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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Essay

NOON CONTEMPORARY

2024.04.19(금) - 05.31(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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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에세이
Minsu Kim

19 APRIL - 31 MAY 2024

눈 컨템포러리는 김민수의 개인전 ”에세이 Essay”를 4월 19일부터 5월 31일까지 개최한다. 김민수는 그간 주변에서 마주하는 평범하고 익숙한 대상들을 통해, 일상성 너머로 생경하게 비치는 감각을 포착한 회화를 선보여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 특유의 조형언어로 표현된 ‘해질 무렵 대기의 움직임’, ‘드리워진 버드나무 가지의 흔들림’, ‘커튼 너머 창밖의 공기’, ‘꿈을 꾸고 있는 듯한 모로 누운 소년’, ‘비를 느끼고 있는 새’ 등, 각각의 이야기가 담긴 신작 15점이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에세이”라는 전시 타이틀에서도 가늠할 수 있듯이, 시각적 또는 감각적으로 작가를 둘러싸고 있었던 공기, 분위기, 상황 등에 관한 이야기이다. 작가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어느 한 순간을 포착하고, 그 순간에 펼쳐지는 누군가와의, 또는 어떤 사물과의, 또는 어떤 상황과의 ‘관계에 대한 단상’을 마치 수필을 써내려 가 듯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어법으로 담담하게 풀어낸다.

작가의 작업은 일상적인 대상들과의 마주침 속에서 순간적으로 획득한 감각과 가장 가까운 색을 발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작업은 주로 아크릴과 유화물감을 재료로 한 담백한 붓질들로 구성되는데, 캔버스에 스프레이를 뿌리거나 끈과 철사, 스티커를 화면에 결합하기도 하고, 때로는 종이에 수채물감과 펜을 이용해 그리기도 한다. 이처럼 자유로운 표현방식의 선택은 감각적인 경험과 중첩된 기억들을 회화적 공간에 담아 내기 위한 작가만의 유연한 스타일을 반영한다. 나아가 작품들은 일상 속에서 익숙한 대상들의 이미지를 취하면서도 그러한 일상성에 한정되지 않는 함축적인 순간들을 ‘그림’ 이라는 물리적 매체로 구현하기 위한 회화적 탐구를 엿볼 수 있게 한다.

김민수(b.1990)는 2015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2018년 동 대학원 조형예술과를 졸업하였다. 현재는 서울과 경기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오에이오에이, 밀리미터밀리그램, 가삼로지을 등에서 다섯 번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이외에도 하이트컬렉션, SEMA창고, 아트스페이스3, 갤러리SP, PIBI갤러리, 누크갤러리 등에서 열린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하였다. 현재, 수원푸른지대창작샘터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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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의 삶: 곁에 (들어와) 있는 것

콘노 유키


시작하는 첫 구절을 읽어 본다. 그것은 삶의 ‘단편(短篇/断片)’이다. 어려운 말도 아닌, 그렇다고 단조롭기만 하지 않은 시작이다. 보여지기 위해 쓰인 일기장과도 같이 에세이는 쓰인다. 머나먼 추억을, 오늘 경험한 일을 가까이 끌어 오기도 하고, 방금 지나간 장면을 충동적으로 담으려고 에세이는 쓰인다. 멀리 떠난 장면이나, 옆에 가까이 있던 것들이 글쓴이의 손을 따라, 그리고 독자의 눈을 따라 그려진다. 말과 더불어 보이는 것, 그와 더불어 내면이 흰 바탕에 상영된다—소리 없이. 우리가 종종 읽는 에세이란, 글쓴이가 그때 그곳에 보낸 시선을 다시 이곳으로 가져와 독자에게 다시 보내는/ 보낸 것이다. 글과 종이에 담는/담긴 것—그릇에 빗대어 말하는 정도로 견고한 틀이 필수적이지 않은, 순간적이고 솔직한 것이다. 에세이는 글쓴이와 독자가 주고받은 시선으로 빚어지고 시각적(인 동시에 비 시각적)인 이미지로 맺힌다.

개인전 《에세이》에 소개된 김민수의 회화를 보면 어떤 사람, 어떤 동물, 어떤 식물, 어떤 사물들, 어떤 장소가 보인다. 여기에 보이는 것은 작가와 함께 같은 공간에 있었거나 시간을 보낸 대상들이다. 붓 ‘터치’—이 접촉은 이전 작업에서 비교적 감각적이고 추상적인 흔적으로 남았다면, 최근 작업으로 오면서 보다 구체적인 이미지로 나타난다1. 작가가 말하는 “피부에 직접 닿는 감각"은 “삶을 더 깊이” 보는 시선을 거쳐 시각적으로 형태 잡힌 모습으로 화면에 들어온다. 그 중에서 어떤 것은 이름이 있고 이름이 없는 것도 있다. 에세이에 사사로움이 묻어 있다면, 소재의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라 보이는 것을 가까이 가져오려는 태도에 유래한다. 마찬가지로 김민수의 그림에서 버드나무, 새, 사람—이것들은 모두 작가의 시야에 들어오거나 마음이 다가가 그의 곁에서 넘실거리고 반짝이는 이미지들이다. 그 모습은 순간적으로 작가의 마음을 흔들었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작가는 가까이, 비록 내 물건으로 소유할 순 없더라도 내가 다가갈 수 있도록 끌어온다. 곁에 있는 것들은 ‘어떤 것’—이름이 있는 특정한 것, 혹은 신분을 알 수 없는 것, 둘 다—이다. 사사로움은 모든 순간을, 아니 모두에게 순간적으로 닿는 몸짓이 되어 그림으로 들어온다.

소설이 어느 한 시공간으로 우리—독자와 글쓴이 모두—를 데리고 가는 글이라면, 에세이는 삶의 ‘단편’으로 우리를 맞닥뜨리게 하는 글이다. 흐르듯이 지나가는, 그 어느 순간을 고이 간직하는 것. ‘단편’—짧고, 어느 한 부분인 에세이는 책의 두께가 아닌 낱장, 전체가 아닌 일부에 머무는 짧은 호흡이다. 김민수가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그가 대상에게 시선을 보낸 순간보다 길다. 스치듯 떠오르거나, 눈 앞에서 본 것들은 한 순간인데 반해, 그림을 그리는 일은 보는 일보다 더 오래 걸린다. 그러나 그가 시선을 보낸 순간은 떠오르고 가라앉혔다 다시 떠오르기를 반복하면서 평면적 회화에 전달된다. 그때의 시간은 사실상 화면으로, 작업에 이어져 있다. 마치 내 시야나 마음 속에서 흔들린 잔물결이 퍼져 나가, 강 건너 내가 다시 기쁜 마음으로 받아 주는 것처럼, 그림으로 그때를 옮기는 시간은 지속의 형태를 띤다. 주변을 관찰하고 감각적으로 기록한 ‘터치’는 대상을 오래 바라보고 떠올리는 일을 통해 윤곽을 그려 나가 ‘삶의 깊이’로 데려다 준다.

에세이의 끝은 처음과도 같다. 그 가장자리는 곧 삶을 향하고 삶에 맞닿아 있다. 생생한 만남이 삶 속에 잠시 찬란하게 나타났던 그때, 그 순간을 여러 번 떠올리고 바라보면서 그림으로 옮기는 일. 회화에 담긴 물건, 사람, 장면은 작가의 시선에 머물렀고 지금도 머문다—화면에, 그리고 작가에게. 그의 곁에서 반짝거린 순간은 화면 안으로 들어와 보는 사람의 곁으로 오게 되었다. 작가의 삶에 맞닿아 있던 이미지, 그 이미지가 그려진 회화 작업은 작가의 시선이 닿았던 자리로 우리를 이끈다. ‘단편’이 말 그대로 짧고 부분적이더라도, 이는 곧 순간을 오래 간직하고 내 곁으로 끌어오려는 태도의 발현이다. 일생이 아닌 삶—생활 속 깊숙이 그러나 짧고 일부분인 그때, 그때가 지나도 계속 떠올린 낱장의 이미지, 이것이 화면에 들어온다. 그러면서 작가와 우리, 그림을 보는 사람과 가까이 지낸다.


1. 구체성은 그림의 형상은 물론, 스티커나 종이 콜라주, 로프처럼 물감과 다른 물성이 재료에 다뤄지는 점에도 해당된다.

출처

작가김민수
전시장NOON CONTEMPORARY (눈 컨템포러리, ヌーン・コンテンポラリー)
주소
04326
서울 용산구 소월로 72
오시는 길<남산도서관, 용산도서관> 버스정류장에서 426m
(지하철보다 버스를 권장합니다.)
기간2024.04.19(금) - 05.31(금)
관람시간12:00-18:00
휴일일요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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