소화되어 하나의 몸으로 배설된다.
<카니발 프로젝트>는 카니발리즘적 픽션을 가미하지만, 실제 사회와 완전히 유리되지 않으며, 인간을 포함한 몸과 비인간 행위자가 파티를 벌이는 상상적 허구를 통해 현실 세계에 균열을 일으키고자 한다. 본 프로젝트는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관념과 규범의 모순적 경험에서 출발한다. 또한 사회의 일원으로 당연하게 여겨지는 행동 패턴, 허무맹랑한 관습, 유행에 의문을 품으면서도 무의식적으로 따라가는 현상을 감지하고 예술 안으로 가져온다. 본 프로젝트는 기존의 시각 질서에 익숙해져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믿음 체계를 분열시키고 재구성하여 인식의 변환을 꾀하고자 한다.
《카니발 프로젝트 1: 방탕한 리듬》은 몇 가지 전형적인 믿음 체계를 위반한다. 이은지는 무언가를 닮아 이름 붙여진 돌에 소원을 비는 행위와 같은 인간의 미신적 사고에 관해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면서도, 돌의 형상을 작업 안으로 끌고 와 유희적인 말장난을 통해 믿음의 얄팍함을 폭로한다. 임정수는 인간의 언어와 관념 안에서 사고하는 전형적인 동물의 이미지를 차용해 흉내 내면서도, 지속적인 재배치로 인간 중심 사고에서 탈주하고자 한다. 본 전시는 현실 세계와 다른 리듬으로 흘러가는 일련의 ‘믿음 체계’를 제안한다. 전시에서 작업은 하나의 생명체로 간주하며 카니발의 생기적 참여자다.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성, 즉 카니발리즘으로 작동한다. 이로써 복수의 몸은 우글거리고 미끄러지며, 서로 뒤얽힌 관계들의 연쇄로 참여한다. 본질적으로 생성과 변화에 대한 갈망을 담고 있는 카니발은 파괴적인 동시에 창조적이다. 전시 기간 동안 작업은 고정되지 않으며 서로를 가로지르고, 침투하고,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상대의 작업을 흡수하고 뱉어내는 과정에서 창발하는 새로운 욕망과 믿음 체계를 상상하고자 한다.
전시장은 하나의 유기체처럼 작동함과 동시에 각각의 몸은 서로 다른 리듬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복수의 리듬은 매끄럽지 않고 불협화음에 가깝다. 전시장 분위기는 폐허를 연상시킨다. 여기서 폐허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 아닌, 다양한 생명체가 자라나고 번식하는 역동적인 세계다. 애나 칭은『세계 끝의 버섯』에서 “방종(방탕)Riotous 한 우리 존재가 기독교적 남성성의 중심 개념인 인간의 도덕적 의도성의 토대를 약화시킨다”고 하였다. 그녀는 방탕한 우리(인간) 존재가 제 3 의 자연을 깨닫기 위해서라도 미래가 단일한 방향으로 뻗어나간다는 가정을 버리고, 양자장의 가상 입자들처럼 복수의 미래가 수많은 가능성과 함께 출몰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마다 이미 주어져 있는 방식과 다르게 존재하고, 다르게 관계 맺기. 다운율의 리듬과 같은 방식은 일반적 사유 방식을 크게 우회한다.
이은지의 입체 작업 <(손가락)>, <(발가락)>, <(얼굴)>, <(혓바닥)>은 2023 년부터 진행된 ‘Flickers’ 시리즈 연장으로, 돌에 내재한 믿음과 미신적 사고에 주목한다. 이은지는 특정 신체 부위를 닮아 온라인에 올라온 돌 사진을 수집하고 조합해 종이 덩어리로 구현한다. 작업 주재료는 파쇄 종이로,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 파쇄 종이를 주축으로 제작한 이은지의 돌 역시 기원이 불분명하고 알 수 없는 ‘돌-기호’이다. 디지털 상에서 납작했던 돌 이미지는 종이 덩어리로 팽창-변형되면서 이전의 이름과 의미를 잃어버린다. 입체 작업의 제목은 모두 괄호로 묶어 제목을 결정 짓지 않고 계속해서 지연하며, 작업은 기표적 기호에서 어긋나게 된다. 이은지는 작업을 통해 다의성을 띠는 돌의 형상을 실체화한다.
<닮음 모음(유적 검진)>은 네 명의 참여자가 이은지의 입체 작업 제목을 추측하는 워크숍 영상이다. 참여자는 같은 시간 한 장소에 모여 이은지가 만든 돌의 이름을 합의한다. 각각 명칭을 부여받은 돌은 마지막으로 한 장소에 모여 하나의 몸으로 느슨하게 묶인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는 이름을 명명하는 행위를 ‘유적 검진’으로 정의한다. 자신들의 행위가 유적(遺跡)을 발굴하고 신체를 검진(檢診)하는 듯해 붙인 것이다. 이은지는 ‘유적 검진’을 괄호로 묶어 영상 제목에 추가한다. 워크숍 이전에는 생각할 수 없던 단어가 집단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상황은 영문 모를 행위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존속해 온 관습, 우스꽝스럽고 도무지 아무런 맥락이 없어 보이는 특정 언어 습관의 속성을 가늠하게 한다. 워크숍 직후, 이은지는 참여자가 정한 신체 부위의 형상을 입체 작업에 묽게 덧칠한다. 작업은 끊임없이 복수의 의미를 확장하면서 가능성의 공간을 창출하는 다양체가 된다.
임정수는 조각, 퍼포먼스, 영상을 매개로 몸, 감각과 같은 텍스트 외부의 비언어적 실재에 주목한다. <이빨-손톱-척추>는 수직적 형상으로 꼿꼿하게 서 있어 단단해 보인다. 하지만 아몬드 껍질과 조개껍질이 섞인 작업은 분해와 소멸 가능성을 내포하며 임정수가 지향하는 입자적 존재, 에너지 순환과도 연관한다. 피부를 뚫고 나오는 이빨과 손톱은 외부와 내부 경계에 있는 대상이다. 척추는 인간과 (무척추동물을 제외한) 동물에게 필수다. 임정수는 이빨, 손톱이 몸에서 떨어져 "버려지는 것이지만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기에(...) 더 몸 같다."라고 한다.
임정수의 조각은 이빨, 손톱, 척추 중 하나로 수렴해 단정 지을 수 없으며 다중 의미를 지닌 몸 조각이다. 각기 다른 크기와 추상 형태는 특정 동물의 신체를 재현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의 몸 조각인지 규정할 수 없다. 본 조각은 어느 곳이 시작이고 끝인지, 무엇이 중심이고 주변인지 알 수 없다. 전시 초반 개별 조각은 크기 순으로 놓인다. 하지만 분절-합체를 반복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조각은 비결정적인 궤적을 그리며 모였다가 다시 풀어 헤쳐진다. 조각은 다른 존재를 감지하고 의식해 변환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진 몸이 되고자 한다. <행성의 얼굴> 영상에서 공룡 모형, 동물원의 새, 공룡 뼈, 박제된 새가 등장한다. 모두 인간이 만들고 재생산한 공간이다. 박물관, 동물원 내부 동물은 도구로 격하된 사물로 기능한다.
임정수는 인간적 사고가 투영된 동물 오브제를 장착하고 놀이공원에 있는 공룡 모형의 움직임을 흉내 내며 사용 가치에 내몰린 세계에서 기꺼이 그 도구가 '되기'를 수행한다.
송효진 (독립큐레이터)
참여 작가: 이은지, 임정수
전시 기간: 2024.8.3.(토) - 8.17.(토)
퍼포먼스 일정: 8 월 3 일(토) 오후 5 시
전시 부문: 입체, 조각, 영상, 퍼포먼스
전시 장소: 아트잠실
운영 일시: 1-7 pm (휴관일 없음)
기획: 송효진
공간 협력: 아트잠실
아트잠실에서 8 월 3 일부터 8 월 17 일까지 이은지 · 임정수 2 인전 《카니발 프로젝트 1: 방탕한 리듬》을 진행한다. 이은지는 무언가를 닮아 이름 붙여진 돌에 소원을 비는 행위와 같은 인간의 미신적 사고에 관해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면서도, 돌의 형상을 작업 안으로 끌고 와 유희적인 말장난을 통해 믿음의 얄팍함을 폭로한다. 임정수는 인간의 언어와 관념 안에서 사고하는 전형적인 동물의 이미지를 차용해 흉내 내면서도, 지속적인 재배치로 인간 중심 사고에서 탈주하고자 한다. <카니발 프로젝트>는 카니발리즘적 픽션을 가미하지만, 실제 사회와 완전히 유리되지 않으며, 인간을 포함한 몸과 비인간 행위자가 파티를 벌이는 상상적 허구를 통해 현실 세계에 균열을 일으키고자 한다. 본 프로젝트는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관념과 규범의 모순적 경험에서 출발한다. 또한 사회의 일원으로 당연하게 여겨지는 행동 패턴, 허무맹랑한 관습, 유행에 의문을 품으면서도 무의식적으로 따라가는 현상을 감지하고 예술 안으로 가져온다. 본 프로젝트는 기존의 시각 질서에 익숙해져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믿음 체계를 분열시키고 재구성하여 인식의 변환을 꾀하고자 한다.
《카니발 프로젝트 1: 방탕한 리듬》 전시는 현실 세계와 다른 리듬으로 흘러가는 일련의 ‘믿음 체계’를 제안한다. 전시에서 작업은 하나의 생명체로 간주하며 카니발의 생기적 참여자다.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성, 즉 카니발리즘으로 작동한다. 이로써 복수의 몸은 우글거리고 미끄러지며, 서로 뒤얽힌 관계들의 연쇄로 참여한다. 본질적으로 생성과 변화에 대한 갈망을 담고 있는 카니발은 파괴적인 동시에 창조적이다. 전시 기간 동안 작업은 고정되지 않으며 서로를 가로지르고, 침투하고,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상대의 작업을 흡수하고 뱉어내는 과정에서 창발하는 새로운 욕망과 믿음 체계를 상상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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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발 프로젝트 : 방탕한 리듬 》서문
흔히 ‘카니발'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한데 어우러져 배우와 관객이 구분 불가능한 축제를 뜻한다. 역사적으로 카니발은 라틴 아메리카인이 오랜 식민 지배와 독재 정치 속에서 불평등과 갈등을 겪으며 잠시 억압을 탈피하고자 카타르시스와 광기를 표출해 온 축제다. 카니발 시공간 안에서 객체 간 존재론적 위상이 흐려지며 기존의 규범과 질서가 무의미해진다. 비슷한 발음을 가진 카니발(Carnival)과 카니발리즘(Cannibalism)은 사실 다른 어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둘은 상당한 공통점을 가진다. ‘카니발'이 물질적 · 육체적인 하위 원리를 바탕으로 고립된 개인을 타인과 연결해 주고 대지와 우주와 소통하게 한다면 ‘'카니발리즘'은 사람의 몸과 몸의 연결성을 극적으로 표상하는 행위다. 또한 카니발리즘은 인간이 인간을 먹는 행위로 인해 ‘먹는 자'와 ‘먹히는 자'의 구분이 사라진다. 나아가 우리 역시 다른 존재의 ‘먹이’일 수 있다. ‘나’와 ‘상대방'이 하나의 식탁 위에 올려져 먹고 먹히는 관계성으로, 주체와 객체의 경계가 흐려져 결국 몸 외부와 내부가 동시에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섭취를 통한 무분별한 해체는 소화되어 하나의 몸으로 배설된다.
<카니발 프로젝트>는 카니발리즘적 픽션을 가미하지만, 실제 사회와 완전히 유리되지 않으며, 인간을 포함한 몸과 비인간 행위자가 파티를 벌이는 상상적 허구를 통해 현실 세계에 균열을 일으키고자 한다. 본 프로젝트는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관념과 규범의 모순적 경험에서 출발한다. 또한 사회의 일원으로 당연하게 여겨지는 행동 패턴, 허무맹랑한 관습, 유행에 의문을 품으면서도 무의식적으로 따라가는 현상을 감지하고 예술 안으로 가져온다. 본 프로젝트는 기존의 시각 질서에 익숙해져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믿음 체계를 분열시키고 재구성하여 인식의 변환을 꾀하고자 한다.
《카니발 프로젝트 1: 방탕한 리듬》은 몇 가지 전형적인 믿음 체계를 위반한다. 이은지는 무언가를 닮아 이름 붙여진 돌에 소원을 비는 행위와 같은 인간의 미신적 사고에 관해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면서도, 돌의 형상을 작업 안으로 끌고 와 유희적인 말장난을 통해 믿음의 얄팍함을 폭로한다. 임정수는 인간의 언어와 관념 안에서 사고하는 전형적인 동물의 이미지를 차용해 흉내 내면서도, 지속적인 재배치로 인간 중심 사고에서 탈주하고자 한다. 본 전시는 현실 세계와 다른 리듬으로 흘러가는 일련의 ‘믿음 체계’를 제안한다. 전시에서 작업은 하나의 생명체로 간주하며 카니발의 생기적 참여자다.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성, 즉 카니발리즘으로 작동한다. 이로써 복수의 몸은 우글거리고 미끄러지며, 서로 뒤얽힌 관계들의 연쇄로 참여한다. 본질적으로 생성과 변화에 대한 갈망을 담고 있는 카니발은 파괴적인 동시에 창조적이다. 전시 기간 동안 작업은 고정되지 않으며 서로를 가로지르고, 침투하고,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상대의 작업을 흡수하고 뱉어내는 과정에서 창발하는 새로운 욕망과 믿음 체계를 상상하고자 한다.
전시장은 하나의 유기체처럼 작동함과 동시에 각각의 몸은 서로 다른 리듬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복수의 리듬은 매끄럽지 않고 불협화음에 가깝다. 전시장 분위기는 폐허를 연상시킨다. 여기서 폐허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 아닌, 다양한 생명체가 자라나고 번식하는 역동적인 세계다. 애나 칭은『세계 끝의 버섯』에서 “방종(방탕)Riotous 한 우리 존재가 기독교적 남성성의 중심 개념인 인간의 도덕적 의도성의 토대를 약화시킨다”고 하였다. 그녀는 방탕한 우리(인간) 존재가 제 3 의 자연을 깨닫기 위해서라도 미래가 단일한 방향으로 뻗어나간다는 가정을 버리고, 양자장의 가상 입자들처럼 복수의 미래가 수많은 가능성과 함께 출몰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마다 이미 주어져 있는 방식과 다르게 존재하고, 다르게 관계 맺기. 다운율의 리듬과 같은 방식은 일반적 사유 방식을 크게 우회한다.
이은지의 입체 작업 <(손가락)>, <(발가락)>, <(얼굴)>, <(혓바닥)>은 2023 년부터 진행된 ‘Flickers’ 시리즈 연장으로, 돌에 내재한 믿음과 미신적 사고에 주목한다. 이은지는 특정 신체 부위를 닮아 온라인에 올라온 돌 사진을 수집하고 조합해 종이 덩어리로 구현한다. 작업 주재료는 파쇄 종이로,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 파쇄 종이를 주축으로 제작한 이은지의 돌 역시 기원이 불분명하고 알 수 없는 ‘돌-기호’이다. 디지털 상에서 납작했던 돌 이미지는 종이 덩어리로 팽창-변형되면서 이전의 이름과 의미를 잃어버린다. 입체 작업의 제목은 모두 괄호로 묶어 제목을 결정 짓지 않고 계속해서 지연하며, 작업은 기표적 기호에서 어긋나게 된다. 이은지는 작업을 통해 다의성을 띠는 돌의 형상을 실체화한다.
<닮음 모음(유적 검진)>은 네 명의 참여자가 이은지의 입체 작업 제목을 추측하는 워크숍 영상이다. 참여자는 같은 시간 한 장소에 모여 이은지가 만든 돌의 이름을 합의한다. 각각 명칭을 부여받은 돌은 마지막으로 한 장소에 모여 하나의 몸으로 느슨하게 묶인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는 이름을 명명하는 행위를 ‘유적 검진’으로 정의한다. 자신들의 행위가 유적(遺跡)을 발굴하고 신체를 검진(檢診)하는 듯해 붙인 것이다. 이은지는 ‘유적 검진’을 괄호로 묶어 영상 제목에 추가한다. 워크숍 이전에는 생각할 수 없던 단어가 집단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상황은 영문 모를 행위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존속해 온 관습, 우스꽝스럽고 도무지 아무런 맥락이 없어 보이는 특정 언어 습관의 속성을 가늠하게 한다. 워크숍 직후, 이은지는 참여자가 정한 신체 부위의 형상을 입체 작업에 묽게 덧칠한다. 작업은 끊임없이 복수의 의미를 확장하면서 가능성의 공간을 창출하는 다양체가 된다.
임정수는 조각, 퍼포먼스, 영상을 매개로 몸, 감각과 같은 텍스트 외부의 비언어적 실재에 주목한다. <이빨-손톱-척추>는 수직적 형상으로 꼿꼿하게 서 있어 단단해 보인다. 하지만 아몬드 껍질과 조개껍질이 섞인 작업은 분해와 소멸 가능성을 내포하며 임정수가 지향하는 입자적 존재, 에너지 순환과도 연관한다. 피부를 뚫고 나오는 이빨과 손톱은 외부와 내부 경계에 있는 대상이다. 척추는 인간과 (무척추동물을 제외한) 동물에게 필수다. 임정수는 이빨, 손톱이 몸에서 떨어져 "버려지는 것이지만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기에(...) 더 몸 같다."라고 한다.
임정수의 조각은 이빨, 손톱, 척추 중 하나로 수렴해 단정 지을 수 없으며 다중 의미를 지닌 몸 조각이다. 각기 다른 크기와 추상 형태는 특정 동물의 신체를 재현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의 몸 조각인지 규정할 수 없다. 본 조각은 어느 곳이 시작이고 끝인지, 무엇이 중심이고 주변인지 알 수 없다. 전시 초반 개별 조각은 크기 순으로 놓인다. 하지만 분절-합체를 반복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조각은 비결정적인 궤적을 그리며 모였다가 다시 풀어 헤쳐진다. 조각은 다른 존재를 감지하고 의식해 변환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진 몸이 되고자 한다. <행성의 얼굴> 영상에서 공룡 모형, 동물원의 새, 공룡 뼈, 박제된 새가 등장한다. 모두 인간이 만들고 재생산한 공간이다. 박물관, 동물원 내부 동물은 도구로 격하된 사물로 기능한다.
임정수는 인간적 사고가 투영된 동물 오브제를 장착하고 놀이공원에 있는 공룡 모형의 움직임을 흉내 내며 사용 가치에 내몰린 세계에서 기꺼이 그 도구가 '되기'를 수행한다.
송효진 (독립큐레이터)
작가 | 이은지, 임정수 |
전시장 | 아트잠실 (Art Jamsil, アートチャムシル) |
주소 | 05566 서울 송파구 삼전로13길 22 |
오시는 길 | 2호선 잠실새내역 3번 출구, 9호선 삼전역 1번 출구에서 451m |
기간 | 2024.08.03(토) - 17(토) |
관람시간 | 13:00-19:00 |
휴일 |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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