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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천(Pieces I)

팩션

2024.04.10(수) - 1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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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천(Pieces I)
일정: 2024.4.10-4.15 12:00-20:00 (휴무 없음)
장소: Faction(서울시 성북구 삼선교로 78, B1)
기획 및 참여: 양현준

포스터: 이현우

사진: 김하준


전시 소개:
《Pieces I(한 장의 천)》은 종교복을 연구하며 시작된 의상 실험 프로젝트다. 본 제작자는 기존의 체계화된 현대의복 디자인(테일러링)에서부터 ‘의복’이라는 순수한 형태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 인간과 의상의 원시적인 관계성을 주제로 작업을 시작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피스(piece)들은 초기 불교의 로브(Monk's Robe)를 통해 현대의복을 해체 및 재구성했고, ‘한 장의 천’을 모티프로 작업했다. 현대의 테일러링, 넓게 서양의 옷은 가능한 입체적인 형태를 강조하며 몸에 가깝게 밀착시킬 수 있도록 발전되어 왔다. 반면에 로브(Monk's Robe)는 그저 버려진 천을 모아 한 장의 천으로 만들어 몸에 두르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서양에서 ‘입는다(wearing)’라는 개념과 다르게 ‘두른다(wrapping)’는 개념에 가까운 옷들이 발전되어 왔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현대의복의 해체 및 소거를 통해 기존 체계의 옷들이 얼마나 단순하고 원시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지 보여주고자 하며, 의상이라는 것 이전에 어떻게 몸과 천이 상호작용해 왔는지 다시금 느껴볼 수 있는 원시적인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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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PIECES I

원시적 감각, 감싸다, 오컴의 면도날, 촉감, 두르다, 소, 복잡할수록 천하다. 행동 곡선, 아기 옷, 나만의 길
양현준이 작업실 벽면에 거칠게 남겨둔 사유의 조각들이다. 

현대산책자 디렉터 
이현우

오랜 기간 그의 작업을 보아 왔기에 이번 전시와 그의 옷에 대해 설명이라면 주저 없이 펼칠 수 있다.
그러나 한 전시를 관람함에 앞서, 서문이란 관람자에게 어떠한 프레임을 강제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복잡할수록 천해지기에 그의 옷과 전시 자체에 대한 설명은 위의 단어로 대신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

그럼에도 무언가 발견하길 바라는 관람객이 있다는 것을 알고있기에 불가피하게 몇가지 관점과 해설을 남긴다.
그러나 가능하다면, 온전히 자신의 시선으로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 아래의 글들은 관람 후에 읽을 것을 정중히 권하는 바이다.


그가 작업하는 장면을 온종일 들여다본 경험이 있다.
침묵 속에서 선을 그리며, 면과 면을 잇는다.
그 순간 나는 인간이 옷을 만들던 태초의 원형을 마주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누가 만든 옷을 입어왔고, 입고 있는가?
당신이 지금 입은 그 옷은 그 레이블 속 이름을 지닌 자가 만든 것인가?
이 시대에 도대체 인간이 직접 인간을 위해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얼마나 남았는가?
태어날 생명을 위해 직접 옷을 지어주던 부모는 어디에 갔는가?
인간을 위해 인간이 육체를 재고, 인간을 위한 옷을 만들던 시절은 어디에 갔는가?
우리는 기어코 3d 프린터가 인간의 육체 위에 인공의 것들을 분사하여 만들어 내는 장면에 환호하며 살아야 하는가?

작금의 시대는 우리가 옷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논리에 의해 예측되고 제작된 옷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취향에 맞는 옷을 선택한다고 믿지만, 우리의 취향은 한 인간이 살아온 환경에 기인하기에 우리의 선택지는 예측 가능하다.
이러한 패션 산업의 메커니즘 속에서 인간은 자본에 의해 재단되고 도열되며, 옷은 어떠한 상징적 기호로 작용한다.

인간이 자본에 의해 배제되는 시대에 양현준이 걸어가는 길은, 그의 작업실 벽에 적혀있듯 원시적이다.
한 인간이 직접 타인의 육체를 측정하고, 그나 그녀만을 위해 한 벌의 옷을 짓는다.
예리한 관람객이라면 이미 인지했듯, 그의 옷에서는 절단면을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옷보다 '한 장의 천'에 가깝다.
그의 손에서 탄생한 '한 장의 천'은 인간의 행동 곡선에 맞추어 육체를 감싸고, 보호한다.
태초에 인간이 자신의 육체를 보호하기 위해 무언가를 둘렀던 것처럼, 이제 다시 옷은 상징적 기호에서 벗어나 인간을 위해 작용한다.
한 장의 천으로 환원된 옷은 이제 인간을 환대할 준비가 되어있다.

모든 텍스트는 그를 옆에서 관찰한 나의 견해임을 밝힌다. 그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내가 이러한 글을 남긴 것처럼, 그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의 작업은 이 전시를 본 모든 이의 삶에 젖어들고, 다시 재구성될 것이다.
작가12:00-20:00
전시장팩션 (Faction, ファクション)
주소
02862
서울시 성북구 삼선교로 78, B1
오시는 길4호선 한성대입구역 / 성신여대입구역에서 도보 10분
6호선 보문역에서 도보 10분
기간2024.04.10(수) - 15(월)
관람시간13:00 -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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