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귤이 ⟪Synchronized Swimming 씽-크로나이즈드 스위밍⟫
김귤이(b.1990) 작가의 《씽크로나이즈드 스위밍》전은 세계를 기호화하여 보는 작가의 인식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기호화의 과정을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
기호는 언어처럼 사회적으로 약속된 상징적 체계라고 할 수 있는데, 사회적 규칙인 기호는 개인에 인접하여 중력처럼 작용한다. 그러나 예술가에게는 이 ‘항구적이고 보편적인 힘’에 대한 상징을 거부할 권리가 주어진다.
그림을 본다. 그의 화면은 붓 자국과 도형이 중첩되고 교차한다. 기의가 흔적화된 그림에 대비와 충돌이 맺힌 것은 당연하게도 기호와 회화의 일치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기호에서 기의의 탈락을 추구하여 공백과 여지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전략으로 보아, 벽틈이나 바닥 틈에 모인 것들, 부스러기와 먼지 같이 미시적 사물들의 도상이 색채와 도형으로 팽창하여 암시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그의 회화에서 아주 자연스럽다. 그는 이렇게 미시적인 존재를 바늘 삼아 기호의 인식과 의식에 관한 거대 담론의 표피를 조금씩 찔러보는 것 같다. 하지만 심각해지지 않도록 경쾌하게 순화한다. 어떤 지점에 맹렬히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더 낭만적이고 귀엽게 수사한다. 이 불분명한 과정은 그 자체로 즐길 수 있게 되며, 재현으로부터 유리된 현대 회화의 성질과 함께한다. 기호는 회화 안에서 재현의 역할을 멈춘다. 기호는 와해되고, 여기에서 튀어나온 엔트로피가 명확한 구조를 대체한다. 회화는 기호 다음의 존재이며, 기호 자체를 주조하는 보다 근본적인 영역에 있다.
이제 그림을 ‘읽어’본다. 빨간 동그라미, 연두 네모, 검고 꼬불꼬불한 선… 사람들은 그러한 기표를 소환하여 중력 같은 기의를 떠올리며 인식을 시도하겠지만 쉽게 길을 잃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방황은 박탈감이나 소외 같은 사회현상에 대한 전형적인 반응을 유도하지는 않는다. 작가는 기호 안에 주어진, 무한대의 출구로 이루어진 미로 찾기의 즐거움을 누리길 바라는 것이다.
“씽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을 볼 때 발이 솟아오른 걸 보고 발이 거꾸로 걷는듯한 낯섦을 느끼고, 오직 발과 물결만이 남은 기호로 그렸습니다. 이게 제가 사물을 보고 캔버스로 옮겨오는 과정과 비슷한 것 같아요.” (작가 인터뷰 중)
간결한 기호의 익숙함, 읽히지 않는 기호의 낯섦. 사실 그냥 보아도 즐거운 그의 회화는 관객의 즐거움을 기다리고 있다.
김귤이(b.1990) 작가의 《씽크로나이즈드 스위밍》전은 세계를 기호화하여 보는 작가의 인식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기호화의 과정을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
기호는 언어처럼 사회적으로 약속된 상징적 체계라고 할 수 있는데, 사회적 규칙인 기호는 개인에 인접하여 중력처럼 작용한다. 그러나 예술가에게는 이 ‘항구적이고 보편적인 힘’에 대한 상징을 거부할 권리가 주어진다.
그림을 본다. 그의 화면은 붓 자국과 도형이 중첩되고 교차한다. 기의가 흔적화된 그림에 대비와 충돌이 맺힌 것은 당연하게도 기호와 회화의 일치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기호에서 기의의 탈락을 추구하여 공백과 여지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전략으로 보아, 벽틈이나 바닥 틈에 모인 것들, 부스러기와 먼지 같이 미시적 사물들의 도상이 색채와 도형으로 팽창하여 암시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그의 회화에서 아주 자연스럽다. 그는 이렇게 미시적인 존재를 바늘 삼아 기호의 인식과 의식에 관한 거대 담론의 표피를 조금씩 찔러보는 것 같다. 하지만 심각해지지 않도록 경쾌하게 순화한다. 어떤 지점에 맹렬히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더 낭만적이고 귀엽게 수사한다. 이 불분명한 과정은 그 자체로 즐길 수 있게 되며, 재현으로부터 유리된 현대 회화의 성질과 함께한다. 기호는 회화 안에서 재현의 역할을 멈춘다. 기호는 와해되고, 여기에서 튀어나온 엔트로피가 명확한 구조를 대체한다. 회화는 기호 다음의 존재이며, 기호 자체를 주조하는 보다 근본적인 영역에 있다.
이제 그림을 ‘읽어’본다. 빨간 동그라미, 연두 네모, 검고 꼬불꼬불한 선… 사람들은 그러한 기표를 소환하여 중력 같은 기의를 떠올리며 인식을 시도하겠지만 쉽게 길을 잃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방황은 박탈감이나 소외 같은 사회현상에 대한 전형적인 반응을 유도하지는 않는다. 작가는 기호 안에 주어진, 무한대의 출구로 이루어진 미로 찾기의 즐거움을 누리길 바라는 것이다.
“씽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을 볼 때 발이 솟아오른 걸 보고 발이 거꾸로 걷는듯한 낯섦을 느끼고, 오직 발과 물결만이 남은 기호로 그렸습니다. 이게 제가 사물을 보고 캔버스로 옮겨오는 과정과 비슷한 것 같아요.” (작가 인터뷰 중)
간결한 기호의 익숙함, 읽히지 않는 기호의 낯섦. 사실 그냥 보아도 즐거운 그의 회화는 관객의 즐거움을 기다리고 있다.
작가 | 김귤이 |
전시장 | 로이갤러리 압구정점 (ROY GALLERY Apgujeong, ロイ・ギャラリー・アプクジョン) A1, A7(1층, 7층) |
주소 | 06017 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로42길 24-6, 1층/7층 |
오시는 길 | 압구정역 2번출구에서 도보 12분 압구정로데오역 6번출구에서 도보 10분 |
기간 | 2024.01.06(토) - 27(토) |
관람시간 | 13:00 - 19:00 |
휴일 | 일요일, 월요일, 공휴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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