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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금상경衣錦尙絅

학고재

2023.01.18(수) - 02.25(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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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개요

학고재는 2023년 1월 18일(수)부터 2월 25일(토)까지 《의금상경(衣錦尙絅)》전을 연다. 한국 단색화의 본질이 무엇인지 톺아 나가면서 단색화 이후 작가들의 작품성과 정신성을 살펴볼 수 있는 대형 기획전이다. 의금상경은 동아시아의 원초적 미의식이며 동아시아 현대회화에 여전히 흐르고 있는 저류(底流, Subcurrent)라는 점을 관객에게 알리고자 한다.

최명영(崔明永, 1941-), 이동엽(李東燁, 1946-2013), 박영하(朴永夏, 1954-), 이인현(李仁鉉, 1958-), 천광엽(千光燁, 1958-), 장승택(張勝澤, 1959-), 김길후(金佶煦, 1961-), 왕쉬예(王舒野, 1963-), 김영헌(金永憲, 1964-), 박기원(朴琪元, 1964-), 김현식(金玄植, 1965-), 박종규(朴鍾圭, 1966-), 박현주(朴賢珠, 1968-), 윤상렬(尹祥烈, 1970-), 박인혁(朴仁赫, 1977-) 15명 작가의 작품 55점이 출품된다.

- 전시 주제
2023년 새해에 바라보는 한국미술의 기대와 우려

한국 문화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이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대중문화 분야의 눈부신 성취에 이어 ‘K-아트’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도 여전하다. 서울은 세계 미술의 핫 플레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해외 유수의 갤러리들이 잇따라 서울에 지점을 준비하거나 모색하는 것이 그렇다.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가 작년 가을 첫 공동 개최를 한 이래 올해 제2회를 맞이할 예정이다. 국제 미술계에서 한국미술이 새롭게 도약할 기회인 동시에 경제 위기 등 혼란과 함께 불안도 잠재되어 있다. 이 기대와 우려 사이에서 한국 단색화는 여전히 세계 속에서 관심의 시선을 놓치지 않고 있다. 단색화로 촉발된 한국미술의 관심을 지속해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더욱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발굴하고 진취적으로 선보여야 한다. 그리고 한국 현대미술의 힘과 정신을 살핌은 물론 우리의 정체성을 공고히 다지는 일도 과제로 남는다. 특히 국제 미술계에서 추상회화의 강세를 염두에 둘 때, 단색화 전후좌우로의 미술사 연구의 확산과 시장에서의 작품의 활력이 동시에 요구된다. 학고재는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한국 단색화와 그 이후의 양상을 깊이 고려해서 작가를 선발했으며 작가들의 내면에 일관되게 관통하는 핵심 의제를 찾고자 했다.


고대로부터 이어온 동아시아 미의식이란?

학고재는 이번 전시에서 단색화 대표주자 2인과 그 이후 단색화 12인 및 중국 작가 1인, 총 15명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1940년대 출생 작가부터 1970년대 출생 작가까지 아우른다. 전후 1960년대 서구로부터 유입된 추상회화 양식에 한국적 정신성을 녹여낸 작가들이 있고, 그 이후 더욱 새로운 기법과 방법론을 찾은 세대 작가들이 단색화의 다양성을 확립했다. 우리나라 작가들의 기저에 공통으로 흐르는 정신이 있다. 학고재는 그 정신을 의금상경(衣錦尙絅)이라는 시어(詩語)로 정의하고자 한다.

의금상경(衣錦尙絅)은 “비단옷 위에 삼(麻)옷을 걸치셨네.”라는 뜻을 지닌 2,600년 전의 고대어이다. 『중용(中庸)』의 33장에서 한 차례, 『시경(詩經)』에서 두 차례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위풍(衛風)」 ‘석인(碩人, 높으신 님)’의 뜻을 취했다. 이 시는 춘추시대 위(衛)나라 임금에게 시집가는 제(齊)나라 귀족 여성 장강(莊姜, ?-B.C. 690)의 덕성을 칭찬하며 위나라 백성들이 지었다.

키가 크고 늘씬하며 가녀리고 새하얗고 아름다운 귀족 여성이 국혼(國婚) 행사에서 능라금단(綾羅錦緞)의 비단옷 위에 삼옷을 걸친 것은, 예(禮)를 다하면서도 백성들의 눈을 어지럽히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다. 국가적 행사인 결혼이기 때문에 비단옷이라는 예를 다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백성들에게 위화감을 주어서는 안 되었다. 이때 고안한 아이디어가 백성이 입는 삼옷을 비단옷 위에 걸쳐 입는 것이다. 이러한 지도층의 태도는 백성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후대 예술가들도 같은 태도를 보이게 된다.

이후 화려한 형식을 될수록 감추고 내면의 빛을 살며시 드러내는 것은 동아시아 사람들의 미의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 미의식은 장구한 세월을 거쳐 우리에게 내려오고 있다. 따라서 의금상경이라는 말에는 아름다움을 드러내지 않고 온장(蘊藏, 숨기는)하는 미의식이다. 따라서 동아시아에서 문장은 될수록 함축된 말을 썼고, 그림에서는 전신(傳神)이나 신사(神似), 즉 ‘정신의 닮음’이라는 미덕을 정확한 재현의 법칙보다 숭상했다. 서예에서도 정신을 응축하여 글자 안쪽 깊숙이 힘을 불어넣는 것(藏而不露)을 최고의 경지로 여겼다. 동아시아 현대회화에서 주축으로 작용하는 회화 정신 역시 마음껏 표현하기보다 숨기기에 오히려 깊이가 우러나는 은수(隱秀)의 미학에 있다.

학고재는 오늘날 한국 현대미술 작가들의 사유와 미의식에도 의금상경의 정신이 여전히 이어져 흐르고 있다고 전제한다. 특히, 최명영(崔明永, 1941-), 이동엽(李東燁, 1946-2013)은 한국 단색화의 정초자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데, 될수록 색을 최소화하고 힘을 응축하며 정신을 화면에 불어넣는다는 지향성이 옛사람들의 미의식과 정확히 같다. 후기 단색화의 대표적 유형으로 손꼽히는 장승택(張勝澤, 1959-), 김현식(金玄植, 1965-), 박종규(朴鍾圭, 1966-) 역시 회화 창작에서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했을지언정 근저의 정신성에서만큼은 힘을 드러내지 않고 안으로 축적하는 의금상경의 사유를 옛사람과 똑같이 그대로 지킨다. 박현주(朴賢珠, 1968-), 윤상렬(尹祥烈, 1970-), 박인혁(朴仁赫, 1977-)의 예술도 마찬가지다.
작가최명영, 이동엽, 박영하, 이인현, 천광엽, 장승택, 김길후, 왕쉬예, 김영헌, 박기원, 김현식, 박종규, 박현주, 윤상렬, 박인혁
전시장학고재 (Hakgojae Gallery, ハッコジェ)
주소
03053
서울 종로구 삼청로 50
오시는 길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에서 도보 728m
기간2023.01.18(수) - 02.25(토)
관람시간10:00 - 18:00
휴일일요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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