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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 선

보다갤러리

2024.01.26(금) - 02.29(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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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2379
식물은 말이 없다. 통증을 느끼는 신경계도, 운동능력도 없다. 그렇기에 식물은 생물계를 구성하는 것들 중 가장 유약한 존재로 비춰지곤 한다. 그러나 김그림, 임지현 윤예제는 이러한 존재에서 강인한 생명력을 포착한다. 이들의 전시 《숨쉬는 선》은 저마다의 붓질을 통해 식물이 세상과 호흡하는 형태를 은유함으로써 존재의 의미를 재탐색한다.

김그림은 생태계에 대한 관심을 토대로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식물의 이미지를 화면에 재구성한다. 특히 몽골, 시베리아, 남미 등지의 고산지역을 직접 탐험하며 발견한 털이 난 식물은 기후와 지형 등 여러 환경적 조건에 대한 적응력을 작가에게 상기하였다. 환경에 적응하며 변화한 식물의 이미지는 동물의 모습을 연상시키며 생에 대한 그들의 강한 의지를 드러낸다. 때에 따라 부드럽거나 날카로워 보이는 털의 모습은 보는 이의 감각이 대상에 전이됨을 보여준다. 이렇듯 어둠 속에서 빛나는 식물 그림은 가상의 생태계를 제시하며 작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존재에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임지현은 익숙한 식물을 보는 시야를 달리함으로써 대상을 명확히 할 수 없는 생경한 이미지를 채집한다. 이를테면 <Orchid>는 난초를 대상으로 한 작품임에도 근육 조직, 혹은 거칠고 붉은 토양을 연상시킨다. 또한 “Bone”, “wing”이라는 작품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식물에서 포착한 화면은 동물의 구조적 특성을 연상시킨다. 이는 산책과 돌봄을 통해 체화된 경험을 보여주었던 이전의 작업에서 나아가 몸의 이미지를 통해 그 안에 내포된 강인한 생명력을 표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더불어 안료를 쌓고 사포와 마스킹액을 이용해 다시 깎아내는 과정은 화면에 물질의층위를 더한다.

윤예제는 식물과 그를 둘러싼 환경에 자신의 존재와 삶의 방식을 투영한다. 그렇기에 거처의 변화는 곧 작품의 변화를 의미하며, 화면은 장소성과 시간성을 내포한다. 현재 그가 거주하는 지역인 대구는 이전에 지냈던 서울에 비해 여유와 권태를동반하는 곳이며, 이에 따라 그의 그림은 점차 정형화된 형식을 띠게 되었다. 또한 작가는 염분이 많은 환경에 서식하는 칠면초의 보랏빛을 새벽의 색으로 보고 이를 통해 그가 현재 겪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사색의 시간을 표현한다. 서로 엉키면서도 위를 향해 뻗어가는 강인한 풀의 형태와 수행적인 작업 방식은 자신의 일상을 침범하는 변수를 피하지 않는 초연한 자세를 보여준다.

이 전시에는 싱그러운 녹음도, 눈썹 위로 손을 덮게 하는 오후의 햇살도, 기분 좋게 귀를 간질이는 건조한 풀잎의 소리도 없다. 대신 무엇 하나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할 수 없는 식물들이 마당의 흙에서, 짭짤한 물속에서, 미지의 영토에서 손짓한다. 그저 각자의 방식대로 아래로, 더 아래로 뿌리내리고 생을 영위한다. 꽃을 피우고 열매 맺는 것만이 그들과 우리의 능사는 아니기에, 그렇게 숨쉬고 살아간다.


글 │지혜
작가김그림, 임지현, 윤예제
전시장보다갤러리 (VODA Gallery, ヴォダ・ギャラリー)
주소
06016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80길 38 1층
오시는 길수인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 3번 출구에서504m
기간2024.01.26(금) - 02.29(목)
관람시간11:00-18:00
휴일일요일, 월요일, 공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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