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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선형의 룬 문자로 새긴, 감미로운 선율이 흐르는 내 마음을 무너뜨려, 여기 내 눈앞의 안개를 거두어들이리 RAZE MY SINGSONG HEART, WAND-CUT IN GYRED RUNE, I REAP WHAT FOGS I SEE

페이지룸8

2024.06.08(토) - 27(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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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정보

▪ 전시 제목: 《 나선형의 룬 문자로 새긴, 감미로운 선율이 흐르는 내 마음을 무너뜨려, 여기 내 눈앞의 안개를 거두어들이리 RAZE MY SINGSONG HEART, WAND-CUT IN GYRED RUNE, I REAP WHAT FOGS I SEE 》

▪ 전시 작가: 문정, 찰스러스킨

▪ 전시 기획/ 글: 이상미

▪ 주최/주관: 페이지룸8

▪ 전시 기간: 2024년 6월 8일(토) ~ 6월 27일(목)

▪ 오프닝 : 2024년 6월 8일(토) 오후 4~6시

▪ 운영 시간- 화~일요일 13:00~18:00/ 월요일 휴무

▪ 전시 장소: 페이지룸8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11길 73-10 1층 상가) www.pageroom8.com

▪ 사진: 양이언

▪ 전시 장르 및 규모: 드로잉, 영상, 입체 등

▪ 문의: 박정원 (페이지룸8 디렉터) 02-732-3088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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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찰스 러스킨
《Raze my singsong heart, wand-cut in gyred rune, I reap what fogs I see》 글/ 기획. 이상미(독립큐레이터)

“나선형의 룬 문자로 새긴, 감미로운 선율이 흐르는 내 마음을 무너뜨려,
여기 내 눈앞의 안개를 거두어들이리”

이 모호하면서도 시적인 문장은 이번 전시의 시작과 과정을 은유하는 것으로 문장의 의미보다 이 문장이 나오게 된 배경과 관련 있다. 위의 문장은 전시 제목을 의역한 것으로 은유적이고 중첩적인 의미를 내포하며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전시 참여 작가인 문정과 찰스 러스킨의 관계에서 비롯되었다. 두 작가는 서로의 언어를 배우며 교류하는데, 그들은 종종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영어 단어 5개씩 총 10개를 주고받으며 해당 단어에 관한 생각을 나누고 찰스 러스킨은 여기서 나온 단어의 알파벳으로만 조합해 문장을 만든다. 애너그램anagram을 통해 완성된 문장은 다시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문화, 사회적 배경 차이에서 기인한 뉘앙스의 차이로 번역이 순조롭지 않다. 이러한 행위에서 발생한 유희성과 소통에 관한 질문은 두 작가에게 각자의 어법으로 작업을 확장할 수 있는 씨앗으로 작용한다.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이들의 상호작용은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 사회와 사회를 매개하거나 분절하는 언어의 특이성과 확장성을 기저에 둔다. 이번 전시 문정⋅찰스 러스킨 2인전 《Raze my singsong heart, wand-cut in gyred rune, I reap what fogs I see》는 두 작가의 문화, 사회적 배경 차이에서 오는 간극을 채우기 위해 텍스트가 지닌 기호적 속성에 주목하고, 그들의 작업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자발적, 비자발적 상호작용을 통해 텍스트와 이미지가 교차하고 접합하고 분리되는 지점을 살펴 보고자 한다.

두 작가의 작업 태도는 일종의 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ity[1]을 취한다. 하나의 문장에서 출발한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텍스트가 지닌 관계성과 밀접성을 바탕으로 기존의 작업 방식을 확장하고 변용한다. ‘상호작용’이라는 맥락 안에서 문정과 찰스 러스킨은 각자 최근 실험하는 작업을 내세운다. 그중 한 작품은 이번 전시 제목을 모티프로 두 작가가 협업한 것으로 문정은 평면 작업으로 찰스 러스킨은 사운드 작업으로 구현했다. 이전 두 작가가 진행했던 협업은 문정의 완성된 평면 작품을 찰스 러스킨이 본 후 그 이미지를 모티프로 사운드 작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실행되었으나 이번에는 동시에 각자의 영역에서 실험한 작업을 하나로 수렴하는 방식을 택했다. 두 작품은 다른 매체적 속성으로 서로를 당기고 밀어내며 협업 작품으로의 조건을 맞춰 나간다. 작업의 출발은 텍스트로 시작했지만 두 작가가 각자의 작업 영역에서 시각적으로 전개하는 방식은 그것이 지닌 개념적 요소만을 적용할 뿐이다.

문정은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단어로 수집하며 시각과 지각 사이의 행간을 미시적으로 탐구한다. 지금까지 본인이 수집한 단어를 스스로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해 왔다면,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inter-view drawing>(2024) 시리즈는 ‘타자’라는 하나의 변수가 작용한다.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50개의 일상적인 단어를 AI 기반 플랫폼에서 추출한 후 자신의 SNS에서 불특정 다수와의 작업을 진행했다. 작업에 참여를 희망하는 사람은 1부터 50까지의 숫자 중 원하는 숫자 하나를 작가에게 보내고 작가는 그 번호에 해당하는 단어를 참여자에게 보낸다. 참여자는 그 단어에 관한 생각이나 느낌 등을 간단한 문장으로 작성해 작가에게 다시 보내고 작가는 이 문장을 해석해 시각이미지로 변환한다. 제시된 단어는 타자에 의해 한 번 해석되고, 해석된 문장을 또 한 번 작가가 해석함으로써 작가는 타자를 매개로 또 하나의 기의signifié를 만든다. 이 기의는 하나의 시時처럼 함축적인 동시에 다양한 해석을 담고 있는 열린 방과도 같다. 다양한 층위를 담은 드로잉은 작지만 단단하며 시각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힘을 가진다. 또한, 얇고 섬세한 선과 색 그리고 텍스트로 구성되어 다양한 기호적 요소를 담고 있다. 이 기호들이 주는 힌트로 관람자는 해당 작품이 어떤 단어로 시작되었는지 반추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작품은 열린 방으로 기능하며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갖는다.

찰스 러스킨은 시를 쓰고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영상, 사운드, 설치 작업으로 매체를 확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문정과 협업한 사운드, 영상 작품을 비롯해 드로잉, 영상과 설치가 결합된 형식의 작업을 선보이며 관람자와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시도한다. 문정의 작업이 기호적 요소를 텍스트와 이미지로 드러낸다면, 찰스 러스킨의 작업에서는 시청각적 이미지로 기호적 속성이 드러난다. 작가는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13년째 서울에서 거주 중이지만, 외국인 입장에서 겪는 언어적 한계와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당혹스러움은 일정 시간이 지나도 메꿔지지 않는 간극으로 일상에 부산물처럼 남아 있다. 작가는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피소드를 작업으로 펼치며 통상적인 생각과 기준을 전복하고 익숙하지 않은 감각으로 작업을 인식하게 한다. 예를 들면, 작품 <You, it’s always been you>(2024)에서는 삼면으로 설치된 모니터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관람자를 응시한 채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한다. 이는 관람자가 작품을 보는 것과 동시에 작품에게 보여지는 대상으로 전환되어 관람 주체에 관한 질문으로 이어지게 한다. 한국 공중화장실에 비치된 비누 걸이를 보고 혐오감을 느꼈던 경험에서 출발한 작품 <Sate me, you dirty thing>(2024)은 비누 걸이와 거울의 드로잉이 텍스트가 지닌 기호적 속성을 대신하며 본래의 용도와는 무관하게 엉뚱한 상상을 유발한다. 이처럼 찰스 러스킨의 작품은 이미지와 오브제가 갖는 본래의 기능을 변용하고 상실함으로써 또 다른 의미를 획득하고, 이는 작가의 작업을 관통하는 블랙코미디 적 요소로 구현된다.

전시장 한켠에는 이번 전시의 단초가 된 문정과 찰스 러스킨이 작업했던 텍스트 퍼즐 시트가 있다. 이는 이번 전시를 준비할 때쯤 두 작가가 만나서 했던 일종의 ‘단어 놀이’를 관람자도 참여할 수 있도록 제작한 것이다. 작가들은 으레 제작되는 전시 엽서 대신 그들의 상호작용의 일부인 단어 놀이 시트를 관람자들이 경험해 볼 수 있도록 비치함으로써 또 다른 형식의 교차지점을 모색하고자 한다. 또한, 두 작가의 공통 분모가 된 유희적 방식 이면에 내재된 수많은 층위가 작가를 경유하고 시각이미지로 귀결되는 과정을 하나의 퍼즐 시트로 상상해 보기를 희망한다. 작은 이벤트에서 출발한 문정과 찰스 러스킨의 작업은 하나의 뿌리에서 다른 가지로 확장해 나갔다. 각기 다른 문화와 언어를 가진 두 작가를 하나로 묶고 다시 펼친 이번 전시가 전시 제목처럼 그들에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많은 가능성을 내포한 열린 결말로 귀결되기를 바란다.

[1] 상호텍스트성은 프랑스 철학자 줄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 1941~)가 창안한 용어로 해당 글에서는 크리스테바가 주장하는 개념보다 폭넓은 의미로 사용됨
작가문정, 찰스러스킨
전시장페이지룸8 (PAGEROOM8, ペイジルーム8)
주소
03052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11길 73-10 1층 상가
오시는 길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에서 정독도서관을 지나 풍년쌀농산에서 도보 10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삼청파출소와 이마트24 사이 골목에서 풍년쌀농산 왼쪽 길로 도보 10분
기간2024.06.08(토) - 27(목)
관람시간13:00~18:30
휴일월요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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