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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and Forth

씨알콜렉티브

2024.02.22(목) - 03.30(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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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2(thu) – 03.30(sat) 박관택 개인전《Back and Forth》


평평함을 위한 디멘션 / 황지원

작금의 시대에 회화에서 더 이상 어떤 질문이 가능할까? 미술의 역사와 동시에 시작된 세상을 재현하고자 하는 욕망은 20세기 모더니즘 혁명을 지나면서, 새로운 재현 체계를 분출하기 시작했다. 당시 예술가들은 이제껏 답습해온 2차원 평면에 그려진 시각적 환영(illusion)을 제거하기 위해 “그림과 바탕, 형상과 배경, 구성과 표면, 회화적 공간과 물리적 평면”* 사이의 위계를 뒤흔들고, 그것들 간의 융합을 추진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회화 매체의 고유한 특성인 ‘평면성(flatness)’은 ‘예술의 자율성’을 구축하는 데 가장 중요한 본질이다. 추상표현주의, 미니멀리즘, 포스트–미니멀리즘으로 이어지는 계보에서 평면성에 대한 실험은 수없이 이루어졌지만, 절대적 평면성–회화는 결코 가능할 수 없다는 딜레마를 낳았다.

박관택 작가는 앞선 세대가 구축해 놓은 회화/드로잉의 근본적인 논리 구성에 새로운 물음표를 던진다. 특히 그는 회화/드로잉에서 항상 소외된 ‘뒷면’의 존재를 조망하는 동시에 근본적인 구성요소인 평면적인 표면, 지지체의 형태, 안료의 특성, 물성의 조건을 실험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단순히 종이라 하기엔 두꺼운 평면(MDF 패널)이 마치 조각품같이 벽에 걸려있는데, 일명 회화/드로잉이라고 불리는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지지체의 전면과 후면 모두를 중요 시각 요소로 사용하는 드로잉–객체”이다. 작가는 이번 작품을 만들면서 ‘(1) 사각 프레임일 것, (2) 뒷면을 채색할 것, (3) 맨 앞에 이미지를 나중에 그릴 것’을 규칙으로 설정하여 작업을 진행하였다. 따라서 드로잉–객체들은 모두 사각 프레임이지만 각기 다른 형상으로 ‘접혀져’ 있으며, 뒷면에 칠해진 형광 안료는 벽에 다시 반사되어 벽과의 상호 관계성을 설정하고, 마지막으로 이미 구성된 형태 및 색채와 균형을 이루는 추상적 드로잉을 앞면에 선보인다. 즉, “이미지–지지체의 물성–주변 환경(벽, 빛, 반사되는 색채)”이라는 3축 구조의 균형을 경유하여 작금의 시대에 평면성의 실험을 시도한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하나의 작품보다는 작품 형태부터 색깔, 접히는 각도, 걸리는 위치, 설치 방법 그리고 전시 공간까지 ‘전시’ 자체가 하나의 총체적인 영향으로 구성된다. 박관택은 이전 전시, 이를테면 관객이 직접 UV 라이트 손전등을 통해 벽에 그려진 드로잉을 부분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여백》(인사미술공간, 2019)전과 이미지와 사운드가 결합된 드로잉–스피커를 통해 관객의 관조를 실험한 《페어링》(인천아트플랫폼, 2021)전에서부터 자신의 작품을 관객이 직접 전시장에서 체험해야 하는 당위성을 스스로 고찰해왔다. 이는 다시 미니멀리즘 및 포스트 미니멀리즘에서 예술을 탐구한 태도와 긴밀하게 연결되는데, 작품의 의미를 작가에 귀속하는 것이 아닌 관람자와 외부의 관계에서 발생함을 주장한 미학적 전환이 그것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관객이 ‘지금 여기’ 전시장이라는 장소를 지각하고 계속 이동하면서 매번 다른 각도로 보게 되는 평면 작품과 그것을 구성하는 구성요소들의 관계성이 주요하게 자리 잡혀 있다.

그렇다면, 작가는 미술 감상의 감각 경험을 왜 이전에 시행한 공간 및 체험 그 자체가 아닌 평면이라는 아날로그 물질로 돌아갔을까? 그의 말을 빌리자면, 공간 설치 위주의 전시에서 생성되었던 비물질적이고 가변적인 경험을 함축하는 형태(형식)에 대한 고민과 동시에 미술사의 시간을 역행 혹은 공존적으로 바라보며 동시대를 다시 톺아보기 위해서다. 이는 2014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로라 홉트먼(Laura Hoptman)이 기획한 《영원한 현재: 무시간적 세상의 당대회화(The Forever Now: Contemporary Painting in an Atemporal World)》전에서 새로운 추상회화의 경향을 설명하기 위해 ‘동시대’라는 시간성을 연대기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아닌, 모든 시간이 공존하는 ‘무시간성(atemporality)’으로 규정한 맥락과 같은 궤를 이룬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박관택 작가가 미니멀리스트/포스트 미니멀리스트들이 했던 언어들을 레퍼런스로 차용하고, 클리셰를 넣어가며 작가만의 오브제화 과정 그 자체를 보여주는 실험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다시 미술의 존립 문제를 질문하고 있는 것이다.

*조주연, 『현대미술강의』, 글항아리, 2017, p.105.

출처

작가박관택
전시장씨알콜렉티브 (CR Collective, シーアール・コレクティブ)
주소
03988
서울특별시 마포구 성미산로 120 일심빌딩 2층
오시는 길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도보 15분.
혹은 06번 마을버스를 타고 정류장 – '경성중고, 홍익디자인고등학교앞' 에서 하차.
기간2024.02.22(목) - 03.30(토)
관람시간12:00 - 18:00
휴일일요일, 월요일, 공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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